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와 그의 친어머니 이야기

▲ 정우진 교도·여주교당



인류의 역사를 바꾼 네 개의 사과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가 기독교 원죄설을 만든 이브의 사과, 두 번째가 만유인력의 법칙을 만든 뉴턴의 사과, 세 번째가 입체파 화풍을 만든 세잔의 사과, 네 번째가 아이폰 혁명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의 애플사 사과라고 한다.


어떤 이는 사과농장주들이 만들어 낸 우스개 소리일 뿐이라고도 하지만 마지막 사과는 그 창업자와 관련하여 매우 인상적이다. 첨단기업 애플사를 만들었고 지금도 췌장암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아픈 몸을 이끈 채, 아이폰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이가 스티브 잡스다. 컴퓨터계의 악동이자 선지자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혁명 이전에 한 생명의 고귀한 인간승리로 존경을 받기도 한다.


필자는 스티브 잡스의 친 어머니와 스티브가 양부모에게 넘겨진 과정에 주목한다. 잡스의 친어머니 조앤 캐롤은 미혼모였다. 비록 대학원에 다니던 상태이긴 했지만, 정식 결혼식을 거친 후 낳은 아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기가 주도적으로 결정하여 아이를 낳았고, 입양하는 과정에서 잡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양부모를 꼼꼼히 면담하여 '아들을 반드시 대학을 졸업시키겠다'는 조건하에 입양동의서를 써주었다. 그 양부모가 고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자동차수리공 폴과 그의 아내 클라라이다.


가난한 자동차 수리공으로서 양아들 잡스의 실험을 위해 자신의 자동차 수리창고를 내 준 양아버지 폴은 잡스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학업과 불투명한 미래, 미혼모라는 부담 속에서도 주체적으로 아이를 낳고, 그 아이에게 최상의 조건을 찾아 넘겨준 캐롤의 모습이 당당하기만 하다. 또한 잡스 친모와 약속한대로 잡스의 대학 교육을 위해 평생 모은 돈을 다 써버리다시피 한 양부모가 없었다면 오늘의 잡스는 없었을 것이다.


동시에 우리 사회에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신생아유기 사건 소식을 접한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아파트 의류 분리수거함에서, 심지어 거리의 쓰레기통에서 갓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생아들이 발견된다.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은 모두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 아이들의 엄마가 미혼모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과 특히 10대 미혼모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잡스의 친어머니 캐롤의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누구도 모르게 핏덩이를 낳아 유기한 채 사라져버린 우리의 10대 미혼모들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많은 이들은 세상 말세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잡스의 어머니 캐롤처럼 당당하게 출산하여 아이에게 최상의 조건을 찾아주고 싶지 않겠는가? 최근 '(사)함께하는 사랑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연간 미혼모가 낳은 신생아는 2만 6천여 명에 달한다. 미혼모 중 86%는 낙태를 생각하고 신생아중 30% 가까이가 장애나 기형을 보인다고 한다.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모의 83%가 고졸이하이다. 이 중 17%만이 대학재학 이상이다. 심지어 고등학교 중퇴 이하가 35%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사회의 잘못된 남녀불평등이 이 세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미혼모는 있으나 미혼부는 없다. 시설입소 미혼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자친구의 임신소식에 미혼부 역할을 해야 할 남자친구가 사라지거나 헤어진 비율이 60%에 이른다. 오직 7%정도만이 결혼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실이 문란하여 어린나이에 아이를 가졌다'는 싸늘한 사회적 시선과 '집안 창피고 말도 꺼낼 수 없으니 알아서 하던지 집을 나가라'는 보통 가정들의 모습, '나도 힘들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나중에 만나자'라는 말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린 남자 친구들, 어렵사리 알고 찾아 간 미혼모 쉼터에서 '더 이상은 자리가 없으니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한다. 이 상황에서 고등학교마저 제대로 마치지 못한 우리의 10대 미혼모들은 어디로 가야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이들의 남은 학업을 위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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