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환경은 심리적 안정을 가져온다"

▲ 담이 없는 삼정원 삼동관 전경.

▲ 직업재활의 일환으로 양말에 택(Tag)을 다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삼동관 실내정원.
▲ 보호동 생활인들이 김도영 사무국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정신요양시설인 삼정원에는 담이 없다. 대신 푸른 팬스가 담 구실을 하고 있다. 그 사이로 생활인들의 동경의 대상인 바깥 세계가 훤히 보인다. 생활관인 사은관과 4월12일 준공식을 갖게 되는 삼동관 역시 마찬가지다. 209명의 생활인들에게 언젠가는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사무실에서 만난 김명덕 원장(사회복지법인 삼동회 이사장)은 "어려움은 있으나 한 사람이라도 재활시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 목적이다"며 "생활인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과 다양한 행사 등을 통해 재활을 돕고 있다. 생활인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삼정원은 사회재활사업의 일환으로 사회기술 훈련, 사회적응 훈련, 일상생활 훈련을 시키고 있다. 주간 활동 프로그램으로는 비누만들기, 영화감상, 사회봉사, 레크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의료·직업·교육재활사업은 물론 생일잔치, 레크리에이션, 야유회, 여름캠프, 테마여행을 진행한다.

김 원장은 "직원과 생활인들간에 한 가족 같은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생활인들이 종속적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아끼고 보살피고 도와서 최대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삼정원은 만성정신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생활인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며 안식처인 셈이다

천진스런 인사

1층 사무실을 나와 삼동관 2층 보호동으로 향했다. 트여진 문틈으로 보니 생활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생활인들이 연속극 시청을 하고 있다. 바닥이 차갑지 않는 모양이다. 지열공사로 인해 언제나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텔레비전 시청 역시 주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서도 인사를 하는 모습이 정겹다.

이선자(43) 재활2팀장은 "생활인들은 조그마한 것이라도 도와주면 감사하게 생각한다. 직원들은 물론 외부인들에게 인사를 잘한다"며 "갈수록 가족들에게 소외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보호동 문을 열고 나오자 합창하듯이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라며 구김없이 인사한다. 천진스럽다.

복도를 따라 방문한 개방동 생활인들의 인사 잘하기는 매 한가지다.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이 눈매에 쓰여 있다. 합장을 하며 그 인사에 답했다.

이어 김도영 사무국장의 안내로 세탁장으로 들어섰다. 세탁물들이 칸칸이 반듯하게 정리돼 있었다. 남녀 세탁물을 구분시켜 놓아 혼돈을 없앴다. 속옷에서부터 여름 옷, 춘추 복, 겨울 옷 공동이불 등 다양했다.

양기숙 사회복지사는 "생활인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전에는 단체복 위주였으나 이제는 생활인들에게 맞게 수선 한다"며 "양발을 하나 사더라도 공장에 가서 샘플을 비교해 생활인들에게 편리한 것을 구입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정성스러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헌옷은 수선하여 여러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세탁물에도 EM을 희석시켜 넣는다. 생활인들이 피부질환으로 인해 병원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할 정도다. 이러한 노력으로 여러 단체에서 견학을 오는 곳이 많다.


환경사랑과 사회봉사단

삼정원 가족들은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생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 또한 누구보다 앞장선다. 생활인들을 대상으로 한 식당 자율배식은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김 사무국장은 "1단계로 수저 놓는 것과 밥을 자율적으로 담도록 했다. 이러다 보니 먹는 욕구가 해소됐다. 생활인들 스스로가 환경을 생각하며 식사량을 조절하는 능력이 생겼다. 1단계가 성공을 거두면 금년 하반기까지 2단계로 반찬을 자율적으로 담게 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소각장을 없애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 것도 환경사랑이라 볼 수 있다. 삼정원의 환경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3월25일 발대식을 가진 '삼정원 사회봉사단'이 환경 지킴이로 나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깨끗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김사무국장은 "인과적으로 볼 때 신체 건강한 생활인들의 경우에는 지역사회를 위해 조그마한 환경 활동이라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회의 일원이라는 자신감은 물론 스스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사회봉사단은 지역사회에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 훈훈함을 더해 주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1∼4시까지 소그룹 활동으로 지역사회 환경 정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남자 생활인은 쌍릉, 금마서동 공원, 수도산 공원, 배산공원, 익산토성에서 쓰레기 줍기를 하며 여자생활인은 동고도리와 서고도리에 거주하고 있는 독거노인의 집안 청소 및 말벗을 하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는 생활인 50명과 직원 30명이 왕궁 유적 전시관 일대, 미륵산·미륵사지 일대에 대해 대단위 봉사에 나선다. 이를 위해 직원들이 항상 근접 보호를 하고 있다.

박세훈 단장은 "지역 사회 환경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봉사에 참여하다 보니 마음이 많이 정화되는 느낌을 갖는다. 주위가 깨끗해지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안하다"는 느낌을 전했다.

생활인들의 심리적 안정

ㅁ자형으로 지어진 삼동관에 들어서자 잘 가꾸어진 실내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손을 잡고 거니는 생활인들이 보인다. 다정스럽다. 서로에게 힘을 주고 있는 듯하다.

김 원장은 "생활인들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좋은 환경은 심리적 안정을 가져온다. 정원 앞쪽에 놓아둔 벤치에 앉아 꽃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생활관 주위에 원예치료실과 체육공원, 잔디 광장 등 녹색공간을 꾸미는 것도 생활인들을 고려한 것이다"며 "법회, 교화단회, 각종 의식 등이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도 생활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동관을 나오면서 하늘을 올려 보았다. 맑은 구름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다. 생활인들에게도 한가로움이 가득한 기쁜 하루가 되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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