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조복받으면 항마이다

법위등급 중 넷째 단계인 법강항마위(法强降魔位)는 모든 마를 항복받을 만한 힘이 있어 육근동작이 다 법도에 맞고, 삿된 마음을 항복받아 자기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힘이 생겨 법이 백전백승한다. 교리에 정통하고 대소유무의 이치에 걸림이 없어서 성리에 토가 떨어지고, 법을 배우고 펴는 일에 자신의 수고로움을 다 잊어버려서 어떠한 고통과 생사에도 해탈하여 자신제도는 이미 마치고 중생세계를 벗어나 불보살세계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경지로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는 첫 성인의 위를 말한다.

법강항마위는 스승에 대한 신맥이 더욱 깊어져서 삼세 제불제성과 심심상련하고 심월상조하며 탐·진·치 삼독심을 항복 받고, 재색명리와 시기 질투심이 끊어져 안분한다. 번뇌망상과 원근친소의 마음이 끊어져 편안하며 천만 역순 경계에서도 진리를 원망하고 의심하거나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이 끊어져 항상 감사 보은생활을 한다. 자신의 일을 남에게 미루거나 의뢰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며, 자리이타의 정신으로 살아가되 이해가 상반될 때에는 해로운 것은 자기가 취하고 남의 잘못까지도 책임져 준다. 따라서 대중을 바르게 인도해 줄 수 있는 바른 스승의 자격을 갖추게 되므로 항마위를 정사(正師)라 한다.

법강항마위 부터는 삼십계문을 일일이 실행하여 법도있는 생활을 하여 마음조복을 받았으므로 법에 얽매이고 계문에 붙잡히지는 아니하나, 안으로는 심계(心戒)가 있다. 그 하나는 자신의 수도와 안일만 취하여 소승에 흐르는 것을 조심하고, 둘은 부귀 향락에 빠져서 본래 서원을 잊어버릴까 조심함이요, 셋은 혹 신통이 나타나 함부로 중생의 눈에 띄어 정법에 방해될까 조심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수양·연구·취사의 삼학을 공부하여, 위로 불지를 더 갖추고 아래로 자비를 더 길러서 중생을 제도하는 것으로 공을 쌓으라고 소태산대종사께서 말씀하셨다.

항마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마음을 조복받으면 항마이다. '부처는 누구이며 나는 누구인가'하는 큰 발분을 가지고 정진하고, 중생과 부처가 본래 하나라는 마음으로 상을 떼고 티를 없애면 공부가 향상된다. 항마위에서 아상과 명예욕과 대우를 구하려는 마음만 없어지면 바로 출가위라고 정산종사께서 말씀하셨다.

완전하고 자신있게 공부 길을 잡았으나 그 이상의 위에 오르는 것은 본인의 노력에 달려 있으므로 더욱 큰 스승을 만나서 지도를 받아야 항마위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고 출가위에 오를 수 있다. 항마위에서 큰 부귀나 큰 사업에 서원을 세우면 이룰 수 있지만, 그것에 파묻혀 버리면 영겁대사가 무너질 수 있다. 항마위는 재색명리는 조복했으나 노복같이 부리지는 못하므로 법 높은 스승님들의 심법을 배우고 닮아서 공부해야 한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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