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梁園日暮亂飛鴉 양원에 해질 무렵 갈가마귀 어지러이 날고極日蕭條三兩家 날이 다 하니 쓸쓸하도다 두세 채의 집이庭樹不知人去盡 정원의 나무는 집주인 떠난 줄 미처 모르고春來還發舊時花 봄이 오자 옛 시절의 꽃을 활짝 피웠구나'산방에 봄이 오니(山房春事)'- 잠삼(岑參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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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2.04.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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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年一齒落 작년에는 이 한 개 빠지더니今年一髮白 금년에는 머리털 하나 세었다固知老不免 늙음을 어쩌지 못할 줄 알지만奈此便相迫 이렇게 서로서로 재촉하누나役役猶未休 분주하여 오히려 쉬지 못하고萬里事劍戟 만 리 밖에서 싸움을 일삼다니功業無足取 공과 업적은 취할 것이 못되고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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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2.03.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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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霞朝作飯 산 노을로 아침밥을 짓고蘿月夜爲燈 밤엔 담쟁이덩굴 사이로 보이는 달로 등불 삼아獨宿孤庵下 홀로 외로운 암자에 묵는데惟存塔一層 오로지 한 층만 남은 저 탑.'승축에 붙여(題僧軸)'-양녕대군 이제(讓寧大君 李? 1394-1462 조선 태종의 장남)조선 태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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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2.03.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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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溫人似玉 사람은 옥인 양 다사롭고花如雪 꽃은 눈처럼 참으로 많네相看兩不言 서로 보면서 말은 없지만照以靑天月 푸른 하늘에 달이 비추네.'매창에 비친 흰 달(梅窓素月)'-성삼문(成三問 1418-1456 세조 때 문신)성삼문은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죽은 사육신의 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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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2.03.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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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란화 매운 향기 임에게야 견줄손가이 날에 임 계시면 별도 아니 더 빛날까불토가 이 위 없으니 혼아 돌아오소서.'한용운을 기리며'-정인보(鄭寅普 1893-? 한학자 역사학자 시조시인)정인보의 호는 위당(爲堂), 조선말 영의정 정원용의 4대손으로 이건방 문하에서 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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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2.03.0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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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다르마 센터의 새벽캐츠킬 산맥*을 넘어천둥치고 몰려오는 파도천지를 울리는 영성 소리흰 저고리 검은 치마오늘의 세계 주도국 미국청록 병풍으로 싸인 명상의 터전이다.서광에 물든 저녁 노을소라 같은 무시 무처 선방참 나의 씨앗을 지구 곳곳에 뿌린다동방의 새 불토원각성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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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행 교도
2012.02.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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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有此庵 먼저 이 암자가 있은 뒤方有世界 비로소 세계가 있었으니世界壞時 세계가 무너질 때에라도此庵不壞 이 암자는 무너지지 않네庵中主人 암자 속의 주인 되는 이無在不在 있고 없고에 관계없이月照長空 달은 먼 허공을 비추고風生萬 바람은 온갖 소리를 내네.'송사(頌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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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2.02.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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吾住此庵吾莫識 내가 사는 이 암자 나도 몰라라深深密密無壅塞 그윽하고 깊지만 막힘이 없도다函盖乾坤沒向背 하늘 땅 모두 가두어 앞뒤가 없고不住東西與南北 동서남북 어디에도 머물지 않노라.'태고암가(太古菴歌)'- 보우(普愚 1301-1382 고려 말 승려)보우 스님의 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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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2.02.1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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流水出山無戀志 흐르는 물은 산을 나가도 산을 그리워하지 않고白雲歸洞亦無心 흰 구름은 골짜기로 돌아와도 또한 무심하다네 一身去來如雲水 이 한 몸 오고 가는 것도 구름이나 물과 같아서身是重行眼是初 몸은 다시 와도 눈은 처음 그대로 보고 있다네.'백운화상어록(白雲和尙語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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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2.02.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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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自天然非造作 본래 저절로 그런 것이지 만든 것이 아니니何勞向外別求玄 어찌 수고로이 밖을 향해서 이치를 구하랴但能一念心無事 다만 한 생각으로 마음 속 번뇌를 없애고渴則煎茶困則眠 목마르면 차를 달이고 피곤하면 잠 자게나.'보선자가 게송을 청하기에(普禪者求偈)'-나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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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2.02.0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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報國無效老書生 나라의 은혜를 갚지도 못하는 늙은 서생喫茶成僻無世情 차 달이며 세상 피하니 세상 마음 없도다幽齋獨臥風雪夜 눈보라 치는 밤에 깊은 재실에 홀로 누워愛聽石鼎松風聲 돌솥에 들려오는 솔바람 소리 즐겨 듣누나.'돌솥에 차 달이며(石鼎煎茶)' -정몽주(鄭夢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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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1.12.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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紙被生寒佛燈暗 종이 이불에 한기 돌고 불등은 희미한데沙彌一夜不鳴鐘 사미승은 밤새도록 종조차 울리지 않누나應嗔宿客開門早 나그네가 일찍 문 연다 응당 투덜대겠지만要看庵前雪壓松 암자 앞에 눈 쌓인 소나무 꼭 보아야 겠네.'산중 눈 내리는 밤(山中雪夜)'- 이제현(李齊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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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1.12.0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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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雁秋聲遠 가을 기러기 한 마리 멀리서 울고數星夜色多 밤에 헤아리는 별은 색도 요란하구나燈深猶未宿 등불이 깊어지니 잠도 오지를 않고獄吏問歸家 옥리는 집에 가고 싶지 않는가 묻네天涯一雁叫 하늘 끝 기러기 하나 울며 지나가니滿獄秋聲長 감옥에도 가득 가을 바람소리 길구나道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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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1.11.2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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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國秋光暮 물나라에 가을빛 저물어 가니驚寒雁陣高 추위에 놀란 기러기 진영 높이 나는데憂心轉輾夜 근심 가득하여 잠 못 들어 하는 밤殘月照弓刀 기우는 달빛이 활과 칼 위로 내리누나.'밤 한산도를 읊음(閑山島 夜吟)'-이순신(李舜臣 1554-1611 선조 때 명장) 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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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1.11.1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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採藥忽迷路 약초를 캐다가 문득 길을 잃었는데千峯秋葉裏 온 산이 가을 단풍으로 물들었구나山僧汲水歸 산에 사는 중이 물을 길어 돌아가고林末茶烟起 숲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 피어나네.'산중(山中)' - 이이 (李珥 1536- 1584 선조 때 학자)이이의 호는 율곡(栗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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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1.11.1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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楓葉冷吳江 단풍잎은 오강에 싸늘도 한데 蕭蕭半山雨 우수수 반산엔 비가 내리누나 寒鴉栖不定 갈 까마귀 보금자리 찾지 못해 低回弄社塢 낮게 돌며 사당 언덕 서성이네渺渺黃雲城 아스라이 누런 구름 자욱한 성依依紅葉村 안타까이 붉은 잎이 물든 마을 相思憶遠人 먼 데 있는 그대가...
이주의 시
이원구 시인
2011.11.0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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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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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1.10.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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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風淸 가을바람 맑으니秋月明 가을 달이 더욱 밝다落葉聚還散 낙엽은 모였다 또 다시 흩어지고寒鴉栖復驚 추운 갈 까마귀는 놀라 깃을 감돈다相思相見知何日 못 잊어 그리는 정 언제나 펴 볼거나 此日此夜難爲情 이 날 이 밤 사 말고 더욱 마음 졸이어.가을밤(三五七言) - 이백(...
이주의 시
이원구 시인
2011.10.2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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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네가 본 건, 먹구름그걸 하늘로 알고일생을 살아갔다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 속 구름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쇠항아리 (이하...
이주의 시
이원구 시인
2011.10.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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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서럽다, 높아 가는 긴 들 끝에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그늘 깊이 오르는 발 앞으로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 마을은성긋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言約)도 없건...
이주의 시
이원구 시인
2011.09.30 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