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진 교도·여주교당( 논 설 위 원 )
많은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이 이제 완결되는 시점에 도달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였지만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4대강 곳곳이 파헤쳐지고, 습지가 사라지고, 강을 가로막는 보가 들어서고 있다.

대종사님께서 선원 경강시간에 제자들에게 질문을 던지셨다. "천지에 식(識)이 있는가?" 한 제자 식(識)이 있는 줄은 알지만 예를 들어 설명하기가 어렵다 하자, 대종사님께서 답하셨다.

"농사를 지을 때에 종자를 뿌려 보면 땅은 반드시 그 종자의 생장을 도와 주며, 또한 팥을 심은 자리에는 반드시 팥이 나게 하고, 콩을 심은 자리에는 반드시 콩이 나게 하며, 또는 인공을 많이 들인 자리에는 수확도 많이 나게 하고, 인공을 적게 들인 자리에는 수확도 적게 나게 하며, 인공을 잘못 들인 자리에는 손실도 나게 하며, 조금도 서로 혼란됨이 없이 종자의 성질과 짓는 바를 따라 밝게 구분하여 주지 아니하는가. 땅뿐 아니라 하늘과 땅이 둘이 아니요, 일월 성신과 풍운 우로 상설이 모두 한 기운 한 이치여서 하나도 영험하지 않은 바가 없나니라. 그러므로, 사람이 짓는바 일체 선악은 아무리 은밀한 일이라도 다 속이지 못하며, 또는 그 보응을 항거하지 못하나니 이것이 모두 천지의 식(識)이며 천지의 밝은 위력이니라."

무생명체인 강과 자연인 것 같지만 사람이 짓는 바 그대로 되돌려 줌을 시사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완공 단계에 이르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작은 비에도 불구하고 가물막이 제방이 터지고, 역행침식으로 인하여 지천의 제방들이 쓸려 내려가고 있다. 본류를 깊이 준설한 결과 물의 힘은 커지고, 물의 속도는 더 빨라진 때문이다. 앞으로 장마 때나, 집중호우 때는 또 어떠한 천지의 식이 있을지 가히 두려운 일이다. 대종사님 말씀처럼 이 천지의 식은 무념 가운데 행하는 식이며 상 없는 가운데 나타나는 식이며 공정하고 원만하여 사사가 없는 식이라 더 그렇다.

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원불교 뿐만 아니라 많은 종교인들이 생명 기도회를 열고 공사 중단을 외쳤고 또한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필자와 같은 386세대에게 있어 종교의 사회적 교화로서 가장 모범이 되는 종교는 이웃 천주교이다. 군사독재 시절 시민들의 한결같은 소망이었던 민주화와 사회정의를 가장 앞장서서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외쳐왔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침체되어 가는 타 종교에 비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현상 또한 천주교의 사회적 책임이행에 나타난 열매다.

짧은 생각이지만 천주교가 1:1방식의 선교활동을 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사회 민주화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살핌, 그리고 그들을 대변해 온 행적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 날 한국 사회 전반에서 천주교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호감도는 천주교 신자의 증가와 관련된다.

지금 한국사회는 외형적으로는 OECD 국가이면서 동시에 그 기준치에 턱없이 부족한 삶의 질을 보이고 있다.

4대강 사업뿐만 아니라 나날이 심해져가는 빈부격차와 빈곤층의 증가, 늘어가는 비정규직과 대량해고의 문제, 대학생들의 학업을 중단시키고 있는 비싼 대학 등록금, 청소년 자살율의 급증 등 종교의 사회적 책임을 묻고 있는 현장들이 곳곳에 있다.

과거 7,80년대 사회 민주화를 뛰어 넘는 거센 항의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고, 동시에 이들을 대변해 줄 새로운 종교적 역할이 필요하다.

원불교 개교 100주년을 앞둔 지금 교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신성업봉찬과 2만 교화단장 양성도 내실을 기하기 위해 매우 필요하고 긴급한 것이라 본다. 동시에 원불교가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만큼 교도 수, 교당 수에 관계없이 한국 사회가 원불교에 기대하고 있는 역할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각 복지기관에서 땀을 흘리는 교무님, 교도님들의 노력이 그러하다. 또한 양적으로는 많지 않지만 한국의 사회적 현장에 항상 참여하여 약자와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는 사회개벽단 교무님들의 노력이 또한 그렇기에 마음 속 깊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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