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화 된 법인문화, 신앙 브랜드로 성장시켜야
펀FUN적 대중성 확보 중요, 동영상시대 맞게 품격 높일 때

8월 법인절을 맞아 법인성사에서 유래된 법호와 법명의 의미, 법위사정에 대해 살펴본다. 더불어 법인절 문화콘텐츠에 대해 조명하기 위해 4주에 걸쳐 특집을 기획했다. 1주 법명과 법호 의미 2주 법위사정의 교단사적 의미 3주 교구자치제에 따른 법위사정의 변화 4주 교화좌담-법인문화콘텐츠의 순으로 소개한다.

이번 좌담회는 교정원 문화사회부 정선호 교무, 한국종합예술대학교 이도하 교수(교무), 원음방송 박성원 PD, 연극배우 한상돈 교도가 참석해 법인문화콘텐츠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특히 법인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대본, 시나리오, 연극, 동화, 어플, 창작성가, 공연 연출 등 의례 중심에서 종교문화로서의 가능성을 내다보게 했다.
▲ 문화사회부 정선호 교무.

-법인절을 생각할 때 법인기도나 백지혈인, 사무여한 등이 떠오른다. 우리의 법인문화라는 것은 무엇인가.

법인성사는 대종사가 구인제자로 하여금 사무여한의 신성으로 새로운 삶을 얻게 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천시대가 순교의 시대였다면 후천시대의 법인정신은 살림의 문화요, 평화, 공존의 문화다.

우리의 법인문화도 이런 흐름에 맞춰 죽음, 살림, 평화의 코드에 맞춰 방향을 정하고 문화를 형성해 갔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현재의 법인절은 박제화된 느낌이 강하다. 법인의 정신은 당시 대종사와 구인제자의 법계인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서 늘 새롭게 부활되어야 한다.

대종사의 대각이 앎이라면 법인은 개인, 사회적 실천이다. 사회에서 볼 때 법인절이라는 것은 이름 자체가 생소하다. 고유명사로써 법인절의 브랜드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법인절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법인절에 대한 브랜드화 작업이 필요하고 예쁜 애칭도 고려할 만하다.

법인이라는 것이 추상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일반사회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새다. 법인절의 사회성을 주목할 때 쉬운 말로 자신인증, 사회인증과 같은 쉬운 언어도 좋다. 교단이 사회적으로 검증을 받는 날로 정하면 어떨까 싶다. 법인성사가 대종사와 구인제자들의 100일 기도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대종사의 대각과 더불어 처음 하신 일이 저축조합 설립이다. 그리고 방언공사, 마지막으로 3·1만세운동은 개벽을 재촉하는 상두소리니 어서 방언마치고 기도하자 하셨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굉장히 현실적이고 생산적인 법인문화를 만들어 주었다. 대각개교절이 가장 큰 경축일이기는 하지만 불교의 사월초파일과 기독교의 부활절 사이에 있어 대사회 홍보에 어려움이 있다. 이런 점에서 전략적으로 법인절의 사회적 합의를 키울 필요가 있다. 대각개교절에서 법인절까지 115일이다. 신앙적인 열정이 있다면 이 기간을 문화적으로 성숙시켜 법인절의 극적인 요소를 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 한국종합예술대학교 이도하 교수.
-그동안 법인절 경축행사를 하면서 의식자료나 성극, 헌다 등 작지만 의미있는 콘텐츠를 생성하고 축적해 오고 있다. 기존의 법인문화콘텐츠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지금까지 쌓아온 법인문화콘텐츠라는 것은 대부분 의식자료들이 많다. 원불학과 예비교무들이 만들어 놓은 성극(대본, 동영상 포함)이나 원음방송 원불교TV국에서 최근에 제작한 '내 너희를 다시 살리니'같은 동영상 같은 류와 라디오 드라마 같은 종류 등이 있다. 이와 더불어 구인봉 기도와 헌다, 절부를 활용한 촛불의식, 꽃꽂이 콘텐츠 등 법인의식에 포함된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연극의 유래가 제사에서 나왔지만 뚜렷하게 떠오르는 아이콘이 없다.

부활절하면 계란이 상징이다. 법인절은 구인제자와 시계, 칼 등의 상징성이 대두되지만 신앙문화로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 예로 기독교의 오병이어(五餠二魚, 5개의 빵과 물고기 2마리로 5000명 병사를 먹여 살렸다는 예수의 기적)라는 말이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되어 브렌드화 되었다. 이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생성해 온 법인문화 콘텐츠라는 것도 속을 들여다 보면 너무 아마추어적인 요소가 많다. 한마디로 내용과 연출에서부터 작품의 질도 떨어진다. 생성해 온 콘텐츠들을 보면 소박하면서 투박하고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교단의 의식이나 문화도 동영상시대가 도래했다. 교당이나 개인의 모든 일들이 동영상 콘텐츠를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지고 기획연출에 의해 세련돼 지고 있다. 법인문화도 이런 흐름을 살펴야 한다.
▲ 원음방송 박성원 PD.
-법인정신을 신앙적으로 담아 낼 수 있는 또 다른 분야의 콘텐츠 개발이나 유행하는 트렌드와 접목 방식은 어떤가.

법인절에는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되어 있다. 그런 반면에 이런 극적인 요소를 담아내는 법인문화의 원소스(원본)는 약하다. 제대로 된 원본을 만들어낼 때가 됐다.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생성이 활발해 질 수 있다. 법인기도나 서원의식을 통해 진지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현대의 트랜드는 펀(FUN)이다. 너무 거룩하면 대중성이 떨어져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뮤지컬 '점프'나 '난타'등 도 이런 펀적인 요소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지난 청소년희망캠프 때 서원의식을 이런 펀적인 요소를 가미했더니 청소년들이 좋아하고 기도에 대한 몰입력도 향상되는 것을 보았다.

그런 면에서 스토리가 있는 비보이의 법인축제, 랩퍼가 하는 창작성가 등은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이런 펀적인 요소를 가미한 다음 법인기도는 마지막에 진행하면 된다. 요즘은 일상이 콘텐츠인 시대로 접어 들었다. 우리의 법인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프로들이 좀 더 세련되고 현대 감각에 맞게 창작할 때가 됐다고 본다.
▲ 연극배우 한상돈 교도.
-보여주고 느끼고 생각하고 만드는 것 등 법인문화 콘텐츠 개발의 방향이나 각 분야에서 콘텐츠 개발을 생각한다면.

프로들이 만든 법인절 성극이나 뮤지컬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교당에서 성극을 하지만 규모의 영세성과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작품성있는 성극을 만들어 봄직하다. 이런 부분은 교당끼리 연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방송 쪽에서는 법인절 창작성가를 유명 가수가 부르게 하고, 명사초청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 서울 원음방송이 개원 10주년을 맞으면서 스타를 키우는 눈도 높아졌고 섭외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법인절 공연과 캠페인 등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스마트폰 시대에 법인절의 대중성을 담은 어플 개발도 눈여겨 봐야 한다.

법인절은 상생과 평화로 인류의 구원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런 의미에서 20세기가 전쟁의 역사임을 감안한다면 법인절을 세계평화 주간으로 지정하고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평화대행진의 이벤트도 교단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전쟁 희생자가 많은 곳을 찾아(유럽, 아시아) 상생과 해원,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대행진으로 의제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

또 법인문화가 우리 안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법인정신의 힘은 실천에 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사회의 잘못된 방향을 지적하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이 원불교 법인절 하면 사회에 대해 정견을 선포, 선언하는 날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적인 접근도 고려할 만하다.

사진 채일연 기자 chiy@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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