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성 교무의 '소태산대종사 생애 60가지 이야기'

▲ 노부부가 며느리를 위해 불공을 드리러 가던 실상사의 복원된 모습.
▲ 실상사의 옛 모습.(원기 28년 촬영)
변산 인근에 박 주사라 불리는 노인이 살았다. 하루는 박 주사 부부가 봉래정사 옆 실상사에 불공하러 가는데 소태산대종사가 이를 알아보고 물었다.

"노인장께서 어딜 가십니까?"
"우리 며느리가 어찌나 불순하게 하는지 실상사 절로 며느리 화해 불공하러 갑니다."

노인부부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난 뒤 소태산대종사가 물었다.

"그래 꼭 실상사 부처님만 부처로 알고 불공을 가면서 자기가 가장 가깝게 있는 며느리는 살아있는 부처님인 줄은 모르는가요?"

노부부는 무슨 뜻인지 몰라 되물었다.

"아니, 우리 며느리가 부처님이요?"
"부처지요."
"어찌 우리 며느리가 부처님이요."
"효도하고 불효하는 권능이 누구에게 있나요?"

"우리에게 효도하고 불효하는 것은 며느리에게 있지요."
"그러니 부처지요. 며느리에게 먼저 불공해 봐요."
"그러면 어떻게 불공하라는 거요?"

"오늘 이것 가지고 가면 쌀 씻어 부처님 밥 지어놓고 나물 좀 만들고 떡도 좀 만들어 오늘 저녁 하루 불공하고 갈 것이지요? 그러지 말고 내 시키는대로 하는데 그 쌀 팔아 돈을 장만해요. 그 돈으로 한 달만 불공해요. 꼭 내가 시키는 대로 하셔야 해요."
"예, 해보죠. 그럼 우리 며느리가 이 시부모에게 잘 하겠소?"

"잘 하다마다요. 며느리가 무엇을 제일 좋아 하던가요?"
"인조 옷 한 벌 해 달라고 했는데 못해줬더니 화가 났습디다."

당시 인조 옷감이 유행할 때라 누구나 갖고 싶어 했다.

"아, 그러면 부처님께 불공한 폭 잡고 그 돈으로 인조 옷 한 벌 떠다가 몰래 농속에 넣어놔요. 그리고 1주일 만에 나에게 와서 감정을 얻는데, 대신 나하라는 대로만 해야지 절대 잔소리해선 안 돼요. 밥이 질면 질어서 좋다. 되면 고실고실해서 좋고 옷이 길면 길쭉해 점잖아 좋다. 짧으면 잘둑해서 활발해 좋다고 하지, 하여튼 잔소리는 일체하지 마시요. 그리고 손자놈 업어주고 코도 닦아주고 이쁘다고 해주며, 그리고 그 무거운 나락다발 보리다발 좀 날러주고 말이요."

노인부부는 소태산대종사가 시키는 대로 비단저고리 감을 떠다가 며느리 모르게 장롱에 넣어 놓고 소태산대종사가 하라는 대로하다가 1주일이 지나 감정 받으러 봉래정사 석두암에 왔다.

이렇게 소태산대종사가 지도하는 대로 하며, 며느리가 갖고 싶어 했던 미투리, 은비녀 등 좋은 것을 다 사다주며 몇 주일을 감정 받으러 다녔다.

그 뒤부터는 일이 거꾸로 되었다. 며느리가 생각하기를 '우리 시부모님 같은 사람이 천하에 없다'싶었다.
그리하여 시부모를 공경하는데 아파도 약 한 첩 안 달여주고, 미음 한 그릇 안 쑤어 주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프다하면 밑에 쌀 깔고 위에 보리 놓아 노른노른 해지면 주걱으로 문대어서 해 주었다. 며느리는 시부모에게 "어찌하든지 시부모님 오래오래 사세요"하고, 시부모는 "세상에 저 며느리 없으면 내가 죽은 뒤 누가 봉제사(奉祭祀)하며, 저 며느리 없었으면 이쁜 손자 누가 낳아주었겠는가. 딸 것들은 다 출가외인인데?"라고 했다.

그리하여 며느리는 시부모님 없으면 못 살고, 시부모는 며느리 없으면 못 살고 날이면 날마다 웃음꽃을 피웠다.

노인부부가 소태산대종사를 찾아와 무수히 감사를 올리자 옆에 있는 제자들에게 "이것이 곧 죄복을 직접 당처에 비는 실지불공이다"고 했다.

(위의 내용은 공타원 조전권 종사 문집 〈행복자는 누구인가〉에 수록된 내용을 요약정리 한 것이며, 〈대종경〉 교의품 15장의 내용 법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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