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74: 원불교 수행에서 어떤 의심이 필요한가요?

답: 많은 사람들이 원불교도 믿음의 종교일텐데 의심을 하라고 하니 그것이 무슨 뜻일까 당황할 수가 있습니다. 그것은 의심과 불신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신(信)은 진리 또는 법에 대한 믿음을 의미하며 의(疑)는 현상, 또는 사실에 대한 의문을 의미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원불교도 종교이기 때문에 본질에 대한 철저한 신앙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현상에 대한 것은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여기서 본질에 대해서 의심을 가지면 그것은 불신이 됩니다.

원불교의 수행을 위해서는 철저한 의심이 있어야 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불교의 선종에서는 스승이 제자에게 제시한 문제. 공안(公案)이나 고칙(古則)중에서 후학들에게 지혜를 연마시키거나 성리를 단련시키기 위하여 제시한 문제로 화두가 있습니다.
수행인은 화두를 오래오래 연마하여 그 뜻을 깨닫게 되면 스승과 문답을 통하여 인정받게 됩니다.

불교의 화두와 비슷한 것으로 원불교 〈정전〉에는 의두요목(疑頭要目)으로 20개 항목이 있습니다. 이 의두요목은 사리연구의 깊은 공부로써 사리간에 명확한 분석력을 얻도록 하기 위해 선정한 것으로 대종사님께서 직접 선정한 것입니다. 교단 초기에는 문목(問目)이라 하여 137항목을 선정하였습니다. 의두를 연마하는 것은 보다 참 신앙을 위한 첩경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가에서 의문을 가져서는 안되는 4가지 과제가 있습니다. 이를 부처님이 묵묵부답으로 임하신 4종무기라고 합니다.
부처님이 사위국 재승림급고독원에 계시던 어느 날, 만동자 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제법(諸法)의 무상을 설명하면서도 세계는 영원한가, 무상한가라는 질문에 침묵하셨습니다.

무아를 설하면서도 자아의 유무에 대한 물음에 답하지 않으셨습니다. 생사에서의 해탈을 설하면서도 여래의 사후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업보를 설하면서도 업보가 자작자각(自作自覺)인가, 타작타각(他作他覺)인가를 물으면 침묵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모순된 명제를 분별하려는 사람은 독화살을 맞고서도 그것을 뽑으려하지는 않고, 먼저 독화살의 재료나 출처 등을 알려고 하는 사람과 같이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한양대·중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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