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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으로 세종대왕 8년에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광(光)은 빛이고 화(化)는 천지만물이 조화롭게 생육한다는 뜻의 글자이다. 세종은 빛이 널리 비추어 천지만물이 조화롭게 생육하기를 바라면서 이 문에 광화(光化)라는 이름에 붙였다. 임진왜란 때 왜군...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5.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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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이십여 년 전, 지리산 실상사의 약수암에서 가을을 난 적이 있었다. 연꽃을 그리는 스님과 단 둘이 지냈는데, 내가 공양주보살 격이었다. 두 사람의 끼니였는데도 여간 성이 가시는 게 아니었다. 사나흘에 한 번은 산을 내려가 인월장이나 마천장에서 장을 봐야만 했다....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5.0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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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사 미륵전에는 미륵부처가 있다. 3층 높이의 장신으로 그냥 우뚝 서 있다. 미륵부처 앞에 불단이 있다. 불단에 삼배하고 그 옆의 통로를 통해 미륵의 발 쪽으로 들어갈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통로를 통해 미륵의 발을 만져보기 위해 가보면, 거대한 가마솥 위에 미륵부...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4.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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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란 무엇인가? 혁명은 '가죽 혁'에 '명령 명' 혹은 '목숨 명'이란 글자가 합성되어 이루어진 단어이다. 문법적으로는 '명을 혁하다' 라는 뜻이다. 명(命)의 뜻이 궁금하여 여러 책을 뒤적거려 보았다. '명'은 〈맹자〉, '진심장구상', 제1...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4.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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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근원'이라고 발음하거나 쓸 때마다 나는 어떤 공허에 시달려야 했다. 도대체 그 근원이란 것이 실재하는지에 대해서도 늘 의문이 들었다. 몸으로 감각할 수 없으니 '존재의 근원'은 구체가 아니라 언제나 추상이었다. 몸으로 만질 수 없고, 눈으로 볼 수 없고...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4.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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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사드라는 이름의 방어용 최첨단 전쟁무기라니… 최악의 야만은 가해자가 피해자인 척하는 위선에 있다. 미국과 일본이 바로 그러하다. 피해자 코스프레 놀이에 빠져 있는 가해자들은 모든 성찰을 거부해 버린다. 부끄러운 줄도 아예 모른다. 사드 배치는 트럼프가 아니라 오...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4.0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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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가 목탁이다. 나무를 방울 모양으로 깎고, 가운데를 반 정도 가른 뒤 속을 파내 완성한다. 나무의 속이 공(空)하지 아니하면 공명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그 속을 파내야만 한다. 소리의 공명을 색(色)이라고 한다. 소리의 색은 공...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3.3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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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그림과 함께 보는 원불교 교전〉이 새로 출간되어 일원상 아래 모셔두고 읽기 시작했다. 예전 교전과 달리 문장이 현대화되어 있어서 일단 반가웠다. 물론 세련되거나 일정한 수준의 문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쉽기는 했지만 이렇게 새로운 노력을...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3.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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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는 일반적으로 불가에서 어떤 신호를 할 때 쓰는 도구이다. 법회를 시작할 때, 법회가 끝날 때, 혹은 법회의 순서를 바꿀 때 죽비를 쳐서 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보내는 측면에서 보자면 굳이 죽비를 사용할 이유는 없다. 죽비를 치는 것이 본질이 아니라 순서가 바뀌거나...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3.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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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곧장 기도실로 올라간다. 두 개의 양초에 불을 밝히고 잠시 숨을 고른 뒤에 목채를 들고 좌종을 친다. 잠들어 있는 집안의 고요를 흔들며 종소리는 나직하게 퍼져 나간다. 목채로 종을 한 번 치면 텅 빈 공간을 울리며 종소리가 나와 퍼져나가는데 대략 칠팔...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3.0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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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기는 옷을 입지 않고 태어난다. 털 없는 짐승으로 태어난 아기의 피부는 연약하기 짝이 없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의 피부는 털이나 가죽 혹은 비늘로 이루어져 있다. 지구의 어디에서 살아가든 동물의 피부는 혹한과 혹서를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2.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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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숱한 경전들이 있다. 성경은 히브리어로 쓰였고, 불경은 고대 인도어인 빠알리어와 산스크리트어로 쓰여 있다. 반야심경의 예만 들더라도 산스크리트어로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반야심경은 현장이 중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 외에도 구마라습이 ...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2.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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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마음이 몸 밖으로 나온 것이다. 마음이 밖으로 나와 허공중에서 흩어지는 게 '말'이며, 그 말을 붙잡아 고정해놓은 것이 '글'이다. 마음은 몸의 길이고 몸은 마음의 집이다. 마음은 몸이 가야할 방향을 가리키며, 몸은 마음이 가리키는 길로 나아간다. 몸에 ...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2.1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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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는 코를 통해 전달되는 인류 최초의 화장품이었다. 마릴린 먼로의 잠옷은 '샤넬 NO.5'였다. 그녀는 잠옷을 입지 않고 맨 몸에 향수만 두어 방울 뿌리고 잤다. 곧 사라질 덧없는 향기를 입고 잠을 청한 것일까 아니면 덧없는 것 안에 잠재되어 있는 어떤 '영원한...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1.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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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인의 손은 사막여우의 귀다. 시인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마다 손바닥을 넓게 펴서 귓바퀴에 덧댄다. 그 모습이 마치 사막여우처럼 보였다. 손바닥을 살짝 오므려 귓바퀴에 대고 다른 사람의 말에 몸까지 기울이는 시인은 보청기를 자존심 관계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1.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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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원광보건대학교 구내 안경원에서 난시 돋보기와 누진다초점 안경을 맞췄다. 난시에다 노안이 겹친 눈이라 책을 읽으면 눈물이 줄줄 흘렀고, 운전할 때에는 먼 곳의 표지판이 흐릿하게 보였다. 지금은 새롭게 바뀐 돋보기를 쓰고 이 글을 쓰고 있다. 글자가 또렷하게 보이...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1.1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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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에 켠 불이다. 촛불은 제 몸을 태워 빛을 낸다. 제 몸을 태우지 아니하면 어떤 것도 빛을 내지 못한다. 세상의 모든 빛은 저렇게 제 몸을 태우는 것에서 온다. 햇빛은 태양이 제 몸을 태우면서 만들어내는 빛이다. 햇빛 속에서는 빛만 있는 게 아니라 열도 들어있다. 빛...
사물에 대한 단상
정도상 작가
2017.01.06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