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96: 원불교에서는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답: 과학적으로 보면 죽음이란 한 사람이 생물학적 통합 기능을 상실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와 같은 심폐사론이나 뇌사론 모두 인간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단순한 생명체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불교에서는 생과 사를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고 생은 사의 근본이요 사는 생의 근본으로 생각합니다. 돌고 도는 이치에서 보면 죽음은 또 다른 삶의 시작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성주를 보면 우리들의 근본 생명은 진리계에서 본다면 영천영지 영보장생의 영원한 것입니다.

거래각도(去來覺道, 가면 오는 이치를 깨침)하고 보면 인생은 돌고 도는 영원한 일원의 세계라는 것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은 다른 삶을 시작하는 단계로 가르치고 계십니다.

대종사께서는 〈대종경〉 천도품 1장에서 "범상한 사람들은 현세(現世)에 사는 것만 큰 일로 알지마는, 지각이 열린 사람들은 죽는 일도 크게 아나니, 그는 다름이 아니라 잘 죽는 사람이라야 잘 나서 잘 살 수 있으며, 잘 나서 잘 사는 사람이라야 잘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또한 나이가 사십이 넘으면 죽어 가는 보따리를 챙기기 시작하여야 죽어 갈 때에 바쁜 걸음을 치지 아니 할 것이다"하시며 죽음의 준비에 대한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즉 최근에 회자되는 웰 다잉(well-dying)을 90여년 전에 이미 말씀하신 것입니다.

웰 다잉 열풍은 최근에 독일의 '죽음 준비학교', 프랑스의 '임종치료학과', 일본의 '존엄한 죽음'등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본 게이오고(高)의 한 사회교사가 10년 전 학생들에게 죽음교육을 시작했을 때, 많은 반대가 있었습니다. 앞길 창창한 아이들이 무슨 죽을 준비냐는 반발이 있었지만 그는 죽음을 알아야 삶의 방향을 세울 수 있다며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수업을 듣겠다는 학생들이 늘면서 죽음교육은 필수과목으로 자리 잡았고 일본 정부는 4억엔 이상을 들여 학생들에게 가르칠 죽음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독일출신의 명예교수가 이끄는 일본의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모임'에는 예비과부를 위한 죽음 준비교육 프로그램도 있는데 남편보다 수명이 7~8년 긴 아내들이 홀로 남은 뒤 슬픔과 곤경을 이기려는 것입니다.

심지어 미국 죽음교육·상담협회(ADEC)에는 죽음학 자격증을 딴 사람은 800명을 넘으며 이들은 여러 교육기관에서 죽음에 관한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한양대·중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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