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道 이루기, 밥 먹기보다 쉽다

▲ 40대가 주축이 돼 단장 활동을 하는 풍암교당은 교도들에게 교리법회의 재미를 느끼게 하고 있다.
풍암교당(교무 김성근)은 교화를 시작한지 올해로 7년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교화를 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교당의 위치도 월드컵경기장을 중심으로 아파트 밀집지역에 위치했다. 교화지로서는 노른자위다. 교당의 연령대도 40대가 주축을 이뤄 활기가 넘친다. 요즘 보기드문 교화현장이다.

교도 중심의 교당 운영

교당을 섭외하기 위해 전화를 했을때 김 교무의 첫 답변은 "교도들과 논의해 보겠다"였다. 의외의 답변이었다. 김 교무의 교당 운영과 교화전략은 새롭고 신선했다. 그는 "교무를 위한 교당이 아니라 교도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모든 교당 운영은 평등성을 전제한다. 교도회장도 교도를 위해 도와주는 심부름꾼이 되어야 한다. 교도들이 교당에서 자기주도성을 가져야 자기존재감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교당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교화협의회와 항단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교화협의회는 회장단과 분과장(총무분과·재무관리분과·교화기획분과·봉공분과), 단체장과 교화단장을 중심으로 교당의 행정적인 운영을 책임지며, 항단회는 각 교화단과 순교단의 단장·중앙이 유기적인 통합관리로 교도들의 공부와 교화를 주도한다. 특히 순교단을 만들어 법회를 2회 이상 빠진 교도들이 있으면 각 단장과 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측면으로 교화를 지원한다.

교화기획분과장인 김원종 교도는 "교무님은 교당의 전반적 운영을 교도가 주축이 되게 하고 있다. 그러니 4개 분과가 서로 합력할 수 밖에 없다. 이번에 단장 선출도 연륜순으로 뽑지 않고 무조건 40대에서 뽑았다. 교화단 조단도 교무님이 아닌 교화기획분과에서 교도들이 편성했다"고 명쾌하게 말했다.

수평적 관계와 투명성

그래서인지 교도들이 교당에 왕래하는 횟수가 잦다. 모든 교도들이 1인1역할을 할 수 있도록 소소한 역할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교당의 기획과 실무를 담당하는 양정원 교도는 "교무님이 교당에 온지 3년째다. 2년 동안 교도 중심으로 업무가 이동됐다. 교당의 운영 방향이 이제 교도 중심으로 체계가 잡혔다"며 "처음에는 교무님께서 원불교종합정보시스템에 전표를 등록해 달라고 했다. 차츰 회의결산보고와 회의자료를 만들게 됐다. 교도들에게 교당운영을 투명하게 알리기위해 매월 재정시산표를 법당 게시판에 부착했다. 그러니 교도들도 좋아하고 더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양 교도는 교당이 아직은 초창이라 교도들이 기도비 내역에 대해 잘 모르는 점을 감안해 구체적으로 생일기도비나 차량기도비 등 내역을 세분화해서 간접교화를 이끌고 있었다.

교도가 재정업무를 도맡아 하다보니 교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시원스럽게 해소하고 있었다.

김 교무는 "대종사님의 교법이 위대한 것은 재가교도가 중심이 되게 했다. 앞으로 활성화된 교당은 교도가 주축이 되는 교당일 것이다"고 단언했다. 교당 운영의 핵심은 민주성과 투명성, 합리성과 공익성을 전제하고 있다. 교무와 교도, 교도와 임원은 수평적 관계다. 재정은 투명하게 공고하며, 의사결정은 공사를 통해 결정된다. 모든 의식비는 공익을 위해 교화·교육·자선으로 환원된다.
▲ 김성근 교무가 "도 이루기 쉽잖아요 정신만 차리면 되는데요"라고 말하자 교도들이 활짝 웃는다.

교리법회로 내실 튼튼

이처럼 김 교무는 이렇게 2년동안 교당 운영을 위한 터를 닦아왔다. 그 기반 위에 교도들을 지도자로 키우기 위해 매주 금요일 교리법회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교도들이 교화의 주체자로서 상대를 감화하는 용기와 교리를 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아무리 교리가 우수해도 교도들이 교법을 모르면 나팔을 불 수가 없다. 교당의 임원과 단장들은 교리법회에 참석하기를 권한다. 교리에 대한 이해와 확신이 서야 교화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확산이 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송인경 단장은 "처음에는 일원상 진리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몰랐다. 예전엔 공부가 뜬구름 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경계속에서 교리를 연결시킨다. 한돌 한돌 올리는 것처럼 조금씩 마음공부를 잡아가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교리법회는 안 빠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입교한지 25년이 됐다는 강성원 부회장도 "원불교를 안 세월에 비하면 교리에 대해 아는게 없었다. 일요법회로는 교법을 공부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교리법회를 통해 조목 조목 깔린 마음 작용들을 보게 되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힘들다는 것도 이제 느끼고 있다. 교무님과 공부하면서 순간 순간의 마음씀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흐뭇해 했다.

김 교무가 이렇게 교리공부에 정성을 들이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영산성지에서 근무할 때다. 6월이면 영산성지는 모심기를 비롯해 바쁜 일상이 전개된다. 그러다보면 여기 저기서 서로 다투고 예민한 모습을 보아온 김이현 원로교무가 "너희들이 공부를 해야 되겠구나"라고 말했단다. 그 뒤로 김 원로교무를 모시고 영산사무소 근무자들과 3년간 겨울 동선을 나면서 교리공부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교도들도 그동안 교리공부에 갈증을 느끼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정근 교도는 "예전에 교당은 오전 오후로 교리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가풍이 없다. 깊이있게 교리를 공부하고 법의문답을 하는 부분이 없어졌다. 근본적인 부분이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교도와 교무의 관계가 느슨해졌다.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만 차리면 경계는 무죄

이번주 교리법회의 주제는 '정신수양의 목적'이다. 김 교무는 12인연법(무명·행·식·명색·육입·촉·수·애·취·유·생·노사)을 차례로 설명하며 경계속에서의 마음작용을 자연스럽게 제시했다. 그는 "12인연에서 수(受)는 받아들임이다. 경계를 대할 때 얼굴 낯빛이 달라지고 말로 나온다는 것은 내가 그 경계를 취했다는 것이다. 그때는 수습이 어렵다. 그 수를 무화(無化)할 수 있는 공부를 해야한다"며 "마음은 요란합니까 요란하지 않습니까"라고 교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마음은 요란하지도 어리석지도 그르지도 않다. 거울에 파리가 똥을 싸도 그 거울은 더럽혀지지 않듯이 정신의 표면도 그렇게 생겼다. 욕심과 습관, 업력에 의해 그럴 뿐이다. 정신을 차리면 공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나 지금 여기에서 정신을 차리면 경계는 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내면을 바라보는 훈련을 위해 정신수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회를 보는 내내 '도(道) 이룰 일, 밥 먹기보다 쉽다!'라고 쓰여진 플래카드 글귀가 오랫동안 마음을 두드린다. 교도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김 교무에게 "도 이루는게 어떻게 밥 먹기보다 쉬워요?"라고 물었다. 그는 "도 이루기 쉽잖아요. 정신만 차리면 되는데요"라고 시원스럽게 답한다. 이제 풍암교당은 교도 중심의 교당 운영이라는 1차 방언을 마치고, 교리공부로 2차 방언의 돌담을 쌓고 있다. 교도들이 누구라도 와서 마당놀이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그래서일까. 교도와 교무는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한마디로 기분좋은 교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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