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성근 교도ㆍ연세대원불교학생회

연세대학교 원불교 학생회는 몇 주 전에 동아리방 청소를 하면서 책상을 재배치했다. 작년에 비해 법회출석 인원이 두 배 정도 늘어서 그들을 수용할 만한 새로운 구조가 필요했다. 동아리방에 사람이 넘쳐서 매주 강의실을 빌려야 하는 상상을 해온지 몇 년째, 서서히 상상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공부위주 교화종, 교화위주 사업종이라고 만덕산훈련원에서 열린 여름대학선방에도 6명이 참가해서 4명이 수료했다. 가을학기에도 내실 있는 법회와 독서사경모임을 비롯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동아리 재등록 기간이 되면 원불교 동아리 회원들은 고심에 빠진다. 교립학교인 원광대학교나 원광보건대학교를 제외한 전국의 일반적인 원불교 동아리 회원의 숫자로는 동아리 재등록 요건의 최소 인원을 구성하기가 힘들다. 연세대의 경우 동아리 최소 등록 인원이 20~30명 정도이다. 법회를 나오는 사람을 넓게 잡아도 최소 인원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올해는 평균 법회출석이 두 자리 수를 넘어서서 보다 수월한 면이 있지만, 매년 가을 학기가 시작하면 친구들에게 학번을 부탁한 적이 여러 번 있지 않았던가.

소수종교라는 인식 및 절대적 인원의 한계에다가, '88만원 세대' 담론이 말해주듯이 어느 때보다 사회경제적인 구조의 문제까지 떠안은 원불교 동아리 교우들. 하지만 대학교 안에서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한 몇 평짜리 동아리방을 유지하고, 대학교 안에서 일원상을 봉안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부분 부교무들이 맡으시는 대학생 지도교무들도 교당일 하시랴, 양적 성과에 압박받으시랴 노고가 많다.

무수한 신자들 중에서 독실한 친구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는 다른 종교에 비해, 원불교 동아리는 일단 수적인 열세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1000명의 교도 중에 독실한 100명이 활동을 한다고 치면 우리는 10명 중에 1명이 활동을 하는 꼴인데, 그러다보니 몇몇 소수의 교우들에게 동아리 활동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개인의 신앙과 수행의 정도 여부를 막론하고 매년 삼월이면 원불교와 조금이라도 연이 닿아 있는 신입생 명단이 들어온다. (사돈의 팔촌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독실한 원불교 집안인 것과 본인이 활동을 하는 것은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는 듯하다!)

연대의 경우 보통 3명 정도의 명단이 들어오는데 1명 정도 열심히 활동하고, 1명 정도 법회 나왔다가 안 나왔다가 하고 1명 정도는 연락이 두절되거나 만나기 어렵다. 인원 대비 비율로 따지면 작은 수는 아니지만 단순한 수치로 보면 1~2명의 신입생이 열심히 활동을 하는 꼴이다.

지금까지 힘든 소리를 늘어놓았지만 이는 대학생에게만 관심을 쏟아달라는 이기적 발상이 아니다. 교단의 모든 구성원들이 곳곳에서 애쓰고 계시지 않은가. 그저 사실적인 현상을 교도님들께 알려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원불교전국대학생연합회는 30여 년 동안 꾸준히 대학생 교화를 해왔고, 몇몇 교우회(교우회는 대학교 동아리를 부르는 우리의 호칭)는 사오십년 역사를 자랑하며 대학교에서 일원의 진리를 전하고 있다.

요즘 재가교역자 양성이 원기100년을 앞두고 화두가 되고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수십 년째 사업 성적도 인정받지 못 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학교 안의 '교당'을 지켜온 수많은 교우회장단과 교우회원들이 있다.

청년 대종사는 스물여섯에 대각을 이루셨다. 군대 2년에 휴학 1년이면 딱 대학교 4학년 시절이다. 대종사님도 지금 살아 계셨다면 대학생이었고 동아리방을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했을 것이다.
시대의 최후 보루라 불리는 종교와 대학이 만나는 곳이 바로 원대연이자, 교우회, 청년회다. 세상의 원불교 대학생 여러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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