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과 지혜를 장만하는 일기법

▲ 민성효 교무 /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중학교시절 학교에서 내준 숙제의 하나로 매일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고 그것에 대한 감상을 적는 정도의 소박한 일기를 쓰고 있던 나는 〈원불교교전〉에서 처음 일기법을 보고 매우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종교는 영혼이나 정신의 문제에 대해 공부하는 곳으로만 알았는데 종교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일기법이 나로 하여금 원불교는 실용적이고 매력적인 종교라는 생각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

소태산대종사께서 일기법을 밝혀주신 까닭은 무엇일까? 대개 사람들은 복을 받고 싶어 하고 죄받기는 싫어하지만, 복과 죄가 어디로부터 오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복 받을 만한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복받기를 원하므로 복은 더 멀어지고 오히려 죄고로 빠지기도 한다. 노력하지 않고 복받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밥을 먹지 않고 배부르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허망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복을 받을 수 있을까? 대종사님은 삼대력 공부를 잘해서 수양, 연구, 취사의 삼대력을 얻고 보면 혜복이 쌓여 영원무궁토록 복락을 수용하게 된다고 하셨다. 삼대력을 얻으려면 상시응용주의사항 6조와 교당내왕시주의사항 6조와 계문 이행 등 일기법을 실행함이 빠른 길이니, 일기법은 삼대력을 얻도록 촉진시키는 공부법이다.

일기법의 형성과정을 보면 신성의 진퇴와 행실의 선악을 대조하고 대종사께서 직접 조사하고 감정했던 성계명시독, 각 항목에 대하여 갑을병정무불의 6단계로 조사했던 단원성적조사법, 흰콩과 검정콩으로 유무념 대조공부의 기원이 되었던 태조사법, 상시일기법과 정기일기법의 대요를 구체화한 일기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일기법은 교법을 실천하는 것이 목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생활에 대조하여 조사하고 평가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일기법이 바로 교리실천 정도를 대조하고 조사하여 평가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지도자인 단장에게 교화단 조직을 통해 지도를 받아서 생활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성숙시키는 것이 원불교에서 일기를 기재하는 목적이다.

일기는 누구에게 제출하여 평가받기 위함이 아니며 아름다운 글쓰기도 아니므로 있는 그대로 기재하기에 노력해야 한다. 그러므로 일기는 우리의 교리와 제도와 의식을 철저히 알아서 실천하고 있는가의 여부를 조사해야 하며, 자신의 잘못된 전생 습관과 금생의 허물을 고쳐서 복 짓고 지혜 닦는 생활로 일관하리라는 굳은 결심으로 물샐 틈 없이 탄탄한 새 생활을 계획하고 실천하는데 활용해야 한다. 일기기재를 통해 하루하루를 좀 더 값지고 알차게 공부하면서 보은하자는 데 큰 뜻이 있으며, 허송시간을 줄이고, 순간순간을 마음공부에 공을 들이며 악습을 고치고 선행을 촉진하여 빈틈없고 원만한 진리적 새 생활을 하여 진급이 되고 은혜를 장만하는 공부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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