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체험으로 생사자유의 문을 열자

▲ 훈련 전 마음의 문을 여는 강숙원 원장과 안양·산본교당 교도들.

사람들은 '삶의 완성을 위한 죽음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죽음을 준비하고 연습을 통해 생사해탈(生死解脫)의 계기로 삼으면 좋을 듯하다.
이런 가운데 변산 원광선원이 더 잘 사는 삶을 완성하기 위한 훈련을 진행해 주목을 받고 있다.

4~5일 안양·산본교당 교도들이 죽음에 대한 이해와 유서쓰기를 함으로서 죽음과 친숙해지는 과정을 체험했다. 교도들은 교리에 바탕한 생사체험을 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겼다.


과정1. 죽음은 축복이다

웰빙과 웰다잉이 있다. 웰빙은 신심의 안정을 추구하는 생활이다. 웰다잉은 한마디로 '잘 죽자'는 것이다. 결국 웰빙의 끝이 웰다잉이 되어야 진정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내 삶의 마침표를 어떻게 찍을까? 모두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
원광선원 강숙원 원장은 대중을 향해 "나의 인생 시계는 몇 시 인가?"라고 물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교도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이다. 그러면 대종사님이 천도품에 밝혀 준 "나이 40이 넘으면 죽어가는 보따리를 챙기라"는 의미를 한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지각이 열린 사람은 '죽는 일도 크게 안다'고 했다. 우리가 종교생활을 하는 것은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죽음을 연습하는 것은 자유를 연습하는 것이다. 자유와 행복을 얻기 위해 죽음의 이해가 필요하다. 죽음은 두려워 할 일도 외면 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헌 옷을 새 옷으로 갈아입는 축복이다. 다시 태어날 수 있는 큰 축복, 죽음을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름다운 죽음의 시작이다. 죽음을 이해하면 삶에도 죽음에도 매이지 않는 자유를 얻는다. 그래서 죽음 앞에 당당할 수 있다. 주어진 삶의 시간과 인연들을 더욱 소중히 아끼고 사랑하며 살 수 있다.

강 원장은 죽음의 올바른 이해에 대해 열강했다. '죽음은 축복이니 사색하고 공부해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자'는 것이다.

1과정에서 교도들이 서서히 자신은 어떠해야 하는지 인식하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과정2·3 유언장 쓰기·이야기 나누기

2과정을 위해 교도들은 글쓰기 편한 장소를 찾아 나섰다. 오늘 생을 마감한다는 심정으로 유언장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김세연 교도는 큰소리로 "저 어린 늦동이를 놓고 어찌 죽어. 죽을 수 없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자신 앞에 다가온 '죽음'을 부인하고 싶은 심정을 내비쳤다.
삼삼오오 자리를 잡은 교도들은 고민을 하며 유언장을 써 내려갔다.

'죽음에 이른 나의 육신을 어떻게 처리해 주기를 원하는가?'에 대해 대부분 교도들은 '화장'해 주기를 원했다. 장기기증은 많지 않았으며 화장 후 수목장이나 산에 뿌리고 싶다는 응답이 많았다.

'나의 소유로 된 재산 처리'는 천도재를 잘 지낸 후 남은 비용이 있다면 교육·복지사업에 기부하겠다는 응답과 가족끼리 분배하겠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교도는 "교화기금으로 활용해 달라"고도 했다.
죽음을 앞두고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대부분 배우자이거나 자녀였다.

어느 교도는 "한 마디 유언도 없이 속절없이 떠난 남편이 평생 섭섭하다"며 "유언장을 미리 써 두는 것도 살아있는 가족에 대한 배려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년에 한번씩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일은 남아 있는 삶을 더 잘 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일에 대해서는 "마음공부를 소홀히 한 것, 성불제중 서원을 다 이루지 못함"이 가장 안타깝다는 의견이다.

다음 생에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응답은 "공부인으로 청정한 생활, 여유있는 사업가가 되어 가슴앓이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등 "보시하는 삶을 살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현재 다 베풀지 못한 삶에 대한 아쉬움이 내포된 마음을 볼 수 있다.

'남아 있는 시간이 일주일'이라는 질문에 천도재에 관한 사항 당부, 함께 한 인연들에게 감사인사, 세간 정리, 청정일념 열반 준비, 심신을 모두 비우기(빈마음), 최후일념 챙기는 공부 등으로 응답했다.

생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자녀들에게 '일원가족 되어 달라'는 부탁과 '자력생활 강조, 연명치료 하지 말 것' 등을 적으며 평소 갖지 못했던 감정을 추스렸다. 그 내면에는 오늘의 이 죽음이 실제가 아니라는 안도감에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과정4 임종 체험과 자신 천도

김진교 교무의 천도법문을 들으며 열반을 체험하는 교도들. 가족에 대한 애착도 다 이루지 못한 삶의 착심도 이제는 다 놓아야 한다. 그리고 눈을 감고 서서히 천도법문에 내 심신을 실어 보낸다. 그렇게 자신 천도의 연습을 했다.

서명국 교도회장은 "누워있는 내 모습을 높이 떠서 살펴보니 마음이 편안했다. 가족을 믿을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체험이지만 좋은 느낌이다"고 훈련 소감을 말했다.

박대송 교도는 "자신과의 피드백을 통해 진정한 생사 자유공부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애착으로 남는 것을 보면 평소 섭섭하게 했던 일이나 정성을 다 하지 못한 것들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전정원 교도는 "어려서 보았던 죽음의 모습에 억눌려 있었다"며 "유언장을 쓰며 몇 번이고 깊이 생각했다. 남은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됐다. 하루하루 좀 더 소중하게 살아야겠다는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는 감상을 말했다.

이수인 교도 역시 "그동안 피상적으로 죽음을 생각했었다. 이번 훈련을 계기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무엇을 준비하고 가야 할지, 어떻게 죽는 것이 주변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인생은 누구나 시한부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내 앞의 죽음은 제일 늦게 찾아올 것이라 착각한다.

아름다운 삶의 덕목을 왜 죽음을 앞두고 생각하는 것일까? 욕심으로 인해 가려진 삶의 진실을 죽음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강 원장은 "죽음의 거울을 통해 내 삶을 바라 본 시간이었다"며 "생사 교리 체험 훈련을 통해 자비롭고 감사한 삶을 살아 '생사자유의 문을 열어보자'"고 훈련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원광선원의 생사해탈 체험훈련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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