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평산, 건강에 좋은 장뇌더덕 있어요"
자연 상태 그대로 수확 봄·가을로 체험행사 열어 호평

▲ 파주시 천지보은영농회 김덕근 대표.
초록의 향연이 8월의 산하에 가득했다. 고추잠자리며 나비들의 움직임도 활기찼다. 자유로를 지나 37번국도 적성, 전곡 방향을 거쳐 도착한 파평산(495m)이 그랬다.

초입에서부터 한동안 낮은 언덕배기를 오르다 보니 장뇌더덕 향기가 진하게 풍겼다. 나무 줄기를 감고 있는 장뇌더덕 잎들이 바람에 하늘거렸다. 같이 동행했던 김덕근(44) 파주시 천지보은영농회 대표는 장뇌더덕 씨가 뿌려지는 과정을 설명했다.

"보통 벌목을 한 곳에 잣나무를 심습니다. 그 사이에 더덕 씨를 뿌리죠. 부엽토가 풍부하니까요. 잣나무가 클때까지 걸리는 15년 동안에 장뇌더덕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나무가 자라 그늘이 지면 더덕의 수확량이 떨어집니다."

그는 손을 들어 8부 능선 아래쪽을 가리켰다. 산 주변에 장뇌더덕이 널려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의 손길을 따라가 보니 위 아래 산색이 달랐다. 확연한 차이를 느낄수 있었다. "장뇌더덕 씨가 뿌려진지 5년 경과된 파평산 일대 165,000㎡를 임대했습니다. 그러나 자연 상태 그대로 둔 관계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동물들로 인해 많이 훼손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4월이 되면 더덕 순이 힘을 받아 올라오는 관계로 칡덩쿨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칡덩쿨이 자라는 시기는 5월말 부터라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런 이치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한 태도다. 자연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그대로 묻어난다. 동물을 탓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뇌더덕이 잘 자라기를 바랄 뿐이었다.

"예로부터 사삼(沙蔘) 이라 불렸던 더덕은 얼음이 녹아 땅이 해토 되면 가장 먼저 새싹을 힘차게 올리는 대표적인 약초입니다. 그리고 가을 나무가 양분을 뿌리로 함축하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양분을 함축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이것을 확인시켜 주려는 듯 나무 풀숲을 헤치고 들어가 장뇌더덕 잎을 잠시 살폈다. 그런 후 괭이로 한곳을 열심히 파니 제법 굵직한 장뇌더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 바닥위에 올려진 장뇌더덕은 생기가 있었다.

"장뇌더덕은 남쪽 지방이 훨씬 잘 자랍니다. 횡성, 진안, 제주도 등지에서 나오는 더덕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는 추워서 그런지 똑같은 햇수라 해도 크기에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토질에 따라서도 모양이 다릅니다. 좋은 토질은 일자로 죽죽 뻗어 미끈한데 나무뿌리가 엉킨 곳에 자라는 것은 뿌리가 갈라집니다. 장뇌더덕은 인삼하고도 안 바꾼다는 말이 있을 만큼 뛰어난 건강식품입니다."

그의 말처럼 장뇌더덕은 한방에서도 치열, 거담 및 기관지염, 폐열 제거 등에 사용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거담효과는 4시간 이상이나 지속될 만큼 약효가 좋다는 것이다. 그는 제독효과가 뛰어난 음식으로 선호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파평산 장뇌더덕은 큰 일교차와 특유의 자연조건으로 인해 맛과 진한 향이 뛰어납니다. 생으로 갈아먹을 수 있습니다. 껍질채 말려 차로 끓여 먹기도 합니다. 이러한 장뇌더덕에는 사포닌, 이눌린 성분이 있어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장뇌더덕은 면역력을 얻기 위해서 자연상태에서 세균, 벌레들과 경쟁합니다. 잎과 뿌리에 상처가 나고 작물 스스로 상처난 부위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면역력이 극대화 되는 것이죠. 사람이 그 작물을 먹을 때 비로소 면역력이 증대될 수 있다고 합니다. 모든 유기농산물을 먹는 이유도 이런 이유과 같습니다. 단순히 농약을 뿌리지 않은 안전한 농산물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한 마디로 건강에 좋습니다."

그는 이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매년 장뇌더덕 수확 체험행사를 봄·가을로 열고 있다. 봄에는 4월15일부터 5월30일 까지이며 가을은 10월15일부터 11월30일까지 진행된다. 이때쯤이면 주로 가족들이 주말을 이용하여 행사장을 찾고 있다.

"더덕 체험행사는 19,800㎡를 지정해 진행됩니다. 약초를 아시는 분들은 많이 캐는데 그렇지 못한 분들은 큰 것을 캐지 못합니다. 그래도 2시간 정도면 2kg 이상은 캡니다. 약초 매니아들은 봄에 2번, 가을에 2번 와서 7~8kg 정도 캐갑니다. 여기서 직접 수확한 장뇌더덕은 1kg에 3만원씩 받고 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장뇌더덕은 밭더덕과 달리 가격이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거의 1/5차이가 났다. 그래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제품의 우수성 때문이다. 상시 복용해 본 사람들이 효능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장뇌더덕 선물용 포장은 대나무 채반과 박스에 담아 택배가 가능하다는 점을 밝혔다.

"밭더덕으로 반찬해 드시는 분들은 가격에 힘들어 합니다. 직접 채취하여 향도 느껴보고 효능을 보는 분들은 많이 찾고 있습니다. 봄에는 통통 살찐 더덕 싹을 살짝 데쳐 묵나물로 먹을 수 있습니다. 장뇌더덕은 김치와 물김치에 넣어도 향이 진합니다. 이밖에도 더덕장아찌, 더덕정과, 더덕효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그가 우리의 건강을 알게 모르게 다스려 주는 장뇌더덕 농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오래되지 않는다. 2000년 파주에 귀농을 결정하기까지는 쉽지 않는 과정이었다. 부천에서 진보정치를 하던 그가 결혼에 이어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유기농업에 심취했던 것이다.

"30대 초반부터 직업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다 유기농법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업은 어느 곳에도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귀농하기 6개월 전부터 남원 실상사를 비롯 변산 등 농촌 공동체를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아내(정연은)의 협조아래 파주에 정착하여 감자, 단호박, 당근, 배, 장뇌더덕 농사를 하면서 다른 생명을 살린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

현재 농업회사법인 술이홀 이사를 겸하고 있는 그의 농사 철학을 듣고 있자니 시간이 꽤나 흘렀다. 잘 정돈해 놓은 파평산 숲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채취한 장뇌더덕 껍질을 벗겨 보았다. 끈적한 흰 즙액이 나왔다. 이처럼 양의 젖같은 즙이 나와 양유라고 불렀는지도 모른다.

차를 주차해 놓은 입구에 도착하여 동네를 둥그렇게 감싸고 있는 파평산을 다시 한번 둘러 보았다. 온화한 기운이 감돌았다. 바람결 따라 흘러온 향긋한 장뇌더덕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