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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꽃샘추위에 봄바람이 붑니다. 춘불출(春不出:봄에 난초 화분을 내놓지 말라)이라더니 우수 경칩이 지나 내놓았던 난초 화분을, 내일은 영하로 내려간다는 일기예보를 보며 황급히 다시 방으로 들여놓았습니다.유난히 봄에는 바람이 많이 부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이른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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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2.03.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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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에 태백산에서 일출을 찍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무리였을까….밤 9시에 익산 총부를 출발, 유일사 주차장에 도착하기까지 한 번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네비게이터가 가리키는 대로 밤길을 달렸는데, 초행길인 우리들을 안내한 경유지가 함백산 만항재길이었습니다. 아마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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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2.02.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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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행을 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풍경, 황순원의 소설 제목 '나무들 비탈에 서다'가 생각나는 장면을 영동 민주지산에서 만났습니다.낙엽진 나무들이 산비탈에 하얀 눈을 배경으로 무수한 선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비탈에 선 나무들은 가뭄에 시달리고 모진 눈보라를 맞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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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2.01.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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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고, 돌고, 멈추고…춤을 표현한 단어들입니다.가창오리가 춤추는 모습은 바람입니다.시원스레 창공을 박차고 솟아오르는 모습은 시원한 바람입니다.갑자기 방향을 틀어 휙 돌아서는 모습은 매서운 북서풍 칼바람입니다.저 멀리서 나를 향해 날아올 때는 마치 정지해 있는 듯 착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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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1.12.0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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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부시게 푸른 가을 날.가을하늘처럼 맑은 스승님들이 거니시던익산의 원불교중앙총부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파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곱게 물든 단풍이 꽃보다 아름답습니다.이제 사라지고 없는 보은원을 지키던 모감주나무 위로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펼쳐있습니다.영모전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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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1.11.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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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퍼렇게 날이 선 낫을 들고 볏단 몇 포기를 휘어잡아 써억 썩 베어 나가다가 샛거리로 날라 온 농주며 김치찌개를 논두렁에 둘러앉아 먹는 것은 가을날의 작은 잔치였습니다.힘들지만 수확의 기쁨이 함께 하기에 아픈 허리를 참아냅니다.아침에 안개라도 짙게 끼는 날이면, &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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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1.10.2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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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추분(秋分)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가을날입니다.6월 말, 하지가 지나 낮의 길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 코스모스는 꽃눈을 틔우며 가을을 준비합니다.그 무덥고 습한 여름, 유월의 화창한 나날보다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있었던 것입니다.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피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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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1.09.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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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한창입니다. 여름 하늘에 변화무쌍하게 구름이 달려갑니다. 절기상으로는 입추가 지나고 곧 말복이니 벌써 가을을 이야기할 때인가 봅니다.'태어남은 한 조각 구름이 생겨남과 같고 죽는 것은 한 조각 뜬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라는 비유는 인생이 부질없음을 말할 때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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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1.08.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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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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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1.07.1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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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청개구리보다 휴대폰에서 신(神)을 더 잘 볼 수 있다."케빈 켈리의 이 말은 지구생명과 기술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살아 숨쉬는 생명이 신을 잘 나타내고 있지만, 과학에도 신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는 메시지입니다.늪, 수렁이란 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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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1.06.1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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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5백년 전에 쌓아올린 백제 성흥산성.산성의 이마에 늠름한 느티나무는 수백 년 땅 속 깊숙이 뿌리내리고,꼭 그만큼 하늘로 가지를 뻗어 올렸습니다.언덕 위에 서서 몇 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며 한 켜 한 켜 나이테를 둘렀습니다.굽이굽이 흐르는 금강,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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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1.05.1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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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은 노래합니다.무게중심이 움직여 지구가 기우뚱할까봐,차마 들판의 풀꽃을 따지 못했노라고…날아가는 새의 깃털이 땅에 사쁜히 내려앉을 때잠깐 지평선이 기울었다고…아주 작은 존재 하나가 지니는 무게는지구를 들었다 놓을 수 있는 힘이 있다고…저렇게 비단처럼 깔아놓은 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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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1.04.1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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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오기 마련입니다.버들가지에 눈이 트고 매화꽃망울이 벙그는 것도불어오는 저 바람 때문입니다.지나간 세월 때문입니다.지구 온난화로 인해 우리 나라 식물들의 꽃 피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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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1.03.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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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지나면서부터 뒷동산에 올라가 소나무 관솔가지를 꺾어 모으고 솔방울도 함께 주워옵니다. 길을 지나다가 분유 깡통이나 통조림 깡통을 발견하는 것은 정말 큰 행운입니다.고무가 덧입혀진 전깃줄도 참 귀한 때여서 소중하게 모아둡니다.깡통에 못으로 구멍을 뚫고 전깃줄로 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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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1.02.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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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미술시간에 하얀 도화지를 앞에 놓으면 작은 설렘과 어쩌지 못하는 부담감이 함께 밀려오던 기억이 새롭습니다.한 해의 벽두에 서면 역시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합니다. 손톱 밑에 박힌 가시처럼 은근히 신경 쓰이는 작은 일부터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커다란 문제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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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1.01.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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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쉑! 쉐쉑!기러기의 날갯짓 소리가 무겁습니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늦은 오후. 기러기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오릅니다. 먼 길 날아와 따뜻한 남쪽에서 겨울나기 하는 철새들. 그들의 천국이 서산 간월호 주변에 펼쳐져 있습니다.기러기는 1년에 1만㎞가 넘는 거리를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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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0.12.17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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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성탑(聖塔)* 찾아가는 길에 안개가 무겁게 밀려왔습니다. 마음이 한없이 어디론가 막무가내로 흐르다 멈춰 출렁거리는 것 같이 안개가 뭉클거리며 흐릅니다.가을이면 자주 송대*에 안개의 강이 흐릅니다. 안개 속에서 소나무들이 옅은 회색을 두르고 아침을 맞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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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0.11.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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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서리 내리고 아침햇살 퍼지는 시간, 차가운 돌담에 담쟁이가 빨갛게 익었습니다. 붉은 마음 간직하고 떠나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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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amoo
2010.11.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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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가을비가 소나기처럼 내렸습니다. 바람도 거세게 불어 은행잎이 하릴없이 날렸습니다. 엽락귀근(葉落歸根)! 떨어진 잎은 이제 뿌리로 돌아옵니다. 옆집의 감나무 이파리 하나 동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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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amoo
2010.11.1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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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장수(長水)군 장안(長安)의 산마루에 섰습니다. 아침 안개가 걷히면 저 멀리 지리의 천왕봉과 반야봉을 잇는 산줄기가눈앞으로 다가와 품에 안깁니다.지난 계절 폭염과 폭풍우 속에 가슴에 품었던 열정이 위로 솟구쳐 하얀 그리움이 되었습니다.서쪽으로 기울던 해의 잔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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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황인철
2010.10.08 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