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복지 등 도무와 덕무가 느끼는 차별성
현장과소통

인력수급 제도를 체계화하고 인력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품과제도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원불교정책연구소가 주최한 4차 혁신세미나에서 김준안 교무의 '전무출신 품과제도 개선을 위한 제언'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품과제도란 전무출신에게 교무·도무·덕무의 세 품과를 두어 적성과 희망에 따라 교단에 공헌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품과제도가 시행된 원기79년 초기부터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 당시 품과 선택의 비율을 살펴보면 교무품과 1,370명과 도무품과 8명, 덕무품과 28명으로 대부분은 교무품과를 지원했고 도무와 덕무 선택자는 극소수였다.

이러한 출발은 품과 간 서열화와 계급화라는 차별만 잉태했음을 김준안 교무의 설문을 통해 나타났다. 설문에서 '도무와 덕무로 봉직하면서 차별적 대우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한 도무는 "도무들은 동기가 별로 없고 원불교학과를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교단내에서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들이다. 어느 한사람이라도 도무로 출가하여 교단의 애호를 받지 못하고 소외된다면 이는 교단의 큰 손실이 될 것이다"고 답변했다. 다른 도무도 "기관장이 되려면 교무로 품과를 바꿔야 한다는 충고를 여러번 들었다. 모든 행사를 할 때 항상 주체는 교무다. 교단적 행사의 입장순이나 교당·기관 일람표 기록순 그리고 수덕회 사진첩 기록순도 교무·도무·덕무 순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암묵적 차별이라고 표현한다.

덕무들이 느끼는 차별의 강도는 더 심했다. 한 덕무는 "교당에서 근무하는 덕무는 무조건 교무 아랫사람으로 인식하여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 덕무들은 출가 연도가 오래되고 나이가 지긋한데도 이제 막 출가한 교무들에게 결정을 구하거나 허락을 받아야 하는 현실적 차별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들은 교무 밑에 예속되어 교무 밑에서 심부름이나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으로 취급되는 불만을 대부분 토로했다.

이러한 차별성은 교육, 인사, 재교육, 복지, 퇴임 후 정양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중 인사를 살펴보면 '전무출신품과별자격규정'에 교무와 도무가 5급에서 4급으로 승급하려면 4년 근무지만 덕무는 6년을 근무한다. 복지 부분도 교무는 15년을 주기로 휴양을 신청할 수 있지만 도무와 덕무는 휴양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차별성은 도무품과와 덕무품과의 현황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원기79~95년 현재까지 도무는 42명, 덕무는 57명에 그치고 있다. 덕무는 원기90년 이후 평균 1.3명이 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품과제도 시행의 목적이었던 전문성을 갖춘 인재 배출은 지원자 수에서 물거품이 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섰던 한겨레중고등학교 곽진영 도무는 "교단에서는 품과제도를 도입만 하고 제도 정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못했다. 사회에서는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윗자리에 있는 사람은 공적(公賊)으로 취급 당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연륜만으로 지도자가 되는 것은 현실에서도 수용하기가 어렵다"며 "품과는 단순히 업무 구분이 아닌 차등 구조라는 정서가 많이 잠재되어 있다. 이런 차별구조 속에서 전문 인력은 들어오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정책연구소는 품과제도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전무출신을 교무로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다. 먼저 전무출신간의 불필요한 박탈감을 제거하고 유대감과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