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명인으로 거듭 태어나다

8월 법인절을 맞아 법인성사에서 유래된 법호와 법명의 의미, 법위사정에 대해 살펴본다. 더불어 법인절 문화콘텐츠에 대해 조명하기 위해 4주에 걸쳐 특집을 기획했다. 1주 법명과 법호 의미 2주 법위사정의 교단사적 의미 3주 교구자치제에 따른 법위사정의 변화 4주 교화좌담-법인절 문화콘텐츠의 순으로 소개한다.
▲ 원기15년에 만들어진 단원절부. 교단 초창기 혈인기도 때 구인 제자는 대나무 절부를 사용했다.

이름은 어떤 것을 구분하고 인식하는데 필요하다. 사람에게 있어 이름은 평생 동안 자신을 대신하는 것이므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세상에 태어나면 부모로부터 부모의 소원과 희망을 담은 소중한 이름을 갖게 된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으로 한 평생 사는 사람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자, 호, 휘와 같은 별칭을 갖는 경우도 있다. 또 종교에 입문하면 가톨릭에서는 세례명, 불교에서는 법명 등을 받게 된다. 원불교에는 법명과 법호가 있다.

법명과 법호의 유래

원불교에 입교하면 보통급 십계문과 함께 법명을 받게 된다. 과거에 세간에서 불리워졌던 이름을 속명(俗名)이라 하고 원불교에서 내준 이름을 법명이라고 한다. 입교하여 신앙생활을 하는 교도는 교단 내에서 이 법명으로 호칭이 된다. 법호는 재가 출가교도간에 공부와 사업에 큰 실적을 쌓은 숙덕교도에게 증여하는 별호이다.

원기원년 4월28일 소태산대종사는 진리를 크게 깨달은 후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신심 굳은 여덟 제자를 선택하여 최초의 교화단을 구성한다. 그리고 저축조합을 만들고 공익사업으로 영산방언공사를 해 중생제도의 기틀을 만들어 갔다. 소태산대종사는 중생제도의 계획은 방언공사가 끝나면서 더욱 구체화되고 적극적으로 전개됐다. 그것의 시작이 바로 구인단원의 기도였고, 그 기도의 결과는 백지혈인(白指血印)의 법인성사(法認聖事)로 나타났다. 법명과 법호는 바로 이 법인성사의 결과로부터 비롯이 된다.

원기4년 8월21일 소태산대종사는 처음 구인제자들이 혈인기도로 백지혈인의 이적을 나타냈을 때, 법호와 법명을 내려주면서 "그대들의 지난날 이름은 곧 세속의 이름이요, 개인의 사사로운 이름이었으니,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미 죽었다. 이제 세계 공명(公名)인 새 이름을 주어 다시 살리는 바이니, 삼가 받들어 가져서 많은 창생을 제도하라"고 부촉했다. 이는 원불교 교단사에서 공식적으로 시작된 법명과 법호의 유래이다.

소태산대종사는 대각 후, 당신 스스로 중빈(重彬)이라는 새 이름과 소태산(少太山)이라는 자호(自號)를 사용했다. 교단사적으로 원불교 법명과 법호의 효시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이것이 원불교의 법명과 법호의 효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법명과 법호의 의미

원불교에서 법명과 법호를 받았다 하여 다른 세계로 옮겨가 사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법명과 법호를 주는 의미가 어디에 있을까?

원불교의 법명과 법호의 의미는 위에서 언급한 소태산대종사가 법인성사 후 9인 제가에게 한 말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소태산대종사는 "과거의 너는 죽었고 이제 세계 공명인 새 이름을 주어 다시 살리니 창생을 제도에 힘쓰라"고 부촉했다. 즉 창생을 위하여, 세계를 위하여, '죽어도 여한 없다'는 서원과 신성으로 법인성사를 이룬 9인 제자가 새롭게 공인(公人)으로 탄생한 것이다. 법계인증을 받은 9인 제자에게 법계가 인증하여 내린 이름이라는 뜻의 법호(法號)와 법명(法名)을 준 것이다. 법명과 법호는 '세계 공명인 새 이름을 주어 다시 살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름의 새로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새로움에 있다.

소태산대종사는 새 회상 창립 초기 과정에서부터 제자들에게 그 제자 각자 기틀에 맞는 새로운 이름을 주었다. 제자들에게 법명과 법호를 주면서 '이름값 잘 하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만큼 이름에 풍겨지는 의미가 그 사람의 마음에 주는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태산대종사는 안이정(安理正)에게 법명을 내리면서 "네 이름을 안이정이라고 하자. 안자는 정이고, 이자는 혜이고, 정자는 계의 뜻이다. 이름자를 그대로 법 받아서 공부해라. 즉 정 혜 계 삼학 공부를 잘하면 삼대력을 갖추어서 부처님의 원만한 인격을 갖출 수 있다. 한시라도 삼학을 놓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라"고 당부했다. 또한 서대인(徐大仁)에게는 "대인이라 하자. 네 이름 참 좋다. 네가 이름 값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자는 대의를 말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대의를 세울 줄 알아야 한다. '인'자는 공자님이 말씀하신 어진 것을 뜻한다. 대의와 어짐은 곧 도인의 근본 바탕이 되는 것이다"며 법명을 내려주었다. 이처럼 세속 생활에서 진리의 생활로 인도해 진급하는 삶을 살아가라는 뜻에서 법명을 내려주었다.

또한 법명은 가족에 있어서도 서로간 의미를 부여하여 일치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하사되는 경우도 있다. 박광전의 결혼 날짜가 보름 후로 잡히자, 신부가 익산에 와서 소태산 대종사를 뵈었던 바, 신부에게 다음 법명을 내린다. "신랑이 광전이니 신부는 영전이라 하자, 그러면 영광이 된다"라고 시부(소태산대종사)는 말했다. 이 역시 가족이 함께 일원회상 건설에 참여하여 더욱 신심을 발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였다. 소태산대종사는 이처럼 일원 가족이 되어 회상 창립의 인연으로 굳은 신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법명을 직접 지어주었다.

법명과 법호는 '세계 공명인 새 이름으로 새롭게 살린다'는 면에서 비슷한 의미를 있지만 신앙과 수행의 정도에서는 차이가 있다. 법명은 원불교에 입문하여 원불교 신앙생활을 시작한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법호는 신앙과 수행 면에서 보다 높은 단계의 재가출가 교도에게 수여가 된다. 법호는 공부와 사업, 법랍 등 여러 면에서 제한이 있으며 필요시에는 종법사의 특인을 얻어야 받을 수 있다.

법호 산(山)과 타원(陀圓)의 의미

원불교에서는 법호를 수여 할 때 남자에게는 법호에 산(山)을 붙이고 여자에게는 법호에 타원(陀圓)을 붙인다. 왜 남자에게 산을 붙이고 여자에게는 타원을 붙였는지에 대한 교단의 공식적인 해석은 아직 발표된 적이 없다.

다만 박용덕 교무가 쓴 〈금강산의 주인되라〉는 책에서 남자 제자에게 '산'이라는 법호를 내려준 것은 "산은 힘의 상징으로 법력을 뜻한다"며 "창생을 위해 사무여한 정성으로 무아봉공의 경지에 이른 공인에게 법계 인증의 의미로 산(법사 자격)을 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산이란 항렬의 호는 한갓 멋갈스러운 운치를 돋우기 위해 붙인 것이 아니다"며 "제자들에게 금강자성을 체득하라는 뜻의 상징적인 법문 '금강산의 주인이 되라'고 한 간절한 당부는 진실로 삼대력 갖춘 산인(山人) 즉 법사가 되라는 것이다"고 의미 부여를 했다.

타원에 대해서 그는 "타(陀)는 해중산(海中山)의 뜻이 있다. 타의 자의(字意)는 보타해중산(普蕸海中山)으로 '바다 가운데 완만한 산 즉 섬'을 뜻한다. 산처럼 올연하지 않고 섬이나 언덕처럼 원만하다는 뜻이다"고 피력했다.

그는 "'타'는 깨달음의 한 표현이다. 산스크리트어로 타타타(tathta)는 진여(眞如)란 뜻이다. '원'은 우주을 의미한다. 글자 모양을 보면 우주(○=□) 속에 사람이 빨장을 끼고 버티고 있는 형상(員)이다. 사람은 우주의 주인이다. 우주는 있으나 깨달음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원'과 '타'가 아울러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생명력을 갖게 된다"고 해석했다.

소태산대종사 생전인 원기15년경에 여성제자들에게 '타원'이라는 법호를 줄 것이 고려되었으며 원기30년에 타원이라는 법호가 제정됐다.

원만하게 경사진 구릉을 뜻하는 타원을 여자에게, 힘의 상징인 산을 남자에게 법호를 붙인 것은 동양의 음양이론과도 무관하지 않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