梨花千萬片 배나무 꽃 천만 이파리 飛入淸虛院 청허한 집에 날아든다牧笛過前山 앞산엔 목동의 피리소리人牛俱不見 사람도 소도 안 보인다.'인적을 다 떨치고(人境俱奪)'- 휴정(休靜 1520 ~ 1604 조선 선조 때 승려)휴정의 본관은 완산, 속명은 최여신, 호는 청허(...
社稷昔艱危 지난날 사직이 어렵고도 위험하고 奔鯨蕩溟渤 날뛰는 고래가 큰 바다를 뒤엎었구나 關門失鎖약 관문의 자물쇠와 열쇠의 관리를 잘못해서 列郡如破竹 여러 고을이 대 쪼개지듯 당했도다 延秋呼白烏 연추문에 흰 까마귀 울어대고 宮闕烟塵勃 궁궐에 연기와 티끌이 일어났네玉輦累...
莫不苦長夜 기나긴 밤을 괴로워하지 않을 수 없노니誰令日未훈 그 누가 해를 저물지 않게 할 수 있으리오 欲看天地鏡 천지의 거울을 보려거든須自絶塵紛 반드시 속세의 먼지와 어지러움을 스스로 끊어야 하네.'가야산에서 석천의 운을 빌려(在伽倻次石川韻)'- 곽재우(廓再祐 15...
甲第春無十日紅 권세가 저택의 봄에도 열흘 붉은 꽃은 없고朝能斷腸暮隨風 아침에는 애간장 끊어지고 저녁에는 바람 따라 떠돈다네綠珠樓下香難返 녹주가 놀던 누각 아래에는 향기 다시 돌아오기 어렵고黃犬門東恨不窮 누런 개는 문 동쪽에서 원한이 끝이 없도다崔慶互爭移厚薄 최와 경이 서로 다투어 후박함과 야박함이 옮겨가고蘇朱交奪換雌雄 소와 주가 서로 빼앗아 암수가 바뀌었도
孤烟橫古渡 외로운 안개 옛 나루에 자욱하고寒日下遙山 차가운 해는 먼 산으로 넘어가네一棹歸來晩 노를 저으며 돌아가는 저물녘에招提杳靄間 아득한 노을 속에 절이 보이누나 *提 - 범어로 보리수, 절'배 타고 봉은사를 지나며(舟過楮子島奉恩寺)'- 정렴(鄭 1506-1549...
落日關山?霧橫 해 지는 관산에 독한 안개 깔리고角聲凄凉動邊城 호각 소리는 처량히 변방을 울리네將軍翠幕開淸宴 장군은 장막에서 잔치를 베푸는데羈客西風對短? 나그네는 서풍을 맞아 등불을 보네詩句却因愁裏得 시는 도리어 근심 속에서 얻어지고旅情多是病中生 나그네의 시름은 병 속에...
山有白雲洲白鷺 산에는 흰 구름 뜨고 물가엔 백로들 노니는데雲隨鷺去鷺隨雲 구름은 백로 따라가고 백로는 구름 따라 가네山雲洲鷺相隨處 산의 구름과 물가의 백로가 서로 따르는 곳에我方閑情共一群 나도 한가로이 한 무리가 되어 정을 나눈다네.'봉래집(蓬萊集)에서' -양사언(楊...
새해새 아침은산 너머에서도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금가루 흩뿌리는새 아침은우리들의 대화우리의 눈빛 속에서열렸다.보라발밑에 널려진 골짜기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마다빛나는눈부신 태양새해엔한반도 허리에서철조망 지뢰들도씻겨갔으면,새해엔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나도 그 깊은...
醉睡仙家覺後疑 선가의 집에서 취하여 자다가 깨니 이상해白雲平壑月沈時 흰 구름 덮인 골짜기에 달이 잠기는 때로다소然獨出長林外 훌쩍 깊숙한 숲에서 홀로 밖으로 나서는데石逕공音宿鳥知 돌길의 지팡이 소리를 자는 새도 아는구나.'조 처사를 찾아(訪曹處士山居)'-박순(朴淳 1...
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나타샤를 사랑은 하고눈은 푹푹 날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눈은 푹푹 ...
三杯撫長劍 석 잔 술 마시고 긴 칼 잡으며萬里渡龍灣 만 리 머나먼 용만 길 건넌다丈夫早許國 대장부가 나라에 몸 바쳤으니肯爲兒女顔 아녀자의 얼굴빛 어찌 지으랴長風吹客袂 긴 바람 나그네 옷소매에 들고落日低西關 지는 해 서쪽 관문에 나직하다驪駒忽在路 검은 말은 어느새 길에 ...
世之馨香之君子 세상에는 좋은 향기를 내는 군주가 없고時務蛇虎之苛法 요즘은 뱀과 호랑이처럼 가혹한 법만 일삼는다慘已到於伏雌 비참함은 이미 엎드려 사는 꿩에게 이르렀고政又酷於童 정치는 뿔 없는 양들에게 더욱 혹독하다民飽一盂飯 백성이 한 사발의 밥에 배가 부르면官涎而齎怒 관...
肅肅落葉聲 쓸쓸히 낙엽 떨어지는 소리錯忍爲疎雨 성긴 비 내리는 줄 잘못 알고呼童出門看 아이를 불러 문을 나서 보니月掛溪南樹 달이 시내 남쪽 가지에 걸렸네.'가을밤(秋夜)'-정철(鄭澈 1536-1593 조선 중기의 문인)정철의 호는 송강(松江), 시호는 문청(文淸)으...
새우마냥 허리 오그리고뉘엿뉘엿 저무는 황혼을 언덕 너머 딸네 집에 가듯이 나도 인제는 잠이나 들까굽이굽이 등 굽은 근심의 언덕 너머 골골이 뻗치는 시름의 잔주름뿐, 저승에 갈 노자도 내겐 없느니소태 같이 쓴 가문 날들을 여뀌풀 밑 대어 오던 내 사랑의 봇 도랑물인제는 ...
秋江百里正平虛 가을 강 백리가 잔잔하고도 텅 비어서泛泛輕舠聽所如 가벼운 거룻배 가는 곳 가만히 들어본다莫學群兒爭笑餌 사람들아 미끼에 다투면서 웃지를 말아라渭翕竿下不歸魚 위수* 강가의 낚싯대엔 고기 물리지 않는다.*위수- 황허의 큰 물줄기로서 강태공이 낚시한 강 '어부(漁父)'- 송순(宋純 1493-1599 조선 중기의 문인)전남 담양 출신인
湖堂久不寐 호당에서 오래도록 잠은 오지 않고夜氣著人淸 밤 기운이 스며들어 정신이 맑아지네葉盡知秋老 나뭇잎 다 지니 정녕 늦가을이로다湖明見月生 호수는 밝고 솟아나는 달이 보이누나疎松搖榻影 성긴 소나무 그림자 평상에 흔들리고 塞雁落沙聲 변방의 기러기 모래에 앉는 소리구나自...
누가 죽어 가나 보다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반만 뜬 채이 저녁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애 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정녕코 오늘 저녁은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어디로
十月淸霜重 시월에 맑은 서리 거듭 내려芳叢不耐寒 예쁜 꽃이 추위를 못 견디네枝條將萎絶 큰 가지 잔 가지 시들려 하고花예半凋殘 꽃송이는 반이나 떨어졌구나北關承朝露 북문에서 아침 이슬 받았으니東籬謝夕飡 동쪽 울에서 저녁밥을 사양한다貞根期永固 곧은 뿌리 늘 굳세기를 기약해歲...
路草無名死 길가의 풀은 이름 없이 죽어 가고山雲恣意生 산속의 구름은 자유로이 사는구나江流無限恨 강은 가없는 한스러움 흘려보내나不與石頭爭 돌의 머리와는 다투지를 않는다네.'황강정사에서(題黃江亭舍)' -조식(曺植 1501-1572 조선 중기의 학자)조식의 본관은 창녕,...
結茅爲林廬 띠 풀 엮어 숲 속에 초가집 지으니下有寒泉瀉 아래로는 차가운 샘물 흐르는구나棲遲足可娛 늦게 찾아와 살지만 가히 즐거워不恨無知者 아는 사람 없어도 한스럽지 않도다.'한서암에 살면서(寒棲)-이황(李滉 1501-1570 조선 중기의 학자)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