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감상과 심신작용처리건

▲ 민성효 교무 / 원불교대학원대학교

학습상황과 계문의 범과 유무, 작업시간수, 수입·지출의 대조 등이 죄복의 결산을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 일기라면 심신작용처리건은 그와 같이 진행하게 된 원인, 과정, 결과를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기17년 발행된 〈보경육대요령〉에는 "심신작용의 처리건을 기재시키는 뜻은 사람의 죄와 복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요, 오직 사람 스스로의 마음과 몸으로 일을 작용하는 데 달렸는지라, 고로 이 작용 처리건을 기재시켜서 당일 내의 시비를 감정하여 죄복의 결산을 알게 하며 또는 시비이해를 알려서 천만 일을 작용할 때 취사의 권능을 얻게 함이요"라고 되어 있다.

원기13년 사업보고서에는 "처리건이라 하난 것은 공부인이 순역간 모든 경계를 당하야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를 먼저 한 후에 그 일을 처리하고 처리한 실경을 교무부에 제출하여 종사주의 감정을 마쳐 시비이해와 선후 경위를 밝혀준다"고 표현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경계를 당하여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를 먼저 한 후'와 '종사주의 감정을 마쳐 시비이해와 선후 경위를 밝혀줌'이다.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하되 실행의 세세한 과정까지 '일일이 문답하는'감정을 통해서 시비이해를 명확하게 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상시응용주의사항과 교당내왕시주의사항, 일기법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물샐틈없이 공부하게 하신 원불교 공부법이다.

심신작용처리건을 기재할 때는 그날 하루의 심신작용을 그림 그리듯이 세세하게 기록하여 죄복을 결산하며, 시비이해를 밝혀서 옳은 것은 취하고 그른 것은 버리는 취사의 힘을 얻도록 해야 한다. 감각감상을 기재시키는 뜻은 대소유무의 이치가 밝아지는 정도를 대조하게 함이다. 감각은 접촉되고 감응하여 깨닫는 것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어떤 사물이나 경계를 대할 때 문득 자기의 마음속에 스스로 일어나는 깨달음, 또는 진리나 법문의 본의를 깨달아 아는 것으로 공부하는 가운데 불조들의 화두나 기타 의심건에 깨침이 있는 것을 말한다. 감상은 일상생활 속에서 사물이나 경계를 대할 때 마음속에 느껴지는 생각, 또는 진리나 이치에 대한 밝은 생각 등을 말한다.

감각감상을 많이 얻으려면 매사에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의문을 가져야 한다. 큰 의심이 있어야 큰 깨달음이 있다는 산 증인이 바로 대종사이다. 며칠 전 두터운 흙더미를 이고 올라오는 수선화를 보았다. 평소 새싹은 연약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모습을 보고 강한 생명의 힘에 깜짝 놀랐다.

공부심 없이 살면 감각감상이나 심신작용처리건이 별로 없고, 열심히 정진할 때는 아주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매사에 큰 의심을 가지면 깨달음도 깊어진다. 일기 기재는 내 공부의 자취요, 소중한 재산이 되므로 감각감상과 심신작용처리건 기재에 더욱 공을 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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