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도광 교무·원광대 원불교학과

( 논 설 위 원 )

마음에 대한 학제간 연구를 통해 새로운 융합학문으로 성숙시키고자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산하에 마음인문학연구소를 만들어 1월 25일 출범식을 가졌다. 마음에 대한 화두와 인류사회 갈등과 위기를 넘어설 대안을 고민하면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마음인문학의 학문적 체계를 구상하였다. 연구소 미래의 장대한 꿈은 '마음인문학'을 발전시켜 인류사회가 처한 정신적 위기, 문명 위기 현상을 극복하는 대안을 만들어,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자 함이다.


현재, 우리 인류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부는 이루었지만, 심각한 문명의 충돌, 인간성 상실과 존엄성 파괴현상을 체험하고 있다. 인류문명의 위기는 바로 인문학의 위기이다. 인문학자들이 인간이 처한 문제들에 대해 충분한 해답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마음인가? 인간의 존재와 가치를 깊이 자각하고 삶의 행복과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희망이며, 그 근간을 이루는 것이 곧 마음이기 때문이다. 마음과 몸, 그리고 자연과 생명을 뗄 수 없는 생명적 관계를 가지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처럼 그 중심에 마음이 있다. 소태산대종사는 "그대들의 마음은 곧 하늘의 마음이라"하면서 "각자의 마음에 능히 천의를 감동시킬 요소가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 당부하였다.


인간이 처한 문제들을 근원적으로 치유할 수는 없는 것인가?라는 화두를 통해 마음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시도하려는 것이 마음인문학이다. 아마도, '마음'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학문적 가능성과 효용성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마음에 대한 인문학 연구는 오랜 역사와 깊이를 가지고 있고, 통합적 시각은 학문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최근, 서구학계는 철학과 정신과학이 만나면서 마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분석심리학, 정신과학, 신경과학, 뇌과학, 인지과학뿐만 아니라 물리학과 연관한 마음체계에 대한 연구는 마음이 개인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집단, 자연환경, 물리현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마음에 대한 연구가 늦어지면, 마음에 대한 연구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예상된다. 결국, 마음인문학은 동양과 서양의 문학, 사상,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전개되었던 마음에 대한 연구결과를 통시대적으로 소통하는 학문이다. 인류 정신문명의 조화로운 발전을 실현하는 보편적 학문인 셈이다.


마음인문학의 학문적 비전은 한국 인문학의 세계화를 이루고 조화로운 세계질서에 크게 이바지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사상분야를 중심축으로, 그것을 치유와 도야분야에 응용하고 그 연구 성과는 공유를 통해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융합적인 연구체계를 갖추는 작업이 중요하다.


동서양의 철학과 문학, 사상과 종교의 마음담론에 대한 종합적 성찰을 통해 학문적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마음에 대한 사상적 연구성과를 치유분야에 응용해서 개인의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를 진단하고 병리현상을 치유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사상과 치유의 학문적 성과를 도야 즉, 교육분야에 응용해서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추구하고 이러한 성과를 교육 매체로 활용해 사회적 확산을 이루는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시대에 겪는 다양한 문제들이 개인적, 국지적 문제에서 범세계적인 문제로 확산되었고 인류공동체가 다함께 풀어내야 할 과제로 다가왔다. 현대 사회의 병폐와 인간의 실존적 위기는 이를 치유하려는 의지와 실천을 통해 극복가능하다. 마음인문학이 어느 특정 사상에 편중되지 않고, 문학· 사상·철학 등 인문학 전체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학문적 객관성과 보편성을 갖출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인문학 위기의 추운 겨울이 지나 이제 막 인문학의 봄이 돌아오고 있다. 지금은 마음인문학의 씨앗을 뿌려 가꾸어야할 때이다. 그 씨앗을 뿌릴 터전을 마련하는 것은 "마음을 얻어야 사람을 얻고 사람을 얻어야 천하를 얻는다"는 속담처럼 나와 너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얻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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