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용맹한 돌격대장 녹도만호 정운, 물길을 잘 아는 광양 현감 어영담, 믿음직한 순천부사 권준….”이순신은 얼굴 하나하나를 떠올려 백지에 적었다. 어떤 부하는 민첩했고, 누군가는 경험이 많으며, 또 누구는 신의가 있었다. 조선의 역사를 좌우할 한산대첩, 학익진을 그리며 영웅은 다 살려서 썼다.이 짧은 장면이 영화 속 이순신(박해일 분)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방식 중 하나다. 그때까지 영화는 원균(손현주 분)을 비롯, 이 위기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해의 수문장들이 다 모였지만, 능력도, 의견도 제각
기자의시각
민소연 기자
2022.08.11 15:23
-
풍요로움이 가난을 만드는 이상한 시대다.만족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욕심은 밑 빠진 항아리 같아서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마술을 지닌다. 이를 아귀병이라 한다. 전염성이 강하다. 배불리 먹고도 이내 건망증에 빠져 배고픔에 시달린다. 일단 이것에 감염되면 백약이 무효다. 오래 방치하면 불치의 원망병으로 도진다. 원망에서 건질 수 있는 건 불행밖에 없다.욕심의 항아리, 그 밑바닥을 만드는 것이 감사생활이다. 바닥이 만들어져야 적정함을 알게 되고, 넘치는 법도 익히게 된다. 인간의 탄생에는 애초 가진 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이
사설
원불교신문
2022.08.11 11:20
-
[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다른 종교 언론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많이 오는데요, 다 안 했어요. 그런데 원불교신문이라고 해서… ‘원불교’니까 오시라고 한 거예요.”한두 달 사이, 취재를 위해 만난 한 이웃 종교인과 원불교 바깥의 어느 장인에게서 똑같은 말을 들었다. ‘원불교니까.’ 짧은 다섯 글자의 여운이 길다. 덕분에 시간을 거슬러본다. 언론기관에서 활동한 지 10년. 그간 수많은 이웃 종교인들과 원불교 바깥의 사람들을 만나왔다. “원불교 잡지사인데요” 또는 “원불교 신문사인데요”라는 소개와 함께 취재(또는 인터뷰) 요청을 했을
기자의시각
장지해 기자
2022.07.28 09:48
-
[원불교신문=조성명 정토] 최근 언니 교무님이 해외에서 오랜만에 다녀가면서 망상에 빠져있지 말고, 알아차리고 내려놓으며 원래 자리를 챙기는 마음공부에 대해 알려주었다. 언니가 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고, 그래도 (마음공부) 꼭 잡으라고 하는 말과 함께 변화된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꼭 해야겠다 싶었다. ‘STOP’ 마음공부의 효용성에 대해 한참 의심하던 중이었는데, 한꺼번에 강하게 온전히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 내려놓는 과정의 연속이구나 하고 연습하니 훨씬 수월하게 다가왔다. 일상에서 떠오르는 잡념을 알아채고 내려놓으니
은생수
조성명 정토
2022.07.27 14:59
-
[원불교신문=이준원 교도] “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떠한 도시건 광장이 있고 시장이 있다. 광장에서 소통이 이루어지고, 시장에서 물자가 유통된다. 소통과 유통이 원활한 도시가 번창한다. 우리나라에는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있다. 혼인건수와 출생아수의 감소로 인구의 자연감소, 수도권 인구 밀집으로 지방도시의 쇠퇴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살아있는 생명체는 생성-성장-쇠퇴-소멸의 자연적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자연과 다르다. 도시 발전의 양대 축은 인구 유입을 촉진하는 대학과 기
논설위원 칼럼
이준원 교도
2022.07.26 11:13
-
소태산 대종사 영산에서 선원대중에게 말씀하셨다.‘지금 세상은 밖으로 문명의 도수가 한층 나아갈수록 안으로 병맥의 근원이 깊어졌다’면서 ‘이것을 이대로 놓아두다가는 장차 구하지 못할위경에 빠지게 된다’고 걱정했다. 그리고 지금 세상의 병에 대해 진단하기를 ‘그 첫째는 돈의 병이니, 인생의 온갖 향락과 욕망을 달성함에 돈이 먼저가 되어 의리와 염치가 없어진다’고 주의했다. 또 ‘둘째는 원망병이니, 자기의 잘못은 알지 못하고 저 편의 잘못만 살피며, 남에게 은혜 입은 것은 알지 못하고 나의 은혜 입힌 것만을 생각하여, 서로 미워하고 원망
사설
원불교신문
2022.07.26 11:17
-
[원불교신문=지준혁 교도] 내가 다니고 있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은 나의 꿈을 위해 지식을 구하고 경험을 쌓는 곳이다. 내게 미국은 바다 수영이었다. 영법, 방향, 목적지 그 어느 것에 구애받지 않고 헤엄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바다 수영은 수영장에서 헤엄을 치는 것과 다르게 조류가 있었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일 수용성, 영어로 하는 학습에 대한 이해 능력 등 처음 맞닥뜨린 조류에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조류를 극복하기 위해선 팔을 한 번 더 휘젓고, 발을 한 번 더 차야만 했다. 그때 나를 다듬었던 건 모태에서부터 쌓인
은생수
지준혁 교도
2022.07.22 11:18
-
[원불교신문=장명주 교무] 지령이 떨어졌다. 지난 6월 2일, 서울교구에서 유아부터 어르신들까지 다함께 보는 법회를 보자고 했다. 슬로건은 ‘우리교당 다함께 법회’. 날짜는 7월 3일. 교구에서 설교안과 설명기도문, 플래카드 시안과 매주 금요일 교구 유튜브 채널로 홍보 캠페인 영상도 업로드 한단다. 코로나 시대를 지내며 쉬었던 신앙·수행·교화 공동체 회복을 교구 전체 교당이 같은 날 함께 해보자는 것이다. 준비 기간은 한 달. 솔직히 고백하자면 우리 교당은, 이미 6월 상순 2주는 하섬바닷길 명상에 집중하고 있는 때라 회의 자체가
논설위원 칼럼
장명주 교무
2022.07.20 14:42
-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원기28년 소태산 대종사 열반 후 총부 성탑을 조성해 성해를 모시기 전까지 임시로 비석을 세워 성해를 모셨던 곳이 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곳을 금강리 수도산으로 알고 있다. 이나 등 교단의 공식 문헌들을 보아도 그 같이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 기록들은 잘못된 기록이다(물론 이 기록들은 고증되기 전 기록들이다).소태산 대종사가 임시로 안장됐던 장소는 금강리 수도산이 아니라 신흥리 장자산이다. 이 고증도 원기88년 5월 본지()에서 소
기자의시각
유원경 기자
2022.07.20 13:46
-
우리의 위기감은 아직도 느슨하다.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상업화되고 세속화 된 종교현상에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라고 지탄했다. 2년 여 전에 밀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은 불신 가득한 종교계의 위축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종교 없는 세상에서도 사람들은 행복해했고, 팬데믹의 불행 앞에서 종교가 해줄 역할도 딱히 없었다.올해,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화) 시대를 맞으면서 종교들은 부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2년 여의 펜데믹 시대를 지나오면서 사회현상은 급격히 디지털화로 탈바꿈하고
사설
원불교신문
2022.07.20 13:20
-
[원불교신문=최혜남 교도] 여성회에서는 〈함께 살림〉이라는 앱을 개발해 생활에서 10가지 실천사항을 서로 권장하고 있다. 사진까지 올려 포인트를 적립하게 하였고, 그 포인트는 원불교 기관이나 해외단체에 기부할 수 있도록 연계하면서 적극적인 실천운동을 격려했다. 원기105년(2020) 7월, 697명의 시작으로 13개 교구 여성회가 분주해졌다. 챌린지 내용은 1. 전기 절약 2. 쓰레기 분리배출 3. 냉난방기 절약 4. 물 절약 5. 일회용품 안 쓰기 6. 화학제품 사용 줄이기 7. 물건 나눠 쓰기 8. 물건 과하게 사지 않기 9.
은생수
최혜남 교도
2022.07.14 13:40
-
[원불교신문=이진희 교장] 광신자를 뜻하는 팬(Fan), 그 팬으로 이루어진 팬덤(Fandom)이 우리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팬덤은 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무리 또는 그 현상으로, TV·인터넷 등의 매체 발달로 대중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이런 팬덤의 덕을 톡톡히 본 공인들이 있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잘생긴 외모와 화려한 언변을 십분 발휘, TV 토론에서의 인기몰이를 통해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1980년대 조용필은 ‘오빠 부대’를 이끌며 가요계를 주도했었다. 문화 대통령으로 등
논설위원 칼럼
이진희 교장
2022.07.13 15:37
-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전화벨이 울린다. 교당 교무님의 전화다. 무슨 용건일지 충분히 짐작되는 전화. 이틀 전에도 전화를 주셨다. 교무님은 분명 교도님이 놓고 가신 반찬을 나눠주실 터다. 시골로 이사한 지 3년 만에 교당을 옮겼다. 연원 교당까지 거리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법회 출석이 쉽지 않았다. 매주 단장님의 알뜰한 챙김이 있어 그나마 영상법회라도 참석했지만, 뭔가 허전했다. 집 가까운 교당으로 옮기고 나서, 이제는 퇴근길에 교당 들르는게 예삿일이 됐다. 지난주 교화단회는 또 다른 감상이 든다. 원로교도들의 교화단회가 이리
기자의시각
이여원 기자
2022.07.12 14:33
-
최근, 대중이란 용어가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한쪽에서 ‘대중의 뜻’을 표명하면, 다른 쪽에서 ‘그 대중이 누구냐’고 따져 묻는다. 딱히 정해진 답이 없기에 우물쭈물, 자기 뜻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차 강조된다. 마치 정치인들에게 ‘국민의 뜻’이 절대적 정당성을 부여하듯, 종교가에서도 마찬가지로 불특정 다수를 지칭하는 ‘대중의 뜻’이 절대적 힘을 갖는다.대중은 ‘모든 사람’을 지칭함과 동시에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 사람’을 일컫기에, 국민과는 달리 ‘무조직 집단’에 가까워 그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그러기에 ‘수동적, 감
사설
원불교신문
2022.07.12 10:47
-
[원불교신문=배현공 교도] 부산울산교구가 주관하고 부산광역시가 지원하는 시민과 함께 하는 둥근마음 치유명상(애니어그램)을 부산교당에서 실시했다. 어떤 프로그램인지 상세히 몰랐는데, 성격유형 검사라고 한다. 나는 성격이 느긋하여 누구와도 잘 맞추고 감정 조절도 잘한다. 그 분야에서는 단연코 돋보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분명 이상적인 유형으로 나올거야 하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도, 내 몸을 빌려 세상에 나온 자식과도 성격이 잘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본인들을 로또부부라 말한다. 나 역
은생수
배현공 교도
2022.07.07 11:42
-
[원불교신문=신효영 교수] 하루하루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경관 속에서 자신을 뒤돌아보며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꿈을 누구나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꿈들이 장기 여행을 만들어내게 되었고 유행의 시작은 ‘제주도 한 달 살기’가 아니었나 싶다. 제주도 한 달 살기에서 시작한 유행은 전국의 다른 지역까지 번져나갔다. 휴직, 퇴직 또는 장기 휴가를 활용한 대학생이나 퇴직자, 은퇴자만이 아닌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인들의 한 달 살기로 확대되었
논설위원 칼럼
신효영 교수
2022.07.07 10:30
-
물가가 치솟고 있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무역마저 빨간불이 켜졌다고 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무역수지 적자가 만성화되면서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혹자들은 스테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이 발생해 세계 글로벌 경제가 동반 침체되는 대공황을 우려하며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미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서 고물가 고환율의 영향은 빈곤층에 더 가혹하게 다가서고 있다. 세계 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는 미국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벌써 세계 자산시장을 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이게, 이
사설
원불교신문
2022.07.05 15:12
-
[원불교신문=배성은 교도] 딱 10년 만에 5학년 담임을 맡았다. 코로나19가 앗아간 2년이라는 시간과, 10년 전과는 또 달라진 학생들의 분위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학교 폭력, 학부모 민원이 내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었기에 어깨가 무거웠다.첫날. 나도 아이들도 바짝 긴장한 채로 만났다. 우리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는 학생들 앞에서 나도 잔뜩 굳어 하루를 보냈다. 서서히 탐색하며 적응하는 3월을 보내고, 고학년 교실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들이 하나씩 드러났다.사춘기가 시작되는 열
은생수
배성은 교도
2022.07.01 09:59
-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상쾌하고 다부진 마음은 스무 걸음만에 사라졌다. 아, 이렇게 빨리? 하는 순간 발뒤꿈치에서 찌릿 통증이 올라온다. 때는 2001년,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의 국토대장정 첫날이었다. 위기는 2일 차 아침이었다. 무려 20대 초반이었지만 사지는 이미 내 것이 아니었다. 모두 피노키오가 되어 절뚝거렸다. 발의 물집이 성가셨고 허벅지가 쓸렸고 땀으로 앞이 안 보였다. 셋째 날 쯤 되니 그나마 길 모양이 보이고 밥 때에 배가 고팠다. 좀 걸을 만 해진 건 4일째였다. ‘하이고 힘든 거 다 겪고 멈추셨네!’ 양원석
기자의시각
민소연 기자
2022.06.30 13:58
-
[원불교신문=김도영 교무] 노구(老嫗)의 가수가 있다. 장사익(張思翼) 선생이다. 1949년도 충남 홍성군 광천에서 태어났으니 올해 74세다. 선생이 부른 곡 중에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들어 보았다. 이 노래엔 우리의 삶에서 비껴갈 수 없는 시비이해(是非利害)의 만남이 있었다. 좋아도 싫어도 살아가면서 인생에 ‘만남’은 필수 코스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만남을 통해 무언가 얻기를 바라며 산다. 그래서 내가 채워지고, 강해지고, 풍족해지기를 꿈꾼다. 그래야 생
논설위원 칼럼
김도영 교무
2022.06.29 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