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선방 법향은 커피 향기보다 진하다

▲ 둥근카페에서 화요교리선방을 진행한다.
둥근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우아교당(교무 최심경)에 들어서자 먼저 커피 향기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저녁7시30분. 1층에 위치한 둥근카페에서 교도들은 커피향 보다 진한 마음의 향기를 만들기 위해 화요교리선방에 집중하고 있었다. 법당이 아닌 카페에서 입정하는 모습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연두빛 일원상이 다양하게 그려진 유리문 사이로 교도들이 마음을 모으고 있다. 우아교당은 대학처럼 한학기 개강을 하듯이 1년에 두 번씩 화요교리선방을 개강한다. 벌써 5년째, 제10학기를 열고 있었다.

교화의 시작은 소통

6일에 제 10학기의 첫 시간을 열었다. 최 교무는 선방을 연 계기에 대해 "교도들이 교리를 공부해야 삶이 성숙되고 실천이 된다. 마음공부를 해야 신심과 공심도 살아난다"며 "둥근카페에서 공부도 하고 회화도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처음에 교리선방을 할 때는 정전의 일원상부터 법위등급까지 세밀히 공부했다. 자연스럽게 대종경과 연결해 연마하는 기연을 만들었다.

최 교무는 교리선방 공부에 앞서 교도들에게 "이번에는 반야심경을 공부하는데 어떻게 선방을 잘 운영할 것인가를 정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5년째 교리선방을 운영하는데도 교도들에게 꼼꼼히 물었다. 교도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교도들과 교무는 선방 운영을 위한 기간과 시간, 프로그램, 공부진행 방법 등의 의견을 공유했다. 이들은 함께 회화하며 교리선방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었다. 제10학기 교리선방은 매주 화요일 저녁7시30~9시까지 하되, 회화는 더 연장할 수 있다는 것과 기간은 12월6일 까지 하기로 결정했다. 무엇이든 재가출가가 함께 의견을 나누며 만들어가는 모습이 지혜로워 보였다. 결국 마음공부의 시작은 소통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부 진행 방법에 있어서도 교도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한수진 교도는 "선방을 시작하기 전에 교도들의 공부 감상담을 들었으면 좋겠다. 일주일 동안 생활 속에서 느낀 각자의 소득을 공유하자"고 말했다. 최대진 교도 역시 "다음에 공부할 주제를 정해주면 좋겠다"며 "우리가 공부를 미리 하고 와서 교무님 말씀을 들어야 이해와 성숙이 빨라진다"고 제시한다.

화요교리선방

어느정도 화요교리선방의 기본틀이 갖추어지자 반야심경 공부에 들어갔다. 최 교무는 교도들에게 원불교에서 반야심경을 독송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신형출 교도는 "일원상 진리에 합일하기 위해, 일념을 모으기 위해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무는 일원상 진리의 속성에 대해 설명했다. "일원상 진리는 진공한 자리로서 지극히 비어있기에 광명을 나투며, 무궁한 조화를 이룬다. 반야심경을 수지독송하는 것이 칠보로 보시하는 것보다 크며 부처를 이루는 길이라고 했다."

이렇듯 교무가 한 마디를 던지자 물고기가 먹이를 낚아채듯이 교도들은 공부담을 쏟아낸다. 3학기 때부터 교리공부를 시작한 고능안 선방장은 "비어있음을 허공이나 침묵으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부처가 되려고 하면 공부가 어려워진다. 내가 본래 청정한 부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래 있던 부처를 확인만 하면 따로 비우고 기르고 할 것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에 한수진 교도는 마음이 한 순간에 청정해지지 않음을 내비친다. "요란하고 화가날 때는 일단 일원상서원문이나 반야심경을 외워야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독경의 필요성을 피력한다. 이 대목에서 최 교무의 문답감정이 돋보인다. "공부하는 방법이 다양해서 물을 뜰때도 어떤 사람은 바가지로 물을 한 바가지씩 푸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푸고 말고 할것도 없이 물속에 풍덩 들어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양쪽의 마음을 해갈시킨 때문일까. 교도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이어 신영출 교도는 "결국 색즉시공이다. 진공은 절대적 존재다. 반야의 지혜는 절대적인 지혜다. 내 마음이 고요해지면 절대적인 지혜가 나온다"며 "진리의 모습은 일원상이다. 대종사님께서 깨달은 진리가 따로 있는게 아니다. 내가 부처임을 확인하는게 자신성업이고 불사다"고 덧붙혔다. 교도들은 이처럼 교리선방을 통해 원불교100년성업을 열어가고 있었다. 대종사의 가르침을 실현하기 위해 서로서로 혜두를 단련하고 공부길을 파수공행했다.

공부 표준과 자신 점검 계기

교당 법회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공부의 층을 교리선방을 통해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가는 우아교당 교도들. 교리선방을 다니는 소감에 대해 최대진 교도는 "처음 교당을 다닐때는 교전만 들고 왔다갔다 하며 일요 법회만 봤다. 그런데 선방으로 신심도 생기고, 원불교100년 성업도 마음공부 없이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교화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공부 위주로 해야 순리에 맞다"고 말했다. 유독 젊은 사람들 틈에서 묵묵히 공부하는 양정례 교도는 "나이도 많고 잊음도 잦지만 새로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참석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허송세월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몰랐던게 너무 많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신영출 교도도 "선방을 통해 공부 표준을 알고 내 자신을 점검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교무님과 도반들이 점검해준다. 나의 한계를 보게 되니 정진을 안할 수가 없다"고 표현했다.
▲ 고능안 선방장(오른쪽)이 설명기도를 올렸다.
▲ 교리선방을 마치고 자유스럽게 정담을 나눈다.

일요법회로 다 메꿀수 없는 공부심을 교리선방이 채워주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최 교무는 "우리 공부는 외학의 지식이나 가방끈하고는 무관하다. 오직 정성스러운 마음이다. 성인의 가르침을 한 구절이라도 표준삼아서 내 공부의 지침서로 삼고 실행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요교리선방을 마치자 교도들은 자연스럽게 삼삼오오 짝을 지어 둥근카페에서 회화를 나눴다. 늦은 시간까지 공부담을 나누는 교도들의 모습은 커피향기 보다 진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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