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78: 원불교 수행문에서 수행을 방해하는 나(懶 게으름)는 어떤 의미입니까?

답: 수행을 자동차 운전에 비유할 때 게으름은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는 것입니다. 아무리 완전한 자동차라고 해도 액셀러레이터가 작동되지 않으면 주행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게으름이 수행의 진행을 방해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이해를 할 것입니다.

절에 가면 대웅전 처마 끝에 매달린 맑은 풍경소리에 마음도 맑아집니다.이와 같이 대웅전 풍경에 물고기를 달아 놓는 이유는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한순간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수행, 공부에 전념하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사찰에서 목어나 목탁을 치는 이치도 이와 같습니다. 목어가 처음 물고기 모양으로 만든 것에 대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느날 스승이 배를 타고 바다를 지나갈 때, 한 마리의 물고기가 바다에서 나타나 전에 지었던 죄를 참회하며, 등에 자란 나무를 없애 주기를 애걸하므로, 스승이 수륙재(水陸齋)를 베풀어 물고기 몸을 벗게 하고 그 나무로써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달아놓고 스님들을 경책(警責)하였다고 합니다.

또 일설에는, 물고기는 밤낮으로 눈을 감지를 않으므로 수행자로 하여금 졸거나 자지말고 늘 깨어서 꾸준히 수도에 정진하라는 뜻으로 고기 모양으로 만들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 목어를 한국에서는 둥근 것을 목탁이라 하고 긴 것은 목어라고 구분하여 부릅니다. 어찌하던 목탁이나 목어는 모두 수행자의 게으름을 경책하는 의미로 쓰이는 것입니다.

가난은 죄가 아닙니다. 전생의 업에 의해서 가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게으름은 죄악입니다. 스스로의 성불을 막을 뿐 아니라 타인의 성불 마저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고 성철스님께서 생전에 시자들에게 가르친 5가지 계율을 보면 "말하지 말라, 잠을 적게 자라, 나들이 하지 말라, 적게 먹어라, 책을 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를 잘 살펴보면 게으르지 말라는 계율들 입니다. 여기서 성철 스님은 잠자는 것, 말하는 것, 나들이 하는 것, 먹는 것 모두를 게으름으로 보셨을 뿐 아니라 책 읽는 것마저도 게으름으로 보셨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 것도 선가의 입장에서 보면 힘든 선을 게을리 하고 선진들의 깨침을 공짜로 얻겠다는 게으름의 상징으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원불교에서는 게으름을 수행을 방해하는 사연사조의 하나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광일 교수 / 한양대·중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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