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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소태산 대종사 원기원년(1916) 4월 28일(음력 3월 26일) 이른 새벽에 우연히 정신이 쇄락(灑落) 해지며, 전에 없던 새로운 기운이 있으므로, 이상히 여기며 밖에 나와 사방을 살펴보니 천기가 심히 청량하고, 별과 별이 교교(皎皎) 한지라, 이에 맑은 공기를 호흡하고 뜰 앞을 배회했다. 문득 이 생각 저 생각이 마음에 나타나, ‘그동안의 지내 온 바가 모두 고생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며,‘고생을 면하기로 하면 어떻게 하여야 하겠다’는 생각,‘날이 밝으면 머리도 빗고 손톱도 자르고 세수도 하리라’는 생각
문화
원불교신문
2023.11.0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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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박윤호 교무] 소태산 대종사는 대각으로 개교를 했다. 생일도 아니고, 방언조합 설립일도 아니고, 불법연구회 창립총회일도 아니고, (재)원불교 설립인가일도 아니다. 오직 당신의 깨달음으로써 회상의 시작을 알렸다. 이는 당신의 깨달음을 비롯해 만중생이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열어줌이 됐다. 깨달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에게 ‘누구나 깨달으면 부처가 된다’는 표본을 제시했다.만일 깨달은 바를 산문으로 서술한다면 구구한 표현으로 언어도단 심행처멸의 자리를 장엄함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러면 도리어 본지풍광(本地風光)과는 멀어졌을
논설위원 칼럼
박윤호 교무
2023.10.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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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방언공사를 마치시고, 도 이루는 일은 누워서 떡 먹기라고 하셨던가요?”, “밥 먹기 보다 쉬운 것이라고 하셨지!”강연·강평에 이은 소득 나눔 시간에 나온 한 교무의 질문에 웃음꽃이 핀다. 8월 22~25일 원불교 강원교구 여름 정기훈련(이하 강원교구 교무훈련) 현장을 찾아 우인훈련원으로 향했다. 비 내리는 산중 도량에서 만난 강원교구 교무들의 얼굴은 훈련 덕분인지 날씨와는 다르게 밝디 밝았다. 강원교구는 원기105년(2020) 매 여름과 겨울에 교구 내 모든 교무가 한자리에 모이는 정기훈련을 시작했다.
봉불&훈련
이현천 기자
2023.09.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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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 52상(공부 요도 상): 나침반이 일원상 모양을 하는 까닭은? 은 현재 서양에서 가장 존경받는 영적인 지도자 중 한 분인 숭산(崇山) 큰스님이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에서 설법한 내용을 제자 현각이 집대성한 책이다. 제목을 ‘선의 나침반’이라 한 첫 번째 이유는 고해의 바다에서 ‘지혜(prajna)의 배’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선의 나침반’에 의지하라는 의미다. 또 깨달음의 주체인 자신의 본성을 ‘나침반’삼아 수행에 임하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한다. 여기서 일원상은 바로 공부의 요도다. 그래서 나
일원 108상
윤덕균
2023.08.3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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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길 지나 오솔길 간다/곧은길 외딴길 지름길 에움길/큰길 작은길 사이 샛길을 간다/황톳길 진창길 비탈길 벼룻길/굽이굽이 이어지는 샛길을 간다/쉬엄쉬엄 걸어가는 영혼의 순례길.“아침에 도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조문도석사가의 朝問道夕死可矣)”라고 공자가 말했다. 소태산은 성리를 ‘우주만유의 본래 이치와 우리의 자성 원리’로서, ‘모든 법의 조종(祖宗), 모든 이치의 바탕’이라고 했다. 성리공부는 인생길을 바로 걸어가기 위함이다. 성리는 남송 주희(1130~1200)가 주창한 ‘성즉리(性卽理)’를 축약한 말이다. 주희는 “사람의
평형수
이준원 소장
2023.03.3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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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연일 화제다.스스로 신을 자처하며 일탈의 길을 걷는 종교인에게 쏟아지는 질타가 종교계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가 많다. 특히 꿈꾸는 청춘들을 타깃 삼아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종교인들의 행태는 분노심 마저 자극한다. 이런 사건이 근자에 있었던 일이고, 또 지금도 종교란 이름으로 은밀히 혹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지 않은지 둘러봐야 할 것 같다. 100여 년 전, 소태산 당대에도 혹세무민하는 종교들로 인해 꽤나 시끄러웠던 것 같다. 그 내용이 대종경 실시품 14장에 담겨있다. ‘당시의 신흥종교들 가
사설
원불교신문
2023.03.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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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김도현 교무] 불교에서는 반야를 제불의 어머니(諸佛之母)라고 말한다. 이 반야를 담고 있는 도 역시 제불의 어머니다. 에 전하고자 하는 반야가 성불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또한 은 반야와 함께 반야를 얻기 위한 방편을 담고 있는 듯하다. 8장에서 부처님은 “을 전하는 공덕이 삼천대천세계의 칠보 보시의 공덕보다 더 크다”고 하고, 그 이유를 스스로 설명한다. “왜냐하면 일체 모든 부처와 모든 부처가 성취한 아뇩다라샴먁삼보리는 모두 이 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수보리야
여시아문
김도현 교무
2022.08.1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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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김도현 교무] 이 사람은 한 부처님, 두 부처님, 셋, 넷, 다섯 부처님에게만 선근을 심은 것이 아니라 이미 무량천만 부처님들이 계신 곳에 이미 뭇 선근을 심었기 때문에, 이 글귀를 듣고 한 생각에 청정한 신심을 내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當知 是人不於一佛二佛三四五佛而種善根 已於無量千萬佛所 種諸善根 聞是章句 乃至一念生淨信者).『금강경』 6장의 내용이다. 말세에 『금강경』 법문을 듣고 참되다는 생각, 진실한 믿음을 내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이미 무량수의 부처님 계신 곳에 많은 선근을 심었기에 법문을 듣고 한 생각에
여시아문
김도현 교무
2022.06.0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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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김도현 교무] 대승불교에서는 신(信), 곧 믿음을 강조한다. 『금강경』 6장에서 수보리가 후대의 중생이 ‘실신(實信)’ 혹은 ‘참되다는 생각’을 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은 믿음이 깨달음을 얻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믿음이 확고한 사람은 흔들림 없이 공부길을 밟아나갈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신심은 어떻게 낼 수 있을까?『금강경』에는 여래가 열반한 뒤 후오백세에 ‘계문을 지키고 복을 닦는 자’가 있어서 『금강경』의 구절을 듣고 참되다는 마음, 즉 신심을 낸다고 했다. 이 사람은 한두 부처님에게 선근을 심은 것이 아니
여시아문
김도현 교무
2022.05.2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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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대다수 사람들이 ‘성리는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리공부, 깨달음을 향한 수행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각 교구와 교당에서 성리의 세계로, 깨달음의 세계로 안내하고자 법잔치가 크게 열렸다. 올해 성리법회를 주관한 교구·단체는 대부분 ‘생활 속 성리활용’에 대한 주제를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청년회의 경우 30~40대를 대상으로 알기 쉬운 성리공부에 초점을 맞췄고, 설교자를 선정할 때도 젊은 30~40대 교무들을 초청해 무겁지 않은 분위기를 준비했다.청년성리법회를
교화
유원경 기자
2022.05.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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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교당(정민영 전통각 명인)[2022년 5월 2일자]
법문향기
정서인 교도
2022.05.0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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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김도현 교무] 수보리 :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말씀을 듣고 참된 믿음을 내는 중생이 있겠습니까?(世尊 頗有衆生 得聞如是言說章句 生實信不)부처님 :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여래가 열반한 뒤 후 오백세에 계율을 지키고 복을 닦는 자가 있어서 이 법문을 듣고 능히 믿음을 일으켜 참되다고 여길 것이다(莫作是說 如來滅後後五百歲 有持戒修福者 於此章句能生信心 以此爲實).『금강경』 6장에서 수보리는 말세 중생이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참되다는 생각과 믿음을 낼 수 있을지 걱정한다. 이에 부처님은 그런 말을 하지 말라며 후세에 청정한
여시아문
김도현 교무
2022.05.0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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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에서는 무얼 가르칠까? 답은 소태산의 말에 있다. 소태산은 “나는 마음 작용하는 법을 가르친다. 지식 있는 사람에게는 지식 사용하는 방식을, 권리나 물질이 있는 사람에게는 권리나 물질을 사용하는 방식을, 원망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감사 생활하는 방식을…. 이를 몰아 말하자면 모든 재주와 모든 물질과 모든 환경을 오직 바른 도로 이용하도록 가르친다”(『대종경』 교의품 29장)고 강조했다.그래서 “마음을 바르게 사용하지 못하면 모든 문명이 도리어 도둑에게 무기를 주는 것과 같다”(교의품30장)고도 우려했다. 특히 돈 버는 법을 일러
사설
원불교신문
2022.04.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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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최선각 원무] 변산 제법성지 수호기지인 원광선원에서 직무를 시작한지 3개월째다. 예전에는 그저 공부를 하려고 해마다 2번 정도 순례했지만, 올해는 정식으로 원광선원에서 일정한 역할을 부여받고 도량관리, 성지수호, 훈련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덕분에 수행이라는 새 개념이 정리되고, 실천하는 신앙심이 저절로 이뤄지는 기분이다. 이 도량으로 인도해 준 장오성 원광선원 원장님에게 감사한 마음이다.나는 이곳에서 맡은 일을 할 때마다 기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몸은 고단하지만 이 일은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를 닮아가는
은생수
최선각 원무
2022.03.3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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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박대성 교무]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게 된다. 그 선택에는 많은 가치관과 판단이 담겨있다. 이 가치 판단들은 하나의 습관과 에너지로 변화해 의식 속에 자리 잡게 된다. 조용히 앉아서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무수히 많은 판단(망상)을 거듭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것은 ‘나’에게 좋은 것, 어떤 것은 ‘나’에게 나쁜 것, 이와 같이 기계적으로 끊임없이 꼬리표를 붙이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명상 공부의 첫발을 잘 내딛는 것이다.나(我相, Ego)라는 판단의 색이 칠해진 안경을 벗고 객관적
슬기로운 명상생활
박대성 교무
2021.12.0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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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박대성 교무] 선을 오래 수행하다 보면 극락이나 천국과 같은 종교적인 초월의 세계가 특정한 공간에 건설돼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마음의 희로애락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현상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소태산 대종사는 “네 마음이 죄복과 고락을 초월한 자리에 그쳐 있으면 그 자리가 곧 극락(『대종경』변의품 10장)”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는 절반의 기쁨과 절반의 고통으로 이뤄져 있다. 적당한 고와 낙으로 마음공부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명상을 통해 지속적으로 마음을 관찰하다 보면 이 세상에서 맛보
슬기로운 명상생활
박대성 교무
2021.11.2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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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류현진 기자] 행복한 가족캠프로 마음공부의 사회화에 앞장서고 있는 금산 권도갑 원로교무(金山 權道甲·73세). 그의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눈앞에 아른거리는 총부 전경부산이 고향인 권 원로교무는 고등학교 3학년 쯤(원기52년) 친구를 따라 교구 체육대회에 참석하며 원불교와 인연을 맺게 된다. “초등학교 동창인 미산 장도영 교무가 당시 초량교당 학생회장이었어. 체육대회 선수가 필요하다고 해서 갔다가 하루종일 뛰고 교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이 인연이 됐지.” 입교 후 그는 초량교당 청년회를 재창립하고, 부산 청년
선진의법향
류현진 기자
2021.11.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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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강신오 교무] 원불교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교당에 천도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한 마음에 교당에 갔다. 교무님의 천도법문이 시작됐다. ‘OOO 영가시여, 정신을 차려 부처님의 법문을 잘 들으소서…’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데, 이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영가의 이름을 간절하게 부르며 부처님의 법문을 설하는 천도법문은 마치 내 이름을 부르며 정신을 차려 법문을 잘 들으라고 하는 것처럼 들렸다. ‘열반 전후에 후생 길 인도하는 법설’은 그 제목에도 ‘전후’라고 나와 있듯이 영가와 그 법설이 설해지는 자리에 있
교리여행
강신오 교무
2021.08.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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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강신오 교무] 몇 해 전, 꾼 꿈이다. 누군가에게 쫓겨 숨어다니며 가까스로 총부에 도착했다. 대종사 열반하시고 옛 조실에 누워계시는데, 가슴이 아파 가슴을 치며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한 선진이 대종사께서 주는 물건이라며 손수건으로 싼 물건을 손에 쥐여주었다. 조심스레 열어보니 도장이다. 바닥에는 ‘지선(至善)’이라고 쓰여있다. 소중하게 품고 잠에서 깨었다. 교전을 열어 뜻을 살피니, 성리품 3장에 ‘선과 악을 초월한 자리’를 지선이라 한다는 법문이 있다. 마음에 환히 들어오지 않아 화두로만 간직하고 있던 것을 때가
교리여행
강신오 교무
2021.08.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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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성업봉찬, 대종사께 보은하는 길대산종사께서는 2대 말 교단 100주년을 앞두고 ‘대적공실大積功室’ 법문을 천명하셨습니다. 이는 소태산 대종사께서 ‘집집마다 부처가 산다’고 명확히 방향을 말씀해주셨기 때문에 실제로 그러한 세상을 만드시고자 원기60년 생전 법강항마위를 처음으로 사정하셨고, 원기72년에는 출가위를 배출하셨습니다.지금은 항마위가 많아졌고 교단의 풍토로 자리 잡았지만 당시에는 생전 항마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부처는 항마위 이상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분들을 항마위로 올리는 데에 대중의 많은 반대가 있었고 대산종
편편법문
정리·사진 안세명 교무
2021.04.30 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