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지나버린 1년, 살아남은 자의 슬픔

그대의 이름 - 한은숙 작시 윤교생 작곡

꽃이라 부르리까? 별이라 부르리까?

한번도 부르지 않았던 그대의 이름 대신 나의 이름으로 그대를 부르며

그대의 온기를 찾아 헤맨다.

살아있음에, 남아있음에, 고개 숙여지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보고싶다.

이 흐드러지게 핀 계절에 속절없이 낙화된 청춘이여

소리 없는 외침으로 고통을 참아내던 그대여

그대여 나라 위해 스러져간 젊음이여

고결한 희생 헛되지 않으리니

하늘보다 파랗고 바다보다 푸르렀던 그대여

못 다 이룬 그대의 꿈

못 다 이룬 그대의 희생

검 푸른 바다의 꽃이 되리라 대한의 별이 되리라

아아 못 이룬 그대의 꿈


못 다 이룬 그대의 희망

우린 영원히 잊지 않으리


그대의 이름 겨레의 등불로 다시 빛나리라 다시 빛나리라.3월26일 오전 10시, 천안함 순국 용사 1주기 추모식이 엄수됐던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광장. 유족들은 현충탑 앞에 마련된 46용사의 영정에 헌화하고 분향을 마친 뒤에도 영정 앞을 떠날 줄 몰랐다.

"네가 와 여기있노. 엄마가 왔다. 엄마 좀 불러봐라" 아들의 사진을 올려다보며 오열하는 조진영 중사의 어머니. 끝내 대답이 없는 아들을 뒤로하고 주위의 부축을 받아 내려오면서도 "집에는 언제 올꺼야…."라며 연신 흐느껴 우는 모습에 주위사람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정태준 일병의 어머니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영정 앞에 놓인 꽃에 얼굴을 파묻고는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유족들은 저마다 아들이자, 동생이자, 남편인 천안함 용사의 영정 앞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을 막지 못하고 흐느꼈다.

몇몇은 아직도 이들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한 아버지는 울 힘마저 잃은 듯 멍한 눈빛으로 아들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이어 46용사 묘역 참배가 이어졌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김종헌 상사의 아버지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꼿꼿하게 묘역 앞에 술을 올리다 결국은 표지석 위에 힘없이 쓰러지며 통곡을 쏟아냈다.

기온이 뚝 떨어진 그날, 갑자기 어두워진 하늘에선 유족들의 가슴을 에이듯 바람 끝이 쌀쌀했다.

대전현충원 경내 보훈미래관 2층 야외전시장 한쪽에는 '천안함 46용사 1주년 특별사진전'을 열면서 마련해둔 '추모 게시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슴 뭉클한 추모의 글로 이미 몇겹 도배가 됐지만 이날도 추모의 정성이 더해졌다. 육군 대장부터 어린 유치원생, 숨진 장병들의 전우, 유족, 심지어 외국인까지 장병들의 넋을 기리고 영면을 바라면서 남긴 쪽지 글이 수천 장에 이르고 있었다.

"그리울 때 눈 감으면 더 잘 보이는 사람, 너의 곁에 갈 날 기다리며 오늘도 다녀간다.", "사랑하는 아들 서승원, 엄만 일초도 널 잊지 않고 생각하지만 아들은 아무 걱정 말고 편하게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며 아들 들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들이 남긴 글이었다.

"아들아, 가슴에 한을 만들지 말고 억울함을 기억하지도 말고, 남아 있는 가족들이 천안함을 밝히지 않는다고 분통 터트리지 말고 있어주길 바란다.", "(어머니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부끄럽게 느낀다는 것만 알아줘라." 회한이 사무치는 어머니의 글도 담겼다.

"이곳에서의 안 좋았던 일은 잊으렴. 능력 없던 엄마를 용서해 줘."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부모의 통탄의 글도 담겼다.

"짧은 인생에는 더 큰 의미가 있을 거야. (함께) 맘을 비워보자." 하늘에 있는 아들을 다독이는 어머니의 글은 감당 못할 슬픔에 가슴 무너지는 아픔을 항변했다.

그리움으로 지나버린 1년,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그렇게 깊고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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