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기도봉 저기도 기도봉


2주 전 글부터 법인기도의 의미와 단장님들의 역할을 세 가지 상징을 통해 음미해보고 있습니다. 죽음도 넘어서는 결단의 상징으로서의 칼, 우리 회상이 탄생하게 된 때와 우리가 나서야 할 때를 상징한 회중시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오늘은 기도봉의 의미를 새겨봅니다.

대종사님과 9인의 제자들은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각자의 기도봉을 올랐습니다. 천의(天意)를 감동시키도록 정성을 다한 기도는 법계의 인증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기도를 돌아봅니다. 교당을 다니면 여러 가지 법회와 의식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기도에 동참하게 됩니다. 100일 기도, 1000일 기도 등.

기도의 기회는 많은데 그만큼 정성을 다하고 있는지는 늘 개운치 않습니다. 더구나 초창 당시의 선진님들의 기도를 생각해보면 왠지 모르게 우리의 기도를 반성하게 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세상은 기도 없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입니다. 안전하게 길을 걷는 것, 자녀들이 학교를 잘 다녀오는 것, 밥 한 끼 식사를 맘 놓고 하는 것, 전쟁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내는 것, 순간순간 내 마음을 제대로 쓰는 것, 온갖 경계에 넘어지지 않는 것, 인류 문명이 이렇게 존재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을 깊이 생각해보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길을 가면서도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무언가 거룩한 목적을 더할 때 우리의 삶은 '여기도 기도봉, 저기도 기도봉'일 것입니다. 발길 머물고, 마음 머무는 곳곳이 기도봉이 될 때 9인 선진님들의 뒤를 이을 수 있고, 대종사님이 든든하게 여기는 훌륭한 단장이 될 것입니다. 9인 기도봉은 영산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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