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 문제 해결 돌파구
동국대 박경준 교수, 불교 업설의 현대적 의의

국내 불교학회 중 소장학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불교학연구회는 지난 14일 동국대에서 '업과 윤회'라는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초기불교, 남방불교, 티벳불교, 중국불교를 비롯하여 현대적인 의의까지 총 5편의 논문들이 발표됐다.

그 가운데 가장 첨예한 논쟁은 본 학회 학회장이자 최근 〈불교사회경제사상〉을 펴낸 동국대 불교학과 박경준 교수(사진)의 '불교 업설의 현대적 의의'에 관한 내용이었다.

박 교수는 대중적으로 신비주의를 확산시켜온 업과 윤회의 본래 의미가 상실되었다고 보고, 디지털화한 현대사회에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 기본 의의를 첫째, 올바른 인생관의 확립으로 '인과론에 바탕한 삼세윤회설은 업설에 대한 적극적 신념의 표현이자 믿음의 문제'로 보았다.

숙명론이나 결정론의 의미를 넘어 인과응보에 의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과 같이 인간의 운명은 스스로의 행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깨달아 건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기초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둘째는, 석존께서 큰 강들이 모여들어 바다라는 하나의 이름을 얻는다는 비유를 들어 4성계급 제도를 비판한 것처럼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율적으로 선 또는 악을 선택하고 행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평등하다'고 하였다. 말하자면 불교 업설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또는 인격의 기준을 오직 인간의 행위(karma) 자체에 둠으로써 불합리한 것들의 개입을 차단하고 인간 평등 실현을 위한 토대를 구축한다고 봤다.

셋째는, '불교적 카르마(업보)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근거한 능동적·자율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자유사상에 통하고, 업보는 그 누구도 어떤 방법으로도 결코 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책임 사상과 통한다'고 보며, 이는 곧 자유와 책임의 민주주의 원리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박 교수는 오히려 "막스 베버가, 불교의 업설이 사회에 대한 비판정신에 무기력하다는 것을 들어 인권사상, 인간의 공동권리나 의무 심지어 국가나 시민과 같은 개념을 발생시키지 못 한다"는 것을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근본 의의를 현대사회에 2가지 면에서 적용가능하다고 보았다. 먼저 초기 법설에 바탕하여 인과응보가 법과 제도를 통해 드러난다고 보고, 이러한 법칙은 사회정의와 무관하지 않으며 업설의 외연은 사회적 차원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본다.

즉, '불교의 업설이 개인적인 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공업을 강조함으로써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지지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에 기반, 환경 위기에 대한 인간의 공동 노력은 물론 시민사회운동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다른 측면은, 불교 업설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선의지를 강조하는 윤리적 동기론의 입장에 서 있지만, 결과론적 윤리 사상도 함께 포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초기경전에서 결과론의 근거를 밝히고, 현행 형법에서 고의범보다는 가볍지만 과실범에게도 '주의의무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처벌하고 업무상과실범에게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리고 있는 것은 석존의 뜻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점은 글로벌 위험 사회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봤다. 이와 더불어 명상과 관련한 사회문화적인 차원과 함께 무아의 중도설에 바탕한 심리적 차원의 인과응보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봤다.

불교 업보윤회설은 이미 훌륭한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과학의 발전과 시대 변화에 따른 보완 작업도 필요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선과 악의개념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졌을 때, 업보윤회설은 어떻게 적용되는가? 유전자 과학이 첨단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윤회는 어떻게 합리화되는가? 선악의 개념은 자연이 아닌 사회적 개념으로 인과응보는 확률적 사회법칙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를 물었다. 이어 박 교수는 "학계에서 업보윤회설의 명쾌한 응답을 준비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대에 상응코자 하는 불교 교의의 외연확장에 많은 참여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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