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는 일상의 평온을 잃지 않는 수행입니다"
요가·마음공부 접목한 프로그램 진행
교단에 명상치유 전문 센터 운영 바람도

군산의 은파호수는 물빛다리가 아니어도 순환도로를 산책하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다. 이곳에선 차도 사람따라 천천히 걷는다. 가을 서정이 무르익은 은파호수 언저리에 은빛명상요가원이 있다. 이곳에서 나운교당 은성원(43)원장을 만났다. 건네주는 미소가 잔잔하고 편안하다.

93년부터 요가의 길로 입문해 18년째 요가 수행을 하고 있는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가톨릭대학교 신학 철학대를 졸업한 그의 첫 스승은 연세가 지긋한 가톨릭수도자였다. 첫 스승에게서 스위스요기 David Muller와 미국명상가 Patrick Hawk의 가르침을 전수받았다.

"집중적인 관상을 통해 온전한 비움의 상태로 나아가는 수행을 나의 스승은 비움명상이라 칭했습니다. 비움명상은 명상이 되어 지도록 나를 내버려둠, 노래가 되어 지도록 그대로 있음을 말합니다" 사실 가장 어려운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고요히 앉아 지켜보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때때로 강원도 태백 산중에 홀로 올라가 화전민촌에서 며칠씩 지내며 요가와 명상을 했다.

요가의 길을 걷고 있던 그는 수도생활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교육수도회에 들어가게 됐다. 그곳에서 혼자 요가수행을 하며 공동체생활을 했지만 서양의 수도원은 깨달은 사람이 필요치 않은 대수도원장과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저 짜여진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을 받고 선교사로 파견되는 것이었다. 그런 생활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그는 결국 수도회를 찾아 이태리까지 가게 됐다. 이태리에서 그는 두 번째 스승을 만났다. 창립수도회 멤버로서 외국인공동체를 이끌고 있었던 그의 스승을 따라 요가명상과 기도, 경전봉독 그리고 노동의 생활을 했다.

꼭 필요한 만큼의 물건만 소유했으며 잠자리도 가로60㎝, 세로 180㎝의 소나무 널판에서 잤다. 그러한 수행들은 그의 정신을 더욱 맑고 강인하게 했고, 과거에 있었던 생활을 온전히 벗어나게 해주었다. 그는 새벽과 점심, 저녁 요가수행을 함께 했고 요가적인 삶을 살았다.

"요가는 단순한 체조가 아닙니다. 호흡과 마음, 육체적 수련을 통해 자신의 본성을 찾고 생명의 근원적 각성과 일상에서의 평온을 잃지 않는 명상적 수행방법입니다" 그는 바쁜 일상에 길들여지고 지친 현대인들이 문명의 이기 속에서 잃어버린 육신의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부작용이 없는 요가를 권했다.

올해 2월 은빛명상요가원을 개원하기 전까지 그는 나운교당에서 요가와 마음공부를 접목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매일 이루어지는 요가와 명상을 통해 신체의 이완에 익숙해지게 했고 주1회 이루어지는 마음공부를 통해 이론적으로 이해하게 했습니다" 그는 심신의학에 기초해 요가와 명상으로 신체를 이완시키고 맑혀진 마음에 자연스럽게 마음공부 교육을 받아들이게 했다.

또한 특별프로그램 8주 과정을 두어 주1회 강의, 요가, 명상실습 후 나눔을 통해 집중적 교육이 되도록 했다. 그를 통해 많은 이들이 심신의 건강을 찾았고 마음공부를 통한 '종교알리기'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요가 수강생 중 많은 이들이 입교를 했다.

그는 현재 전북대학교병원 암센터에서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치유명상을 강의하고 있다. MBSR이란 마음챙김 명상을 기반으로 해서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통증을 치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명상이 깊어지면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자신과 세계를 보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불변하는 존재로 보아왔지만 명상 경험이 쌓여가면서 자기 자신을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 보다 큰 존재로 보게 됩니다" 그는 이런 변화가 이루어지면 비록 스트레스와 고통이 엄습해온다 하더라도 사태를 보다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는 능력이 커지게 된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명상에 의한 치유를 인지 치료라 말할 수 있다.

그는 바람이 있다. "원불교의 마음공부는 단순히 원불교도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심신의학이 발달하고 있는 이 시기에 가장 효과적인 마음치유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교단에서 운영하는 대학병원들안에서도 이러한 센터를 두어 실질적인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그는 명상의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그것을 응용하는 프로그램이 너무도 미흡한 교단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보다 나은 공공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종교가 그 역할을 해야 하고, 교단에서 운영하는 병원 등 대학에서 실질적인 연구소와 센터가 운영되어야 함을 전했다. 그의 바람에 간절함의 깊이가 느껴졌다.

햇살에 반짝이는 은파호수를 천천히 돌아 나왔다. 가을 색이 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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