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이 안되면 병리적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우리 고유의 사암침법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치료

▲ 뉴욕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조원경 원장.

▲ 조 원장이 평소 휴대하고 다니는 침통.
▲ 사암침법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유난히 돋보이는 원다르마센터. 행정동 입구에 들어서자 듬직한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잠시 휴가를 내어 이곳을 방문했다는 것을 나중 알게 됐다. 뉴욕 플러싱에서 월오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조원경(40) 원장이었다. 그는 자신을 월오 김경조 선생의 그 많은 수제자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옆에는 사암침법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몇 사람의 환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팔꿈치, 무릎관절 이하의 침자리에 시술된 관계로 모두가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궁금하던 차에 그로부터 사암침법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사암침은 400여 년 전 사명대사의 수제자인 사암선사께서 창안한 우리 고유의 침법입니다. 이 사암침은 월오 김경조 선생님의 증조 할아버지께서 발굴하고 연구했습니다. 가업으로 4대째 내려오던 이 침법을 선생님께서 현대에 재정립했습니다. 선생님의 수많은 제자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암침은 음양오행에 근거하여 오장육부를 다스려 병의 근원을 치료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오행(목·화·토·금·수)의 상생상극 이론을 접목시키고 있다. 인체 내의 장부 기능이 서로 협조 조화를 이루어 생명활동을 계속적으로 영위해 갈수 있다는 내용이다.

"사암침은 문제된 원인을 치료해서 문제된 경락의 자생력을 키워 줍니다. 침으로 기운을 조절해서 음양순환을 도와 주는 것이지요. 시간이 얼마 지나면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이렇게 볼 때 사암침은 치료의 진단에서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누가 봐도 타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치료를 마치고 환자들의 상태에 대해 물어 보았다. 반응은 의외였다. 침 치료의 효과를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픈 부위가 시원해 졌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오랫동안 고개를 돌리는데 힘들어하던 환자 역시 자유로운 목놀림에 신기해 했다. 팔, 다리가 저리는 현상을 비롯 오십견으로 고생했던 환자들의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시침 후 환자의 호전 반응, 악화반응, 무반응 등 다각적인 반응을 확인하고 차후 치료방향을 결정합니다. 이것은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외에도 그로부터 사암침법의 특징과 장점에 대해서 자세히 들었다. 대부분의 침법과는 달리 아픈 부위에 직접 침을 놓지 않고 반대쪽 팔과 다리에 시술한다는 것과 침을 놓는 갯수가 4∼8개로 적다는 것은 물론 치료의 적용분야가 넓다는 것이다.


"침은 주로 통증을 다스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암침은 정신과 신체를 이어주는 경락을 다스리므로 갑상선, 당뇨, 호로몬 질환뿐 아니라 중풍, 우울증, 조울증, 집중력 결핍장애(ADD)등 정신과 질환에도 큰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치료한 사례를 소개했다. 먼저 한국에서 이민와 3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한 후 은퇴했던 할머니 이야기였다. 은퇴 후 3개월만에 쓰러진 할머니는 1년 동안 여러 곳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그다지 호전이 되지 않아 낙담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러다 주위 인연들의 도움으로 월오 한의원을 찾아 뇌졸중 치료를 계속 받게 됐다. 할머니는 이제, 누구의 도움없이 생활하고 있다. 또 한 사례는 50대 중반의 외국인이다. 기타리스트였던 그는 17년째 파킨슨병을 앓았다. 1달 치료하면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손의 움직임이 예전보다 자연스러웠다. 일년째 일주일에 한번씩 한의원을 찾는 그의 상태를 예의주시하며 치료하고 있다.

"현대인들의 병은 직장생활에서 동료간의 불협화음, 핵가족화에 따른 자녀양육, 시부모와 며느리 관계로 인해 가족간의 불화 등에서 옵니다. 또한 상대적 빈곤으로 인해 스스로 괴로워 합니다. 한 마디로 감정의 순환이 안되면 병리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순환의 막힘에서 온다는 것이죠. 사암침법은 보사법(補瀉法)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주므로 치료 효과가 뛰어납니다."

그는 이어 사암침의 응급 치료법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사혈법임을 알수 있었다. 그는 사혈법은 응급시 뿐만 아니라 많은 증상을 예방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임을 소개했다. 응급상황의 요혈, 혈압, 뇌졸중 등으로 인한 쇼크 등 졸도에 두루 쓰이는 최고의 구급혈인 신선혈과 아이들의 구토, 설사, 피부질환, 잠투정 등 소아질병의 통치방으로 활용되는 사관혈을 비롯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초조, 긴장성 편두통, 어깨 결림, 호흡곤란, 가슴답답 등에 좋은 상양혈 등을 소개했다. '막힌 즉 통증이 있고 뚫린 즉 통증이 없다'는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된다.

"혈자리를 딴다는 것은 경락의 막힘으로 인한 인체의 급격한 병증의 진행을 자극을 통해 소통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사혈법은 성격에 따라 가볍게는 체증에서부터 초를 다투는 뇌졸중과 심장마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식견과 치료경험이 많은 그는 몸은 고되지만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이 보람된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의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는 증거다. 오전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계속 되는 업무속에서도 환자들의 건강한 삶을 염원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의원을 하는 것이 제 업이라 생각합니다. 환자들이 밤중에 전화를 하고 집으로 와도 친절하게 대합니다. 이것은 스승이신 월오 선생님께서 '아무리 늦은밤에 찾아오는 환자라도 절대로 그냥 돌려보내서는 안된다. 얼마나 급했으면 찾아오겠어'라는 평소 말씀에 따른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늦은밤이라도 환자들을 정성껏 치료하셨습니다."

그의 말에는 스승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대학에서 한의학을 공부한 그는 '스승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원다르마센터 행정동에는 여전히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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