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활선법 '단전송(丹田頌)'으로 초대

▲ 김근수 원로교무.
▲ 우리선문화원의 토요 선법회 참석자들이 "상대와 내가 선심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김근수 원로교무의 설법을 듣고 있다.
자연은 오묘한 힘을 가졌다. 겨우내 나목으로 민둥산이던 앞산에 새순이 돋고 꽃이 피더니 어느새 푸르름의 잔치를 한껏 펼친다. 창문을 열면 금방이라도 푸른 악수를 건넬 것만 같다. 마음이 맑아진다.

서울 구기동에 위치한 사단법인 우리선문화원(宇理禪文化院)을 찾아가는 길목도 그러했다. 본원인 구기동을 가기 위해 7호선 학동역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탔다. 차창 밖으로 북한산이 보인다. 상큼한 바람결 따라 플라타너스 향기는 이내 마음을 정화시킨다. 선(禪)으로 가는 길도 이러하리라.

본원에 도착하니 이여정 교무가 먼저 반긴다. 이 교무는 우리선문화원에 대해 "숨은 가운데 꾸준히 되어가고 있다. 근본은 활선이다. 선으로써 세상에 보은하겠다는 것이다. 선은 내 마음공부다. 활선터를 만들기 위해 영육쌍전의 견지에서 매주 자연치유음식과 활선요가, 선다도를 하고 있다. 보여주기 위한 다도가 아닌 선을 하기 위한 다도다"고 말했다. 우리선문화원은 매월 둘째주 토요일에 논현동 법당에서 김근수 원로교무를 모시고 선 정진 법회를 본다.

단전송을 염송하면

설법을 듣기 전에 단전송(丹田頌)을 염불처럼 염송한다. 단전송은 '천단지전공(天丹地田空) 천단지전원(天丹地田圓) 천단지전정(天丹地田正) 천단지전수(天丹地田受) 천단지전식(天丹地田識) 천단지전생(天丹地田生) 천단지전신(天丹地田新) 천단지전성(天丹地田成) 천단지전불(天丹地田佛) 천단지전도(天丹地田度)'로 자성의 자리에 머물게 한다. 20분정도 염송 후 잔잔한 물결도 없는 듯 청정한 입정에 들었다. 김 원로교무는 우리선문화원의 10가지 원훈 중의 하나인 '수명생명합(壽命生命合)'에 대해 설법했다.

"이 세상에서 귀한 것은 무엇인가. 명(命)이다. 생명이 있고 수명이 있다. 수명과 생명은 하나다. 수명과 생명의 우주가 꿈틀꿈틀한다. 한 눈을 뜨고 보면 재미있다. 물이 흐르고 구름이 두둥실 흘러간다. 하지만 생명만 가지고 살면 경계에 흔들린다. 수명이 들어가야 된다. 신심이 우주만유에 뿌리를 내려야 명이 통하고 맥이 통한다. 우리에게는 각혼이 있다. 그 각혼을 깨쳐야 한다. 깨침은 수명과 생명이 하나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생명속에 수명이 갈마있음을 알아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심이 굳어야 하고 수행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과 수명을 통해 인과보응과 불생불멸의 이치를 깨워냈다. 이어 "앞으로 오는 세상은 전쟁으로는 살 수 없다. 오순도순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다.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중요시하고 살아야 한다. 수명은 입을 막고 코를 막아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장영도 교도는 "단전송을 하면 마음이 넓어지는 것 같다. 매일 욕심없이 1독씩 외우면 일심이 모아진다. 단전송을 하면 짧은 시간에 기운이 들어온다. 꽉참을 느낀다. 심과 기가 아우러진 느낌이다. 지름길이다"고 말했다. 박혜인 교도도 "종사님 말씀은 글이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본성자리를 일깨운다. 어느날 남편이 섭섭한 말을 하는데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콧노래와 더불어 웃음이 나왔다. 어느 순간 글자가 아닌 마음으로 다가오면서 숨이 쉬어지고 호흡이 되어졌다"고 기뻐했다.

일원의 진리는 항상 존재한다

김 원로교무는 "우주만유의 일체생령이 일원의 진리를 1초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항상 있는 것이다. 그 자리에 믿음의 뿌리를 내리고 맥을 대야한다"며 "소태산대종사는 무시선법에 선이라 함은 원래에 분별주착이 없는 각자의 성품을 오득하여 마음의 자유를 얻게 하는 공부로 망치를 든 공장도 선을 할 수 있고, 주판을 든 점원도 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듯 우주만유의 근본을 궁구해보면 하나의 자리를 찾게 된다. 그 근본을 찾아서 내 마음이 똑같게 되도록 하고, 내 마음이 통하게 하며, 합일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은 내 마음 자리를 튼튼히 하자는 것이요, 마음의 등을 밝히는 것이요, 마음쓰는 법을 단련하는 것이다."

사단법인 우리선문화원의 설립취지는 일원상의 진리에 바탕한 새 시대의 활선법(活禪法)을 통해 새 마음 새 지혜 새 법을 체득하고 연마하고 활용하는 선 도량, 선 정신문화 단체이다. 선은 Dhyana라고 어원을 찾을때 언어와 문자로써 표현하기 어려운 직관(直觀)의 통찰로써 얻게 되는 영역이다.

공부하는 풍토일 때 교화는 된다

김 원로교무는 34세에 원불교에 와서 올해 90세가 되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남의 자리가 주어진 때문일까. 따뜻하고 포근한 기운이 감돌았다. 소담이지만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먼저 원불교의 가장 큰 이슈인 교화 활성화에 대해 물었다. 김 원로교무는 "대종사님께서는 우리 교단은 원시반본하는 회상이기에 아무 걱정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다만 여러가지 제도를 다시 연구하고 보충해야 한다. 안해야 할 것은 안하고 할 것은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공부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세상과 환경에 따라 가다보니 공부하는 풍토가 빈약해졌다. 공부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자유롭게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늘 경계속에는 공부가 있다. 우리가 항상 즐겁게 보이는 것은 상대와 내가 선심으로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이 공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수행이다. '천단지전(天丹地田)' 수행법이 그것이다"고 말했다.

새 시대의 활선법, 천단지전

천단지전은 소태산대종사가 전망품 2장에 예시한 시사일광창천중(矢射日光蒼天中) 기혈오운강신요(其穴五雲降身繞)에 근원을 두고 있다. 이는 화살을 쏘아서 해를 맞추니 그 다섯구름이 내 몸을 둘렀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김 원로교무는 젊은 시절 수행의 일화를 소개했다.

"영산에 있을 때 좌선하기를 좋아했다. 앉으면 선이 절로 되었다. 어떤 날은 방석이 엉덩이 딱 달라붙어서 안 떨어질 정도였다. 그때 전망품 2장의 태양이 우주만유의 진리임을 증득하게 되었다. 우주에 진리가 다북차고 가득했다. 천단지전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이 사실을 정산종사에게 알렸다. 정산종사는 김 원로교무를 손잡고 반겨주며 "지금은 실행이 안되니 자네가 80세가 넘어서 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정산종사의 말씀을 그대로 따랐다. 김 원로교무가 평생을 수행정진하여 세상에 빛을 드러낸 활선의 진수는 천단지전주(天丹地田住) 천단지전관(天丹地田觀) 천단지전행(天丹地田行)으로 구성된다. 그는 "천단지전을 외우면 외우는 대로 몸에 닿는다. 구름이 두둥실 흘러가듯이 바람이 와서 내 몸에 닿는것 처럼 닿는다. 단전주를 계속하면 응하여도 주한바 없이 마음을 내게 된다. 무주이주라 주하는 바 없이 주하게 된다. 분별과 사량계교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박영주 씨는 참선에 관심이 많아 선문화원에 오게 되었다. 올해로 10년째인 그는 "선문화원을 통해 원불교를 알게 되어 삶이 풍족해졌다. 미래에는 종교의 울도 넘어설 것 같다. 다산 종사님은 시대에 맞게 말씀을 해준다. 선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어 좋다. 깨달음은 결국 자기 그릇 만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이제 영적인 마음공부는 예전에 수도승만 갔다 오는 세계가 아니다. 누구나 넘나들 수 있도록 폭넓게 해주었다"고 흐뭇하게 말했다.

"마음공부는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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