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95: 원불교의 선법과 불교의 선법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답: 근본적인 선법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원불교는 무시선과 무처선이라는 선에 장소와 시간이 따로 없다는 유비쿼터스 선법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특히 원불교 선은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데는 단전주 선을 유용하게 활용하지만 마음이 안정이 잘 되고 정신기운이 맑을 때는 누구나 의두(疑頭)를 연마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여 정(定)과 혜(慧)를 쌍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묵조선의 장점과 간화선의 장점을 수용하는 선종사(禪宗史)적으로 그 의의가 큽니다.

또 한편으로는 불교의 선(禪)과 도교의 단전주(丹田住)를 통합하는 통섭의 의의가 있습니다.

원불교 〈정전〉 '무시선법'에 보면 '근래에 선을 닦는 무리가 선을 대단히 어렵게 생각하여 처자가 있어도 못할 것이요 직업을 가져도 못할 것이라 하여 산중에 들어가 조용히 앉아야만 선을 할 수 있다는 주견을 가진 사람이 많나니 이것은 제법이 둘 아닌 대법을 모르는 연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만일 앉아야만 선을 하는 것일진대 서는 때는 선을 못하게 될 것이니 앉아서만 하고 서서 못하는 선은 병든 선이라 어찌 중생을 건지는 대법이 되리요, 뿐만 아니라 성품의 자체가 한갓 공적에 그친 것이 아니니 만일 무정물과 같은 선을 닦을 진대 이것은 성품을 단련하는 선공부가 아니요 무용한 병신을 만드는 일이니라. 그러므로 시끄러운 데 처해도 마음이 요란하지 아니하고 욕심 경계를 대하여도 마음이 동하지 아니하여야 이것이 참선이요 참 정이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무시선법과 무처선법은 육근이 무사하면 잡념을 제거하고 일심을 양성하며, 육근이 유사하면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양성하는 선을 말합니다.

불교의 좌선법에는 화두를 드는 간화선법과 묵묵히 마음을 비추어 관하는 묵조선(默照禪)법이 있습니다. 전래로 묵조선은 선풍(禪風)이 온화하기는 하나 자칫 혼몽에 들기 쉬워 무기(無記)의 사선(死禪)에 빠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원불교에서 묵조선 중에 마음을 단전에 주하는 단전주선을 취한 까닭은 간화선은 머리에 화두를 두게 되므로 자칫 화기(火氣)가 올라 병을 얻기가 쉽고, 초보자들에게는 화두에 의심을 걸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단전주 선은 마음을 단전에 주하게 되므로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잘 되어 쉽게 안정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또한 단전주 선은 마음의 안정뿐 아니라 건강상으로도 유용하여 영육쌍전의 취지에도 부합됩니다.

<한양대·중곡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