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잘 알려진 '자등명 법등명(自燈明法燈明)'이란 용어가 있다.

이것은 〈대열반경〉에 있는 것으로, 법에 의존하되 다른 것에 의존하지 말라는 뜻이다. "오로지 온당한 자신과 법만을 등불로 삼아 정진하라" 불타가 열반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다른 것에 의존하다보면 미신신앙에 가릴 수 있기 때문에 정법에 의존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사람은 미완의 존재이므로 완벽한 법에 의존해야 한다는 명제가 성립된다. 사실 '인간의 수명은 유한하지만 진리는 영원한 것이다'라고 단정할 때 우리에게 다가오는 가르침은 시공적으로 유한한 사람보다는 영원불멸한 진리에 의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한평생 오욕에 끌리는 사람보다는 영원히 지혜광명으로 사바세계를 비추는 불법에 의존하는 것이 종교적 신행을 하는 신앙인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이에 사람만 믿지 말라고 한 의미를 몇 가지 차원에서 접근해 보자. 〈사의경〉과 아비달마 〈구사론〉에서 강조하는 네 가지 원칙이 이에 관련된다. 첫째 법에 의하되 사람에 의하지 말라, 둘째 뜻(義)에 의하되 언어에 의하지 말라, 셋째 지혜에 의하되 지식에 의하지 말라. 넷째 요의경(了義經)에 의하되 불요의경(不了義經)에 의하지 말라는 것이다. 네 가지 모두가 한정된 대상 극복으로써 무한한 불법에 따르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소태산대종사는 〈정전〉 솔성요론 1조에서'사람만 믿지 말고 그 법을 믿을 것이요'라고 하였다. 그가 말하는 '사람'이란 일생을 산다고 해도 100년을 넘기지 못하며, 더구나 시공에 구속되는 육신이라는 미완의 존재로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원기24년 7월경, 황이천 순사가 대종사에게 물었다. "선생님도 육신을 가지신지라 어느 때인가는 세상을 떠나실 터인데, 그 뒤에도 이 불법연구회가 그대로 계승되어 나갈까요?" "참으로 좋은 말을 물었다. 대개의 종교단체는 교주를 신봉하고 있는 고로 그 사람이 죽으면 흐지부지되고 마는 것이 흔한 일이나 이 불법연구회는 나 개인을 믿기보다 내가 낸 법을 옳다고 신봉하기 때문에 내가 죽어도 내 법은 영원히 계승할 것이다."

그리하여 대종사는 즉시 사무실의 주산 송도성을 불렀다. 솔성요론 3조 "사람만 믿지 말고 그 법을 믿을 것이요를 제1조로 돌려라"하면서 매우 기쁜 표정을 지었다.(원불교신보 112호). 뒤이어 "열 사람의 법을 응하여 제일 좋은 법으로 믿을 것이요"라 하며, 한정된 시공의 인격불이 아닌 법신여래의 진리불에 맥을 대도록 했다.

따라서 우리는 진정 중생의 육안(肉眼)으로 살아가지 말고 깨달은 성자의 불안(佛眼)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사람을 극복하고 법에 의존하는 정법신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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