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중시계의 의미

원기4년 3월 방언공사 후 시작한 법인기도에 관한 교사를 보면 '기도 당일에는 오후8시 안으로 일찍이 도실에 모여 대종사의 교시를 받은 후, 9시 경에 기도 장소로 출발하게 하였다. 기도는, 10시부터 12시 정각까지 하며, 기도를 마친 후 또한 일제히 도실에 돌아오되, 단원들이 각각 시계를 가져, 기도의 시작과 그침에 서로 시각이 어긋나지 않게 하였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선진님들의 말씀에 의하면 대종사님은 구인 제자들에게 삿갓과 회중시계를 사주셨다고 합니다. 시계는 당연히 시각을 맞추기 위한 것이고 삿갓은 우천시를 대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비가 오더라도 정한 날짜와 정한 시각에 기도를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대종사님의 기도에 대한 정성과 제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습니다.

대종사님이 제자들에게 사주신 시계의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시계는 때를 알기 위한 기계입니다. 출근을 하거나 약속을 하거나 때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시계를 늘 가까이 합니다. 대종사님은 우리에게 어떤 '때'를 알려 주시려 했을까요?

이렇게 추측해봅니다. 지금은 물질이 개벽된 때이다. 자칫하면 물질의 노예 생활을 면할 수 없는 때다. 정신 차리고 정신을 개벽할 때다. 앞으로는 네 종교 내 종교의 울을 넘어서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할 때다. 도덕적 위기로 창생의 도탄이 극심해지려는 때다. 방언으로 일심합력 해야 할 때다. 우리가 사 없는 마음으로 천의의 감동을 얻어야 할 때다. 목숨을 걸고 기도할 때다. 혼자서가 아니라 10인이 1단을 만들어 한 마음 한 기운으로 똘똘 뭉쳐서 기도하고 창생을 제도할 때다….

이런 마음으로 시계를 사주시지 않았을까요? 대종사님 그 시계가 우리 가슴에서 영원히 째깍거리며 돌아야겠습니다.

<교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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