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아 마음아 뭐하니? 나랑 놀자!

▲ 명상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천진하고 다양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어린이를 '하늘사람'이라고 표현했던가. 그래서 어린이들의 마음은 하늘마음일 수밖에 없다. 구례를 찾아가는 길은 오밀조밀한 정겨움이 함께 했다. 능선의 아름다움도 제법 묘미를 더했다. 부드러운 산세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이끈다.

구례원광어린이집(원장 서치선)에 도착하니 현관문에 '오늘도 마음공부 잘합시다'는 문구가 눈에 띤다. 원광어린이집 캐릭터와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명상의 시간


건물안으로 들어가니 첫 느낌은 낮은 천정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실내장식은 한지로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벽지 색깔도 교실마다 다르게 꾸며 개성을 살렸다. 각 반의 이름도 '행복을 꿈꾸는 마음반', '순수 천사 맑은반', '희망솟는 자비반' 등 새싹 그림과 더불어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오전10시. 구례원광어린이집은 매일 이 시간에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5분전에 명상 준비 음악이 흐른다. 각 반의 아이들은 어느새 둥글게 앉아 명상 자세를 취한다.

명상음악과 함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하늘사람들에게 아빠다리를 하게한다. 하늘사람들은 손을 무릎위에 얹고, 허리를 곧게 편다. 이어 예쁜 눈을 감고, 단전호흡을 하며, 마음거울을 바라보게 한다. 지금 착한 마음의 꽃이 씨앗으로 싹트기를 염원한다. 아이들은 제법 좌선의 모습을 취하며 입정한다. 아이들의 눈을 감은 모습도 다양하다. 눈을 꼭감은 모습, 반개한 모습, 윙크하는 모습 등 천진함 그대로다.


마음스티커, 마음그림, 마음일기

명상을 마치고 아이들은 한사람씩 자기의 이름을 넣어 힘차게 외친다. "효정이는 원래 훌륭한 사람입니다." 전체 아이들이 훌륭한 사람임을 외치고 나니 무언가 희망의 기운이 감돌았다. 서 원장은 "나는 원래 훌륭한 사람입니다는 자기 마인드컨트롤이다. 콩나물에 물 주듯이 아이들에게 긍정의 힘을 넣어주고 있다. 아이들이 명상을 매일 하니 차분하고 질서가 잡혀갔다. 3년간의 결과물이다"고 말했다. 이어 발요가로 몸을 가볍게 풀어준다.

명상을 하고난 아이들의 반응은 "기분이 좋아졌어요, 행복한 마음이 됐어요"라고 표현했다. 감사반의 신희창(6세) 어린이의 사례는 지금도 이야기 되고 있다. 신 어린이는 작년 여름에 부모님과 함께 계곡으로 놀러갔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신 어린이가 갑자기 바위 위에 앉아 명상자세를 취하고 입정을 했다. 이에 부모들은 어린이집의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물소리만 들어도 내마음을 멈추고 바라보는 공부를 저절로 한 것이다. 마음 바라보는 공부가 이제 실생활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만2세 반인 햇살가득 보은반은 마음날씨 스티커로 마음공부를 체크한다. 나이가 어려 하늘날씨를 설명해 준 뒤 마음 날씨와 연계시킨다. 한 아이는 "내 마음도 하늘처럼 쨍쨍하고 좋아요"라고 표현한다.

 

▲ 마음날씨 스티커.

 



박화순 교사는 "아이들이 마음이나 경계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그 말을 계속 사용하다보니 일상화가 됐다. 지금은 마음을 멈추고 마음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어릴때 부터 내기분을 알고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한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을 통해 오히려 교사들이 마음공부를 하게 되었다. 양은주 교사는 "여기서 보람은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제가 화가 나 있으면 아이들이 먼저 '선생님 경계가 왔어요? 저희가 말을 더 잘 들을께요'라고 말할 때는 뜨끔했다. 아이들은 제 마음을 그대로 비추어주는 거울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마음공부는 학부모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어느날 한 학부모가 질문하기를 "선생님 아이가 집에 와서 계속 경계라고 하는데 경계가 도대체 뭐예요?"라고 물어왔다. 이렇듯 마음공부는 아이와 학부모, 교사들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

서 원장은 이런 점에서 교사들에 대한 교육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어린이집 교사는 그 어린이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인성을 맡은 교육자다. 교구나 교재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교사들이 능력발휘를 할 수 있다. 교사들이 행복해야 아이들에게 그 행복이 그대로 전해진다. 인센티브를 확실히 준다. 투자한 만큼 결과는 온다. 절대적 불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교사들도 스스로가 마음공부에 관련된 교육계획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음공부 프로그램으로 '나에게도 마음이 있어요', '나의 마음날씨, 친구의 마음날씨, 가족의 마음날씨', '내 마음을 찾아보아요' 등 마음을 통한 인성교육으로 승부수를 내고 있다. 교육지침인 천진성을 발현하고 성자의 혼을 심어주는 어린이상을 그대로 나투고 있다.

▲ '화난 경계'를 주제로 기재한 마음일기.

 


서 원장은 "아이들을 최고로 키우고 있다"며 "가장 큰 보람은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변했다고 칭찬할 때다"고 표현했다. 이렇듯 구례원광어린이집은 안과 밖으로 내실을 갖추고 내일을 여는 사람농사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

어린이집을 졸업하는 이현경 어린이가 '졸업'이라는 제목으로 편지글을 남겼다.

'드디어 졸업을 하여 어린이집을 떠나니까 슬퍼요. 어린이집을 떠나면 초등학교에 가고 하연이랑 피아노 학원 끝나면 어린이집에 같이 가야지요. 선생님들도 보고 동생들도 봐야지요. 우리가 초등학교 가면 동생들 잘 돌봐주세요. 행복하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 '나는 원래 훌륭한 사람입니다'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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