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진 교도·부산교당( 논 설 위 원 )
식물의 잎사귀에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양분과 수분의 이동통로 기능을 하는 관다발을 잎맥(脈)이라고 하며 영어로 vein(베인)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 몸 속 장기 내로 흐르는 정맥의 영어명칭과 동일하다.

끝없이 넓은 아마존 밀림지역을 항공 촬영한 장면에서 푸른 평원 사이를 흐르는 강줄기들은 앞에서 말한 잎맥과 우리 몸의 혈관과 너무 닮아있어 자연의 경이로움에 탄성과 함께 하나의 이치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드물게 진료실에서 만나게 되는 항암제 주사 후 정맥염으로 고생하시는 분의 팔을 보면서 고엽제(枯葉劑)의 독성으로 말라가는 나무들과 무참히 파헤쳐져 정상기능을 잃어버린 우리의 강이 떠올랐다.

정맥으로 항암제 투여를 하는 대다수 환자분의 혈관상태는 영양결핍과 동반된 말초혈관질환 그리고 여러 차례의 정맥천자에 의해 아주 약하고 얇아져 있어 쉽게 손상되므로 독성이 강한 약물이 새어 나와 혈관 주변의 정상조직에 심각한 2차 손상을 가져온다. 초기에는 혈관 내막의 손상으로 압통을 호소함과 아울러 정맥을 따라 붉은 색을 띄게 되는데 이는 혈관 벽의 중막, 외막과 진피, 표피까지 자극이 진행된 상태이며 마지막으로는 정맥이 단단하게 굳어진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주변의 근육까지 굳어져 종래는 팔의 위축을 보인다. 고엽제는 나무를 고사시키기 위해 살포한 제초제를 말하며 미군이 베트남전 당시 사용한 '에이전트오렌지'가 유명하다. 일종의 화학무기로 베트남 전쟁에서 살포된 고엽제에는 다이옥신이라는 화학적 불순물이 있는데 이것은 치사량이 0.15g이며, 청산가리의 1만 배, 비소의 3000배에 이르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 이 독소는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되어 10~25년이 지난 후에도 각종 암과 신경계 손상을 일으키며, 기형을 유발하고 독성이 유전되어 2세에게도 피해를 끼친다. 결국은 나무뿐만 아니라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까지 피해를 고스란히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2009년 12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4대강 사업, 정부는 오는 6월 준설과 댐(보)은 완공하고, 12월까지는 모든 공정을 마무리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업은 이곳 저곳에서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낙동강 함안보와 경기도 여주 이포보의 일부 시설물이 무너진 것을 비롯하여 본류로 흘러가는 지천에서 둑방이 무너지거나 강바닥이 꾸준하게 패이고 있다. 작년에 왔던 비에 이런 부작용을 많이 볼 수 없었던 이유는, 준설공사와 댐(보) 건설이 반도 안됐 때문이다. 지금은 공정률이 80%를 상회하고 있어서 댐에 의한 문제, 준설로 인한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두 차례 비로 상당수 지천들에서 제방붕괴, 강바닥 침식 등 피해가 잇따라 나타났다. 강 본류의 대규모 준설로 물살이 빨라져 지천 곳곳에서 강둑과 강바닥이 깎이고 쓸려 내려갔다. 1년 넘게 준설한 강 본류에는 지천에서 쓸려 온 모래가 쌓이면서 군데군데 새로운 모래톱이 생겼다. 준설공정의 90%가 '도루묵'이 된 셈이다. 하천은 모래의 들어오는 양과 나가는 양을 맞추려는 성격을 갖고 있어 본류의 대규모 준설로 이 균형이 깨진 상태라서 이 균형이 맞춰질 때까지는 계속해서 지천의 모래가 흘러가 본류에 쌓일 것이라는 토목 전문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몸에 생긴 상처가 아물듯이 그리고 부러져 떨어져 나간 나뭇가지 자리에 나무껍질이 두껍게 덮어져 아물어 가는 것처럼 강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파헤쳐진 만큼, 고통 받은 만큼 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4대강 사업이 엄청난 생명을 학살한 해였다고 한다면, 올해는 자연이 4대강 사업에 반격하는 해라고 여겨진다.

자연은 파괴되었던 자신을 다시금 복구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으며, 우리는 그만큼 심적 물질적 피해를 당할 것이다. 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정부와 공기업들이 다음달 4대강 보 준공과 준설작업 완료를 앞두고 117억 원의 홍보비를 들여 예산낭비를 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사업을 멈추어 자연이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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