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방을 일가로 삼는 공부인

출가위(出家位)는 법위등급의 다섯번째 단계이다. 항마위는 모든 언행에 조심하고 주의하면서 법도에 맞게 살아가지만, 출가위가 되면 특별히 주의하지 않아도 모든 행동이 법도에 벗어나지 않게 된다. 청탁 병용의 마음이 되어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싫어하거나 버리지 않으며, 차별에도 집착하지 않고 평등에도 빠지지 않아서 평등과 차별을 자유자재로 운용한다.

출가위는 우주 만물의 이치와 인생사에 조금도 막히고 걸림이 없어 대소유무의 이치를 확연히 깨닫고 인간의 생로병사, 길흉화복 등 모든 일을 훤히 꿰뚫어 보고, 대소유무의 이치를 가져다가 인간의 시비이해의 일을 마음대로 건설하게 된다. 모든 종교의 근본정신에 정통하여 한 종교에 소속해 있을지언정 다른 종교의 근본정신을 두루 이해하고 수용하며 성자혼을 체득해 간다.

교리를 정통한다는 뜻은 문자나 구절을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성현들께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 과거 성현들께서 펼치신 경륜을 안다는 것이다. 그리하면 진리는 하나, 인류는 한 가족, 세상은 한 일터임을 절실히 깨달아 실제로 체험하고 실천해서 한 회상을 펼만한 큰 힘이 생긴다.

또한 원·근·친·소와 자타의 국한을 벗어나서 일체 생령을 위하여 어떠한 고난을 당할지라도 여한이 없는 사람이 출가위다. 온 세상이 한 집안이요, 모든 생령이 한 몸이기 때문에 세상일을 할 때에는 언제나 국한 없이 크고 공변된 마음을 갖게 된다. 자신을 위해서는 한 물건도 취하지 않고, 중생 제도를 위해서는 한 물건도 버리지 않는 헌신 봉공의 생활을 하되 겉으로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출가위 도인이 가는 곳마다 마음과 기운이 화기롭고, 말이 아니어도 항상 진리를 설하므로 옆에만 있으면 편안함을 얻고 큰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매사에 국한이 없고 만 중생을 위하는 일이 다 자신의 일이어서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하고 생명까지도 불사하는 경지이다.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되 그 은혜를 입은 중생이 자신만을 위해 주는것으로 느낄 정도로 덕이 널리 미친다.

심신이 출가한 자리가 출가위이므로 어떠한 큰일을 한다 하더라도 몸과 마음을 출가하지 못하면 출가위가 되지 못한다. 전무출신은 육신출가는 했으니 마음출가까지 해야 참다운 전무출신이요, 출가위에 오를 수 있다.

출가위 도인이 세월이 오래되고 공이 깊어지면 마침내 대각여래위가 된다. 산꼭대기가 출가위라면 그 곳에서 다시 내려와서 중생들과 함께 논밭에서 김을 매는 사람이 여래위이다. 그러므로 출가위는 알 수 있어도 여래위는 알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모두 여래위를 향해 출발한 공부인들이니 기필코 그 서원을 이루도록 까지 정진하고 또 정진하자.

<원불교대학원대학교>

※ 다음주부터 오렌지카운티교당 양은철 교무가 '정전터치'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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