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101:다른 교도님들이 채워 주실 마지막 빈장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지혜를 덧붙이겠다는 약속의 상징으로 마지막 1페이지를 백지로 비워 놓았습니다. 오래 전에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001마리의 소떼를 끌고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북한에 기증하는 소의 수를 1,000마리로 하지 않고 1,001마리로 한 이유에 대해서 "1,000이라고 하면 0으로 끝나기 때문에 이것으로 끝이다"는 느낌을 주지만 1,001마리로하면 끝자리가 1이 되어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유태인의 위대한 지혜서라고 하는 〈탈무드〉는 마지막 장을 빈장으로 남겨 놓고 있습니다. 그것은 탈무드 자체가 마지막으로 탈고한 작품이 아니라 후세 랍비들에게 계속해서 그 내용을 보완하도록 여백을 남겨 두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혜에 완성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유대인의 성전 〈탈무드〉는 기원전 5백년에서 기원후 5백년까지 전해온 구전(口傳)을, 당시 2천 명 이상의 랍비가 모여서 10년이란 긴 세월에 걸쳐 편찬한 것입니다. 1천5백년전 최초의 〈탈무드〉가 완성되었을 때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지혜를 덧붙이겠다는 약속의 상징으로 마지막 장을 백지로 비워놓았습니다. 따라서 오늘날에도 〈탈무드〉는 계속해서 새로운 판이 나오고 있지만, 마지막 1페이지는 반드시 백지로 펴내기 때문에 끝을 맺지 않는 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양 최고의 철학서라고 하는 역경에 보면 가장 불길한 괘를 63번째의 수화기제(水火旣濟) 괘라고 하고, 가장 대길한 괘를 64번째의 화수미제(火水未濟) 괘로 표현합니다. 이도 또한 수화기제 괘는 완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 이상 발전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달도 차면 기운다고 가장 불길한 조짐으로 보고 있습니다. 화수미제 괘는 아직 미완성이기 때문에 초생달과 같이 발전을 예약하는 대길한 괘로 보는 것입니다. 결국 역경의 법칙에는 영구한 완성이란 없습니다. 그래서 역경의 마지막 괘는 화수미제, 즉 미완성으로 끝을 맺는 것입니다.

첫머리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본 졸고는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탈무드〉와 같이 전 교도들이 나서서 잘못된 사례는 고치고 더 좋은 사례가 있다면 개발해서 보완해 나간다면 지금은 미완성이지만 미래에는 완벽한 논리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빈장을 첨가하는 〈탈무드〉의 심정으로 마지막 장에 교도들의 충언을 기다리는 빈장을 첨부하였습니다.

※ 다음주 부터는 원남교당 오민웅 교도가 '교리에 바탕한 마음공부'를 연재합니다.


<한양대·중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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