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발품 팔아 독도지도 펴낸 독도지킴이"
수 년의 작업 끝에 한 장 지도 완성
나의 사랑, 독도 지도

지도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고등학교 사회과부도(저자: 이지호, 신채식, 권혁제, 이기석, 곽재덕) 제작 시 제도사로 작업에 참여, 이후 30여 년을 개발, 저자 및 출판으로 사회과부도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동아지도 안동립 대표(54). 그는 어린 시절 또한 "지도 보는 것이 그냥 즐거웠다"고 말한다.

그는 사회과부도는 사회적 현상을 파악할 수 있는 지리정보를 담고 있다고 전제한다. 따라서 자기 고장에 대한 특색과 정세를 통해 세계의 모습을 인식하게 되고, 국제 이해의 정신을 키워나갈 수 있는 다양한 지적 경험을 터득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좋은 사회과부도가 탄생하려면 전문 지도제작자가 꾸준히 지도를 업그레이드하고 상시 수정 보완해야 하는 지극히 어려운 제작 과정과 전문가로서의 사명감을 우선 꼽는다.

"지금까지 사회과부도, 지리부도에 사용된 세계지도는 한국이 중심에 있는 지도가 아닌 일본이 정 중앙에 있고, 한국이 살짝 왼쪽으로 비껴간 지도입니다. 일본이나 유럽에서 제작한 세계지도를 그대로 베껴서 사용해 교육을 했던 거지요."

그는 이런 안타까운 현실에 정면 대응한다. 그가 대표로 있는 동아지도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중심으로 투영 전개해 세계 아틀라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반 시민들은 이 세계지도의 중요성을 몰라봤다. 큰 좌절로 다가왔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2005년 일본 시네마 현에서 제정한 '다케시마의 날' 소식을 듣고 분개한 그는 '독도 지도'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우리나라의 독도 지도는 부실했다. 점으로 섬을 표시하고 독도라고 하거나 이미지만 나와 있을 뿐 등고선이나 상세한 지명이 표기된 지도는 없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하는데 태반이 이름 없는 섬이요, 나머지는 섬 이름이 자료마다 다르게 표기돼 있었다.

제대로 된 독도 지도를 만들어 보겠다는 그는 울릉도 독도관리사무소에 독도 출입을 요청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독도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곳이었다. 단호한 거절이 되돌아왔다.
"개인 장사를 위해서 독도에 들어갈 수 없다"는 억울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관계자를 설득해 입도 허가를 받아냈다.

이후 3년간 10차에 결쳐 30일간 독도에 머물면서 꼼꼼히 체크하고 지리를 조사해 바위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인 '지명'을 만들었다. 또 이름을 붙여서 독도 지도를 완성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완성한 지도를 지리정보원에서 발행허가를 받아 3000장을 인쇄했다. 하지만 모두 폐기 처분됐다.

"지리정보원에서 애초에 허가받지 않은 지명을 왜 넣었냐며 직접 사무실을 방문해 3000장 모두 잘라버렸을 때는…." 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한다. 지도를 만들면서 수없이 겪었던 좌절이었지만 이때만큼은 큰 상처가 됐다. 하지만 그는 끈질기게 도전해 재승인을 받아 시중에서도 독도 지도를 볼 수 있게 했다.

그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일까. 지난해 승인을 받은 중학교 사회과부도는 올해 배포됐고, 정부에서 발간하는 초등교과서에도 '독도지도'가 수록됐다.

그는 "독도 지도뿐 아니라 모든 지도를 만드는 데 있어 생업을 위한 지도제작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담긴 '정신'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팔리지 않는 지도를 만든다. '대마도는 본시 우리 땅' '거꾸로 지도'도 예외가 아니다. 거꾸로 지도는 말 그대로 남과 북이 뒤집혀져있다. 눈길을 끄는 곳은 지도 맨 상단 왼쪽에 있는, 바로 대마도다. '우리 땅'으로 표기돼있다. '대마도는 본시 우리나라 땅(對馬島本是我國之地)'이라는 세종실록 내용을 적고, 대마도를 상도(윗섬)와 하도(아랫섬)로 나눈 뒤 문암 최익현 선생 기념비, 신라 사신 박제상 순국비, 조선통신사비 등의 유적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가 만든 거꾸로 지도에는 대마도 최대도시인 이즈하라(嚴原)를 '엄원'으로 표기하는 등 대마도에 일본식 지명은 단 한 곳도 없다.

최근 제작한 '고조선 영역과 요하문명' 지도도 잘 팔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지도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고대 우리 영토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에 수차례 중국 요하 지역 답사를 다녀온 후 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문화가 어떻게 전파되고 이어졌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대한민국 명품 지도 한 권이라도 후대에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그, 그는 분명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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