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빛 봄날, 공부씨 뿌리다

 

▲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을 주제로 수요법회가 진행 중이다.

 

▲ 수요교리공부방의 파안대소.
만물이 생생약동하는 3월에 마포교당(교무 최은종)의 봄소식이 전해졌다. 공부하는 교당을 찾아가는 것은 마치 봄마중 가는 것처럼 따스하다. 마포교당은 매년 봄과 가을에 3개월씩 수요교리공부방 문을 연다. 개강 첫날인 2일 오전10시, 수요법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수요법회는 즉문즉답

법당에 들어서니 봄맞이를 하듯 연두빛 블라인드가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이번주 수요법회 주제는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이다. 법회 진행은 교무와 교도들의 즉문즉답으로 이루어졌다. 일방적이지 않았다. 묻고 답하며 생활속 법의 문답이 그대로 드러났다.

최 교무가 먼저 교도들에게 "불법시생활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신소영 교도가 먼저 포문을 연다. "교리공부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 솔직히 잘 모르겠다. 불법시생활이라는 말을 쓰면서도 설명이 안된다. 마음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더 모르겠다는 것이다. 법회만 보았지 공부를 안한 것이 사실이다. 귀동냥만 늘어서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만 알고 있다."

이어 최 교무는 박원흥 교도에게 "불법을 생활속에서 잘 사용하고 있느냐"고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한다. 박 교도는 "아들과 며느리가 법회에 나와서 일원가정이 되는게 소원인데 생전에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들이 '제발 교당 가자는 말만 하지 말아달라'고 하니 난감할 노릇이다"고 고백을 한다. 가족 교화를 하지 못한 교도라면 누구든지 공감하고 고민하는 부분이다. 박 교도는 손가락이 패일 정도로 법문 사경을 할 만큼 공부심으로 매진하고 있었다. 김은화 교도는 "불법이란 내안에 법신불을 모시고 있는 것이다. 생활하면서 불법을 갖다댄다. 누가 물어보면 사은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의지할 곳은 법신불밖에 없다. 저도 말 주변이 없어서 설명을 제대로 못한다"고 마무리 지었다.

불법이 생활속에 나타나야

수요법회에 참석한 교도들의 이야기를 꼼꼼히 들은 후, 최 교무는 "불법을 경전에만 모시지 말라"고 주문한다. 이어 "일어나기 이전의 마음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불법시생활이다. 생활자체가 법이 되도록 노력해야 된다. 법이 교전속에만 있으면 안된다. 생활속에서 나타나야 된다. 입정을 했을 때 그 마음 그대로가 불법이다. 어떤 감정이 끼지 않고 나오는 말은 일원상진리 자리에서 나온 말이기에 법이 된다"고 말했다.

원불교는 마음공부하는 곳이기에 마음을 잘 써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무가 수요법회와 수요교리공부방을 개설한 것도 '교도들이 공부해야 교무도 공부한다'는 것을 알고 부터다. 일요법회의 설교만으로는 교도들에게 교법의 갈증을 해소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공부방을 통해 교도들의 공부심을 진작시키고 있다. 마포교당은 특히 신입교도가 들어오면 법회 후 6주 동안 신입훈련을 시키고 있다. 신소영 교도는 "교화를 많이 하고 싶다"며 "교화를 하려고 하니 교리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수요교리공부방은 야단법석

오후7시30분에는 수요교리공부방이 진행된다. 수요교리공부방은 올해로 3년째 이어오고 있다. 2년동안 〈교사〉와 〈대종경〉 서품, 교의품, 수행품, 인도품을 공부했다.

봄학기 대종경 공부는 '인과품'이다. 박세진 교도의 진행으로 인과품을 읽고 자연스럽게 회화했다. 최 교무는 모든 진행을 박 교도에게 일임한 듯 오전 법회와 다르게 말을 아꼈다. 교도들 스스로가 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하는듯 보였다. 인과품 1장을 함께 봉독한다. '우주의 진리는 원래 생멸없이 길이 길이 돌고 도는지라… 주는 사람이 곧 받는 사람이 되고 받는 사람이 곧 주는 사람이 되나니, 이것이 만고에 변함이 없는 상도(常道)니라.' 박 교도가 상도에 대해 "항상 있는 도"라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인과의 원리에 대한 말씀인 것 같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 결국은 잘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교도들은 공부내내 '모르겠다'는 말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배우는 사람은 진실해야 온통 가져갈 수 있음을 터득시킨다.

▲ '교도들이 공부해야 교무도 공부한다'는 최은종 교무.

 솔직한 문답감정과 회화

이때 김진헌 교도가 공부 사례를 발표한다. "직장에서 후배 직원에게 엑셀을 가르쳐줘도 계속 물어와 요란했는데 스스로 생각해보았다. 저도 다른 분야에서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 도움 요청을 할 일이 있을 것이다."

한 주제에 대해 교도들간의 회화가 활발하다. 오성제 교도는 "가르칠 때 내 시간을 뺏기는 것 같지만 오히려 배우는게 많다. 나 역시 어디서 배우고 나온게 아니라 누군가에 배운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오 교도는 그동안의 공부심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육근을 작용할 때 내가 쓴대로 거울을 보듯이 그대로 나타난다. 그 사실을 안지 얼마 되지 않았다. 눈과 귀와 입으로 알게 모르게 지은 죄가 인으로 만들어 반드시 내가 가져간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것을 했으니 만회가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다른 것으로 보상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호리도 틀림없이 내가 짓고 내가 받는다는 것이다. 이 생에 참회하지 않을 수 없다. 무서운 법문이다. 결국 내가 나를 만들고 내 육근이 나를 만든다." 이어 박세진 교도도 "그렇다. 인과는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어느 순간 발목을 잡는다. 당장 죄를 지을때는 보상과 벌이 없는것 같은데 업인의 씨앗은 이미 뿌려져 결과를 나툰다"고 공감의 뜻을 표했다.

최 교무는 인과의 진리를 명료하게 드러냈다. "인과품 1장은 불생불멸과 인과보응을 말씀하고 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주지만 자식이 그것을 갚을려고 할 때는 기다려주지 않고 열반하실 수 있다. 꼭 받은 사람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다. 돌고 도는 이치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내가 남에게 하는것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은 내가 배운 것을 더 확실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콩을 심으면 콩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심는다. 콩 심으면 콩나는 것이 진리다" 마음작용도 똑같다는 것이다.

 

▲ 봄맞이를 하듯 연두빛 블라인드가 햇살을 받아 빛

▲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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