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79: 원불교 수행문에서 수행을 방해하는 우(愚 어리석음)는 어떤 의미입니까?

답: 어리석음은 탐냄, 성냄과 더불어 불교에서 말하는 근본 번뇌의 원인입니다. 보통 삼독(三毒)이라고 말하는데 이러한 번뇌의 작용이 우리에겐 독약과도 같은 나쁜 결과를 초래합니다. 사람들은 욕심과 성냄의 피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반면에 어리석음에 대해서는 그 심각성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실 욕심과 성냄도 어리석음에서 연유됩니다. 불교에 있어 핵심적 가르침으로 12연기론이 있습니다. 즉 부처님께서는 이 12연기를 통해 해탈을 얻으신 것입니다. 이 12연기는 이것 있어 저것이 있고 저것이 멸해 이것이 멸한다는 것으로 미혹한 세계의 인과관계를 설명한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12연기의 시작이 바로 어리석음 즉 무명입니다. 참고로 12연기는 무명(無明)·행(行)·식(識)·명색(名色)·육처(六處)·촉(觸)·수(受)·애(愛)·취(取)·유(有)·생(生)·노사(老死) 등 입니다. 여기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12연기의 시작인 '무명'은 미혹의 근본으로서의 무지로, 사제(四諦)와 연기 등의 올바른 세계관·인생관을 모르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의 고뇌와 불행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은 올바른 세계관·인생관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무지 때문에 행이 일어나고 필연적으로 윤회(輪廻)의 원인으로서의 업(業)을 짓게 된다는 것이 불교의 핵심 이론인 것입니다. 우리는 알고 짓는 죄가 모르고 짓는 죄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알면서 짓는 죄는 절제가 가능하나 모르고 짓는 죄는 절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훨씬 큰 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쇠뚜껑이 뜨겁다는 것을 알고 쇠뚜껑을 잡을 때는 조심해서 살짝 잡지만 모르면 덥썩 잡아서 손을 크게 다치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래서 〈대종경〉 요훈품에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자기가 어리석은 줄을 알면,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지혜를 얻을 것이요, 자기가 지혜 있는 줄만 알고 없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면, 지혜있는 사람이라도 점점 어리석은 데로 떨어지나니라"고 했고 "지혜 있는 사람은 지위의 고하를 가리지 않고 거짓 없이 그 일에만 충실하므로, 시일이 갈수록 그 일과 공덕이 찬란하게 드러나고, 어리석은 사람은 그 일에는 충실하지 아니하면서 이름과 공만을 구하므로, 결국 이름과 공이 헛되이 없어지고 마나니라"고 말했다.

<윤광일 교수 / 한양대·중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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