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도무·덕무의 작은 외침에 귀기울여야

▲ 정책제안을 위한 공청회에서 문정선 도무는 "복지관에 근무하고 싶어 교무에서 도무로 품과전환을 했는데 현장은 교무 편향이 강하다"고 토로했다.
본사에서는 출가교화단 총단회를 앞두고 현 교정원의 정책추진을 점검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1주 수위단원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TFT, 2주 출가교역자 품과 단일화, 3주 출가교역자 복지종합계획 수립, 4주 2만 단장 양성이 게재된다.

최근 미국 뉴욕 맨하탄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금융자본 규탄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런 작은 외침이 세계적인 공감을 얻는 것은 국제 금융자본의 탐욕과 부패에 대한 분노와 전세계적 문제인 청년실업 문제 때문이다. 소수의 젊은 실업자들 중심으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는 전세계 82개국, 951개 도시에서 시위가 열릴 정도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미국은 물론 일본과 홍콩, 대만, 서울 한복판에서 시위가 열렸다.

이처럼 세상은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 민족과 나라의 울을 넘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 교단도 원불교100년을 앞두고 혁신과제를 내세우며 원기94년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의 교화제도혁신분과에서는 교역자제도 혁신을 추동했다.

교역자제도 혁신에서 출발

원기95년 수위단원 워크숍에서는 출가교역자의 감소 현상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교역자제도 전반에 걸친 적극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정책 개발을 위한 의견을 모색했다.

이에 원불교정책연구소(소장 최정풍)는 원기95년에 '재가출가 교역자제도 혁신'이라는 주제로 2회의 혁신 세미나를 진행하고 출가교화단 총단회시 '미래지향적 교역자제도 혁신'의 방안으로 '출가교역자 품과 교무로 단일화'를 제안했다. 제안 직후에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출가교역자 품과 교무로 단일화에 대하여 매우 동의한다(41.5%)와 동의하는 편이다(28.7%)로 약 70.2%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최 소장은 "품과제도 단일화의 대두는 교역자제도 혁신을 위한 도무와 덕무들의 집단 면접을 접하면서 부터이다. 그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충과 불평등을 들으면서 교단이 그 아픔에 귀기울이지 않았음을 반성했다"며 "교단의 94%는 교무이고 도무와 덕무는 6%에 불과하다. 그들은 불편함과 불이익이 있으면서도 모든 면에서 교무의 통제를 받고 있기에 힘있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처지다"고 말했다.

품과제도의 배경과 차별성

품과제도의 시행 목적은 인재수급 제도의 체계화, 인력의 전문성 제고, 인력의 합리적 관리운영에 있었다. 교단이 커지고 전무출신들의 업무가 다양화됨에 따라 '전무출신규정' 개정을 거듭하게 된다.

품과제도는 시행초기부터 제도의 실효성이 낮아 문제점을 안고 출발했다. 시행될 당시 원기78년 12월31일 이전에 출가한 모든 전무출신은 본인이 품과 선택을 하게 했다. 최종적으로 품과 심사를 하던 원기79년에는 교무품과 1,370명과 도무품과 8명, 덕무품과 28명, 그리고 보류자 28명 등 총 1,484명을 승인했다. 당시 대부분이 교무품과를 지원했고 도무와 덕무 선택자는 극소수에 불과해 제도의 형평성에 무리수가 따랐다.

또한 품과제도는 처음부터 품과 간 서열화와 계급화를 잉태하고 있다. 원기77년에 '전무출신규정'의 품과별 활동분야를 보면, 교무는 교화를 비롯한 교단의 모든 분야에 근무할 수 있고, 도무는 교육, 행정, 의료, 자선 등 전문분야에서 근무할 수 있으며, 덕무는 근로와 기능 등의 분야에서 근무하도록 되어있다.

이는 교무에 비해 도무와 덕무의 활동 분야에 제한을 둠으로써 전무출신간의 서열화를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숫자적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교무가 도무와 덕무가 근무하는 기관에서까지 대부분 최고 책임자로 근무해 계급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한겨례중고등학교 곽진영 도무는 정책연구소 4차 혁신세미나의 '전무출신 품과제도 개선을 위한 제언'에서 "품과제도의 출발은 전문지식을 갖춘 인재 배출이라는 점에서 그 취지가 좋아서 기대를 모았지만 17년이 지난 지금에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문제점만 부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화 중심의 교무품과가 우선순위를 점하고 있어, 품과는 단순히 업무 구분이 아닌 차등 구조라는 정서가 있는 것도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는 "미래의 인재는 변화의 흐름을 간파하고 이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여 실천에 옮길 줄 아는 사람이다"고 덧붙혔다

이러한 현상은 교무들이 규정대로 품과 전환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기82년 '전무출신규정' 개정에 '교무는 교무의 자격을 취득하여 교화에 전무하는 자, 다만 중앙총부와 교구사무국, 교역자 양성기관의 교원 및 중요기관 약간의 행정직에 근무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현재 복지관이나 교역자 양성 교육기관이 아닌 교육기관, 병원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무는 도무품과로 품과 전환을 해야 한다. 현재 법이 적용되고 있는 실상은 법의 형평성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 이런 현상은 현장에 근무하는 도무와 덕무들에게 '암묵적 차별'이다, '골품제도'라는 말까지 운운하고 있다.

품과제도 단일화 주장

면접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도무와 덕무들은 품과 간 서열화와 계급화의 정서적 고충을 토로했다.

정책연구소의 전자우편을 이용한 서면면접에서 한 도무에게 삶의 만족도의 대한 질문에 "일을 할때는 전무출신으로서 합력하라고 하면서 혜택을 입을 때는 교무와 도무를 구분하는 불공정한 처사가 시시때때로 일어나고 있다. 뒤늦은 출가자가 겪어야 하는 소외감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한 사람이라도 도무로 출가하여 교단의 애호를 받지 못하고 소외된다면 이는 교단의 큰 손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표현했다.

덕무들의 면접 결과에는 차별의 농도가 더 진하게 표출됐다. 한 덕무는 "덕무는 교무 밑에 예속되어 허드렛일 정도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인식하여 하급으로 대우하는 사례가 많다. 차별로 인해 덕무들의 사기가 저하된다면 전무출신으로서 하나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표현했다. 특히 덕무들의 출가 연도가 오래되고 나이가 지긋한데도 이제 바로 출가한 교무에게 결정을 구하거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결정권이 없는 현실적 차별대우가 있다는 표현도 있었다. 인사에서 덕무는 '전무출신품과별자격규정'에 교무와 도무가 5급에서 4급으로 승급하려면 4년 근무지만 덕무는 6년을 근무해야 하는 차별성도 제기했다.

면접을 맡았던 정책연구소의 김준안 교무는 "도무와 덕무를 면접하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들의 입에서 차별, 상처, 무시, 예속이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결국 품과제도의 본래 취지였던 전문 인력 수급은 퇴색하고 도무와 덕무품과는 그 이름만 유지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도무와 덕무의 서원 승인자 현황은 원기79~95년 도무 42명, 덕무 57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제도의 실효성이 낮음을 반증하고 있다.

이에 정책연구소는 '정책제안을 위한 공청회'를 통해 전무출신의 품과를 교무로 단일화하는데 대부분의 공감을 얻어냈다. 품과를 단일화 함으로써 전무출신 간의 차별 현상을 해소하고 불필요한 박탈감을 제거하여 구성원들 간의 유대감 및 동질성을 회복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최 소장은 "교단의 살림살이를 보면 아무리 정책적으로 좋은 취지가 있어도 중간 점검과 상시적 평가를 해줘야 한다. 품과제도를 보면 교정 당국은 정책 추진에만 관심을 보였다. 이는 종교가 가진 명분론에 빠진 것이다. 교법정신에도 맞지 않다"며 "총단회시 핵심 테마는 품과제도 단일화(폐지)다. 품과제도는 정책을 평가해서 이미 정책을 종결하고 폐지를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세상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유연하다. 뉴욕의 작은 외침이 세계적으로 확산될 만큼 파급효과도 크다. 교단이 변화하려면 도무·덕무들의 작은 외침에 귀기울여야 한다. 진정한 인재는 수평적 구조 속에서 소통하고 반응할 때 유입의 문로는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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