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악화 우려 자발적 요구
한국은 오히려 부자 감세

▲ '9·11테러'현장에 건설중인 프리덤타워.
최근 미국의 백만장자들이 세금을 더 내게 해달라는 청원을 하며 부자증세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재정 강화를 바라는 애국적 백만장자들(Patriotic Millionaires for Fiscal Strength)'은 16일(현지시각) 워싱턴DC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자신들에 대한 소득세육을 높여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전달한 서한에는 138명의 백만장자가 서명했다. 그들의 요구는 부시 정부 당시 한시적으로 최고소득세율을 39.6%에서 35% 낮췄던 것을 다시 올려달라는 것이다.

증세가 더 많은 세금을 막는다

그들은 왜 굳이 더 많은 세금을 내겠다는 것일까? 이들은 "우리는 자본주의의 시스템 아래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을 누려 왔다"며 "그러니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 이유 이면에는 그들의 이익과 연계된 실질적 이유도 존재한다.

찰리 핑크 전 아메리카온라인(AOL) 최고개발책임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겠다는 건 어려운 사람을 돕고 만족을 얻자는 자선 차원이 아니다. 재정 위기에 나라가 미리 효과적으로 대처해 미래에 우리에게 닥쳐올 위기를 방지하자는 '계몽된 이기심'(enlightened self-interest) 이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1930년대 최고소득세율은 68%였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재정이 궁핍해진 1950년대 후반에는 90%까지 올랐는데 이와 같은 '세금폭탄'을 맞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유층의 세율이 일정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자는 '버핏세'를 채택하면 10년 동안 약 1천2백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부자감세?

미국의 백만장자들의 증세요구는 태평양 반대편에 위치한 국내에서도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세율은 4개의 구간으로 나눠져 있다. 2012년 소득세율표를 보면 1천200만 원 이하는 6%, 1천200만 원 초과 4천600만 원 이하 15%, 4천600만 원 초과 8천800만 원 이하 24%, 8천800만 원 초과 33%의 세금이 부과된다.

8천80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대기업 부장이나 재벌이나 같은 세율로 세금을 낸다는 의미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2008년에 개정된 과세표준이 내년부터 적용돼 최고소득세율은 오히려 2% 낮춰지게 된다.

또 재정적자에 경고등이 울리는 상황에서 재정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새로운 과세표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새로운 소득구간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증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소득세를 올릴 경우 국내 투자 및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어찌됐든 현재의 과세표준이 1996년 이후 조정 없이 유지돼 왔다는 점과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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