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과 교감을 중요시 합니다"
공개된 주방, 초심 잃지 않으려 노력, 신선한 식재료, 화덕에 빵 향기 가득

▲ 피자와 레드와인.
▲ 송성진 대표.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파라디소 페르두또. 지난해 10월에 오픈했으니 꼭 7개월 된다. 군산 은파유원지 근처에 위치한 관계로 풍경 또한 아름답다. 봄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야외데크에서의 식사는 흥취를 더해준다. 자연스랍다. 이 모든 것은 송성진(43) 대표의 신념으로 이뤄졌다.

캐주얼 복장을 한 그가 2층에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이야기는 계속됐다. 이곳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하게 된 동기가 궁금해 진다. 서울 예술의 전당 앞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바도포(The Bar Dopo)를 11년째 운영하고 있는 그가 이 장소를 택하게 된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제 고향인 군산이 너무 좋습니다. 여기서 무언가 하고 싶었어요.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꾸미고 싶었죠.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입니다."

한 두달에 한 번씩 꼭 들르는 군산이지만 지난해 2월은 달랐다. 유원지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어릴적 친구를 만나던 중 골조가 세워지고 있던 이 건물을 보게 됐다. 10분 동안 서서 지켜보는 동안 모든 것이 구상이 됐다. 바로 가계약을 맺었다. 물론 지인들의 반대가 심했다. 공사기간은 6개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함에도 공사는 계속됐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구체화 시켜 나갔다.

"3개월 동안 서울에서 저와 친동생을 포함해 4명이 내려와 세팅을 했습니다. 그런 후 현지에서 음식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을 직원으로 채용했죠. 이들을 대상으로 파스타, 피자, 샌드위치 만드는 훈련을 시켰습니다. 경력이 없던 직원들은 훈련을 통해 한 스테이션을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몇 개월 지나다 보면 어엿한 쉐프(요리사)가 되죠."

그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1층으로 안내했다. 직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그대로 드러났다. 홀과 주방의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오픈 키친이다. 그는 서초동 레스토랑에서도 오픈 키친을 택했다.

"주방이 오픈되어 있는 관계로 손님들에게 음식하는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있습니다. 마치 친구가 요리를 해 주는 것처럼, 어머니가 자녀들을 위해 요리를 하는 모양새를 띱니다. 직원들이 요리를 한 후 자기가 직접 들고 나가 서빙을 합니다. 이러다 보면 친근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그는 이와 연관시켜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다. 오픈 키친 앞을 감싸고 있는 대리석 안을 무대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직원들은 그의 말을 이해한다. 직원들의 동작들은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주변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직 자기가 맡은 일을 할 뿐이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보여지는 동작들은 전체를 구성하는 요소 중의 하나라고 보고 있습니다. 꾸미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의 퍼포먼스입니다. 이 공간에서 만들어 지고 있는 음식의 완성도가 50%라면 나머지 50%는 손님들과의 교감입니다."

오후5시30분이 되자 파스트라미 앤 브리치즈라 이름 붙여진 샌드위치가 먼저 선을 보였다. 이것은 48가지 샌드위치 종류 중 손님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샌드위치다. 그가 서울에서 이탈리아 음식과 관련해 비즈니스를 하면서 처음으로 선보인 샌드위치이기도 하다.
▲ 파스트라미 앤 브리치즈 샌드위치.

"샌드위치는 빵이 중요합니다. 이 빵은 저희들이 직접 굽습니다. 피자와 마찬가지로 가장 기본적인 재료만 들어가죠. 그 안에 담백한 파스트라미(허브훈제 햄)와 부드러운 브리 치즈, 살구쨈을 비롯 많은 많은 분들이 적상추로 알고 있는 롤사로사라는 이태리 야채가 들어갑니다."

잠시 후 열무와 비슷한 맛을 내는 이태리 야채가 얹혀진 루꼴라 피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나폴리 피자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테두리에 퍼져 있는 곰보무늬였다. 소금, 밀가루, 이스트만 가지고 반죽하여 올리브 오일을 발라 발효시킨 후 얇고 넓게 성형해 구워낸다.

"나폴리 피자는 화덕에 구울 때 나오는 특유의 향이 있습니다. 거의 치와바따(ciabatta)와 같은 식감을 살렸어요. 그 위에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치즈가 얹혀지죠. 피자는 마르게리따 피자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후레쉬 모짜렐라 치즈맛을 가장 잘 느낄수 있습니다."

식탁에 차려진 나폴리 피자를 한 조각 들자 기름지지 않는 담백함이 느껴진다. 식감은 쫀득쫀득함 그 자체였다. 연이어 M. 뽀모도로 파스타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태리 말로 토마토는 뽀모도로다. 이 파스타는 스파게티와 버무려 내는 가장 기본적인 파스타임을 알았다.
▲ M. 뽀모로도 파스타.


"파스타에 들어가는 올리브 오일은 몸안에 있는 노폐물을 분해시켜 주니 몸에 좋습니다. 올리브 오일베이스의 파스타는 원래 주재료 맛을 그대로 살아나게 합니다." 올리브 오일에 배어 있는 해산물과 모시조개가 맛을 더했다. 매콤하면서도 깔끔했다. 그러나 그가 아쉬워 하는 부분이 있다. 지역의 특성상 필요한 식재료를 구할 수 없는 한계점이다. 신선함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선택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음식에 들어가는 중요한 식재료의 하나인 치즈와 루꼴라를 구할 수 없습니다. 지역 경매시장에서는 유기농으로 키운 토마토가 없는 실정입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냉동차로 식재료를 실어 나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가 한 몫합니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에서 나는 식자재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음식을 만드는 동안 많은 시도를 해 볼 계획이다. 요리할 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6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시작된 그의 음식 여정은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그만큼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는 의지인지 모른다. 그로부터 샌드위치와 피자를 비롯 파스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다 보니 몇 시간을 훌쩍 넘겼다.

"오픈한 이후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전11시30∼오후12시까지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쉬어갈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한 잔의 커피를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습니다. 일종의 카페 앤 키친의 개념이죠. 더 나아가 손님들의 희노애락이 담긴 인생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태리의 바(BAR)와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역문화에 도움이 되기위해 매년 정기공연과 3년안에 음악 페스티벌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손님과의 교감을 중요시하는 그의 자상함은 지역문화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는지 모른다. 그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 은파유원지에 위치한 건물전경.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