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위등급과 법위사정이 일치하는가

▲ 〈보경 육대요령〉

8월 법인절을 맞아 법인성사에서 유래된 법호와 법명의 의미, 법위사정에 대해 살펴본다. 더불어 법인절 문화콘텐츠에 대해 조명하기 위해 4주에 걸쳐 특집을 기획했다. 1주 법명과 법호 의미 2주 법위사정의 교단사적 의미 3주 교구자치제에 따른 법위사정의 변화 4주 교화좌담-법인절 문화콘텐츠의 순으로 소개한다.

올해는 3년만에 실시하는 법위사정(法位査定)의 해다. 법위사정은 '법위등급 사정'을 줄인 말로 본인의 법위등급이 어디에 해당하는가를 평가하는 지표다. 일원상의 진리를 신앙하고 수행하는 공부인의 수행 정도를 여섯가지 등급의 법위로 정한 것이다. 즉, 보통급, 특신급, 법마상전급, 법강항마위, 출가위, 대각여래위가 이에 해당한다. 바로 이 법위등급이 법위사정의 교리적 근거가 된다.

법위사정의 절차

현재 교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법위사정은 '정식 법위사정'과 '수시 법위사정'이 있다. '정식 법위사정'은 전 교도를 대상으로 3년에 한번씩 실시하며, '수시 법위사정'은 열반인을 대상으로 수시로 실시한다. 재가교도의 법위사정 대상은 만14세 이상 되는 전교도이며, 열반한 교도로서 법위 추존이 필요한 사람이다.

법위사정의 절차는 출가교도(저단과 항단)와 재가교도(교당과 교구)법위사정→중앙법위사정위원회→수위단회 법위사정→종법사 재가 순으로 이뤄진다. 올해 법위사정 일정은 교당과 기관사정은 원기96년 9월, 지구협의는 10월, 교구사정은 11월, 중앙법위사정위원회 사정은 원기97년 1월, 수위단회 사정 및 종법사 승인은 원기97년 3월이다.

교화훈련부에서 제시한 원기97년도 정기법위사정 실무안내에는 원티스(WonTIS)를 통하여 실행하기로 되어있다. 해당 교당과 기관의 전교도를 법위사정하는 과정은 전 교도에게 '본인 법위향상훈련 점검표'를 작성토록 하고 교당에 제출하여 보조자료로 삼는다. 그리고 교도개인카드와 정기훈련 이수 상황을 자료로 준비한다. 준비된 자료를 토대로 원기96년 9월에 예비특신급(이하 예특) 이상의 법위사정을 실시한다. 이처럼 재가의 '교도 법위 기초 조사서'는 교도의 '본인 법위향상훈련 점검표'를 참고하여 반드시 교무가 작성하기로 되어 있다.

법위사정의 유래 및 역사

법위사정의 유래는 원기2년 소태산대종사의 대각 후 최초의 단조직과 함께 발표된 성계명시독(誠誡名時讀)의 내용이다. 〈불법연구회창건사〉에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종사께서는 단원의 정도를 관찰한 후 정법 출현은 시기상조임을 간파했다. 매월 삼순일로 예회를 보며 〈성계명시독〉으로 신성의 진퇴와 실행여부를 대조하게 했다. 신성을 조사하는 법은 청·홍·흑 삼색으로써 구분하되 신성이 제일가는 자는 청점을 표시하고 그 다음은 홍점, 그 다음은 흑점을 표하여 단원들의 신성등급을 알게 하신 것이다.'

법위사정의 효시는 원기10년 학력고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시과목으로 수양, 연구, 취사의 3과를 두고 각 과목 내에 갑을병정무의 5개반을 두었다. 공부인의 3과에 대한 실력을 개별 고시한 후 그 실력에 따라 반별을 정했다. 그리고 원기10년 학위등급법을 발표했다. 공부인의 공부등급으로 6등급(보통부, 특신부, 법마상전부, 법강항마부, 출가부, 대각여래부)을 두고, 그 중간에 각 예비부를 두어 승급을 준비하게 했다. 승급조항의 조사기간은 만 3개년으로 하고, 승급때는 승급증서의 수여와 승급의식의 거행으로 회상의 영광을 축하하게 했다.

원기13년에 제1회 기념총회 기간중에 첫 승급 예식을 거행했다. 당시 원불교 교세는 교도438명 전무출신 20여명으로 예비특신부 이춘풍 등 60명, 정식특신부로 송벽조, 김기천, 송규, 송도성, 이동진화, 이공주 등 6인, 정식법강항마부는 박세철, 서동풍 이었다. 단 박세철, 서동풍은 생전승급이 아니고 사후승급시킨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교조인 소태산대종사는 법마상전부까지만 승급시키고 법강항마부 이상은 사후에 자격이 부족하다는 전제하에 예우 승급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원기50년 반백년결실의 참다운 내실을 위하여 전교도 법위 예비사정 실시하는 법위향상운동을 제창했다. 법위향상의 준비행사로 특별기도, 가정봉불, 교리연마, 교리실천, 본인사정, 교단사정을 거쳤다. 원기55년에는 법위사정 실시요강을 채택해 당시 60만 교도중 특신부(교선)이상 법강항마위(정사)까지의 법위자 총수는 9,844명에 달하게 된다. 매 3년마다 하는 법위사정은 원기61년부터 실시하게 됐다.

법위의 객관적 검증 필요

결국 법위사정은 공부인의 마음공부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다. 교단적으로 공부하는 풍토를 조성하려는 것과 개인적으로 신앙과 수행의 공부의 소중함을 일깨워 정진을 촉구하려는 뜻이 있다. 원광대학교 김성훈 교무는 '원불교 법위사정의 문제와 개선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현행 법위사정 제도에 대한 평가의 신빙성 문제와 존엄성 상실 등을 밝혔다. 그는 "원불교인들의 삶의 목표와 서원은 일원상진리의 깨달음에 있고, 깨달음을 향한 수행 정진의 공부는 법위향상을 공부 표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법위사정을 제도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정전〉에 밝혀진 법위등급의 내용과 법위사정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교조인 소태산대종사는 많은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도 법강항마위 이상의 법위에 생전 승급시킨 일이 없었다. 법강항마위 이상은 견성 도인이며 불보살의 경지에 든 인격적 사표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현행 법위사정은 특별한 과오가 없는 한 어느 정도 법랍과 나이가 되면 승급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법위승급도 진정한 의미가 사라지고 세속적인 예우와 명예로 생각하는 현상이 상식화된 추세를 거론했다. 김 교무는 "법강항마위 이상의 승급자들의 삶의 모습에서 법위의 정통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종교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법강항마위 이상은 인천대중이 먼저 알아보고 공경하는 불보살 성인이기 때문에 만일 법력을 실증할 수 없는 가짜 항마위, 출가위, 여래위들이 나와 법위의 신빙성을 문란하게 만들 수 있다"며 "그것은 소태산대종사가 가장 염려하는 자칭 도인의 무리가 세상과 교단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것은 대종사가 언급하신 보기좋은 납도끼와 같아서 실제로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피력했다.

우리 교단은 법위향상 운동으로 많은 법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교화현장은 교화정체성이라는 난항을 겪고 있는 추세다. 재가출가의 법위가 실질적으로 향상되었다면 교화는 살아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법위사정의 문제는 교무와 교도 사이 또는, 교도와 교도 사이에서 교화의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위사정의 결과에 대해서 본인은 물론 주변사람들도 액면 그대로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가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객관적으로 확실한 법력의 소유자가 그 법력에 걸맞는 등급에 승급할 수 있도록 법위사정 제도의 전폭적인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며 "법위의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 본인의 검증은 물론 대중의 객관적 검증이 있어야 한다. 평가의 기준과 방법에 있어서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