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은 건강에 좋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탐방객 부쩍, 국산콩으로 만든 두부 향긋

▲ 건취는 삶은 후 하루 정도 찬물에 불린다.
▲ 청국장 찌개.
▲ 신복순 사장(왼쪽)과 남편 서일환 씨.
품이 너른 지리산 둘레길은 전북, 전남, 경남과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16개 읍면 80여개 마을을 잇는 도보길이다. 그 길이만도 300㎞에 이른다.

이곳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보면 어김없이 점심과 저녁시간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탐방객들은 지리산 정기가 어린 산채비빔밥과 청국장 찌개를 찾는다.

이중에서도 운봉-인월에 이르는 2구간 끝지점과 3구간인 인월-금계의 시작점에 자리한 청솔회관은 탐방객들을 맞기에 바쁘다. 이유는 오직 하나, 손맛이다.

넉넉한 인심을 지닌 신복순(51) 사장은 지리산 둘레길을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고 귀뜸한다. 보통 1∼2시간 차를 타고 오는 손님들도 많다.

"도시 사람들은 산채나물을 좋아합니다. 이곳 지역사람들은 흔하게 보는 것이 산채라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과 비교됩니다. 둘레길로 인해 손님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장사가 더 잘되는 것 같아요."

손님들이 즐겨하는 산나물은 남편 서일환(53)씨가 주로 채취한다. 삼봉산, 오봉산 주변과 바래봉, 덕두봉이 그의 놀이터다. 산나물 채취는 5월초부터 6월 중순까지 계속된다. 그는 산나물이 나는 시기와 서식장소들을 다 기억하고 있다. 작업 시간은 아침7시부터 오후3시까지다. "봄철이 되면 베낭을 짊어지고 산에 갑니다. 산나물은 뿌리를 그대로 둔채 순만 채취합니다. 위에는 연하고 밑부분은 질긴 관계로 손 감각이 중요합니다."

그는 산나물은 채취할 때의 손 모양과 행동들을 스스럼없이 보여줬다. 처음 보는 장면이라 신기하기도 했다. 그가 주로 채취하는 산나물은 고사리, 취나물, 다래순, 미역취 등이다.

신 사장은 "산나물은 시기를 잘 타야 합니다. 몸살로 인해 하루 이틀 누워 있다가는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산나물은 2∼3일 사이에도 억세집니다"

이렇게 채취한 나물들은 바로 건취로 만든다. 1년 동안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마솥에 물을 넣고 폭폭 삶아 낮 좋은날 널면 저녁에 거둬들일 수 있다. 신 사장은 산나물 말리는 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산나물을 말리는 과정에서 손으로 2∼3번 털어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나물이 부드럽습니다."

연이어 신 사장은 건취를 삶는 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건취는 불려서 많이 삶으나 신 사장이 하는 방법은 다르다. 물이 끓는 시간부터 8분 정도 건취를 넣고 삶은 후 찬물에 하루정도 불린다는 것이다.

"부드러운 나물을 채취해 건취해서 부드러운 줄 아는데 삶는 방법이 중요합니다. 반찬을 먹어보면 압니다. 분명한 차이가 납니다. 삶는데 그 차이가 있습니다."

신 사장은 가마솥에 넣은 식용유가 끓으면 간수를 뺀 소금으로 산나물을 볶는다. 간장을 쓰면 국물로 인해 질퍽한 식감을 주기 때문이다.

"반찬을 즐거운 마음으로 만드는 것을 손님들이 아나 봐요. 산뜻한 맛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져 이제는 살기가 괜찮아졌습니다."

신 사장과 어느 정도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푸짐하게 한상 차려진다. 청국장 찌개를 비롯 직접 만든 신선한 두부 한모가 얼굴을 내민다. 보기보다 큼직하다. 풋풋한 인심이 그대로 전달된다. 식당 주방 아주머니들의 손길에 따라 오가피순, 깻잎순, 단풍취, 장록나물, 다래순, 고사리, 더덕 등이 차례로 자리를 잡는다. 한 마디로 투박한 시골밥상이다.

"반찬 가짓수는 많아도 손님들의 입맛을 위해 돌아가면서 차립니다. 뽕잎, 고사리, 더덕, 취나물, 파프리카 순으로 만든 나물은 항상 나옵니다. 봄철에는 주로 생취로 반찬을 만들고 생취 철이 끝나면 건취로 반찬을 만들지요."

보글보글 끓고 있는 청국장 찌개를 맛보았다. 두부, 버섯, 청국장이 조화를 이룬 깊은 맛이다. 국산콩을 쓰는 관계로 향긋하다. 국물을 내는데는 천연다시를 쓰고 있다.

"가능하면 모든 음식에 천연 다시를 사용합니다. 음식맛도 괜찮고 비린내도 없애주죠. 요즘은 손님들의 건강을 위해 약초와 약으로 쓰는 나무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고추장, 된장, 김치거리도 직접 담습니다." 그의 마음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어 신 사장은 맛을 한번 보라며 산채비빔밥을 건넨다. 그의 손맛과 어울린 산나물 향취가 그득하다. 이처럼 신 사장의 음식솜씨는 그냥 된 것이 아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그가 시어머니의 죽음으로 남편과 함께 인월에 내려온 것이 계기가 됐다. 이곳에서 횟집을 인수하여 10년간 운영하다 그만두고 15년 전부터 산채식당을 하게 됐다. 그의 꾸준한 정성심은 빛을 발했다. 타지역 손님들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손맛으로 소문이 났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고생은 이루말 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없는 산나물들을 사서 사용하다 산나물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 주변의 산채를 채취하게 됐죠. 산나물과 효소를 담아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처음 전세로 들어온 이 집을 5년전에 매입하게 됐습니다. 많이 부자가 된 것이지요. 손님들에게 감사하기만 합니다."

수더분한 그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난다. 남편과 함께 식당 정문에서 사진을 찍는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행복해 보인다. 그 행복이 손님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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