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간 불리선법

▲ 민성효 교무 /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어떻게 하면 무시선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원기28년 간행된 〈불법연구회요람〉에서는 무시선법을 '동정간 불리선법'이라 표기하고 '각자가 항상 육근을 동작할 시 수유(須臾)라도 떠나지 않는 수행법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써 행·주·좌·와·어·묵·동·정간 언제든지 염두에 명기하는 바임. 1. 육근이 무사(無事)하면 잡념을 제거하고 일심을 양성하고, 2. 육근이 유사(有事)하면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양성하라'고 설명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잠시라도 떠나지 않는 수행법인 무시선의 강령을 일 있을 때와 일 없을 때를 구분하여 잘 밝혀주셨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이 무시선이지만 초입자들은 마음이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아서 잠깐이라도 마음의 고삐를 놓고 보면 곧 도심을 상하게 된다. 그러므로 경계를 대할 때 끝까지 마음을 놓지 않고 힘써 행하면 조금씩 길이 들어서 마음을 마음대로 하게 되므로, 경계를 대할 때마다 공부할 때가 돌아온 것을 잊지 말고 항상 끌리고 안 끌리는 대중만 잡아가면 된다. 사람이 만일 선을 오래오래 계속하여 모든 번뇌를 끊고 마음의 자유를 얻으면, 육근을 동작하되 걸리고 막히는 바가 없고, 시끄러운 데 처해도 마음이 요란하지 아니하고 욕심 경계를 대하여도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하여 티끌세상에 처해도 항상 삼매를 얻게 되니 이것이 참 선이요 참 정이 된다.

사람의 성품은 본래 청정하지만 마음의 동정에 따라 무명이 발생하므로 마음이 정하면 청정하여 명랑하고, 마음이 동하면 요란하여 무명이 발생하는데 마음이 정한 가운데 동하면 그대로 밝고, 요란하게 동하면 무명이 생겨서 어두워진다. 소태산대종사께서는 성품은 한갓 공적에만 그친 것이 아니니, 만일 무정물과 같은 선을 닦는다면 이는 성품을 단련하는 선 공부가 아니요 쓸모없는 사람을 만드는 일이라고 경계해 주셨다.

무시선의 강령은 '육근이 무사하면 잡념을 제거하고 일심을 양성하며, 육근이 유사하면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양성하는 것'이다. 일없을 때 좌선으로 적적성성한 자성에 계합하면 잡념이 제거되고 일심이 양성된다. 일심이 동하면 정의가 되고, 잡념이 동하면 불의가 되므로 일을 당해서는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여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양성하여야 한다.

무시선 공부법은 일이 있을 때에는 수양과 연구를 주로 하여 삼대력을 얻어나가고, 일이 없을 때에는 모든 경계를 보아 취사하는 주의심을 주로 하여 삼대력을 얻어서 동정간 삼학을 병진하는 선이요, 불법의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를 지향하는 미래적 선법이며, 언제 어디서나 어떤 일을 할 때에도 할 수 있는 대승선이다. 그러므로 무시선법은 고요한 가운데 수양력을 기르는 것이 선이라고 생각하던 기존의 관념을 넘어서서 수양력과 함께 취사력 까지 갖추도록 한 진취적인 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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