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프로그램 개발 핵심
현장과소통

차와 운전자가 아무리 훌륭해도 교통법규가 없거나 이상적이지 못하면 교통이 원활하지 못하다. 종교나 기업도 명확하고 합리적인 법규는 그 단체 발전과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많은 불교 종단 및 수 없는 종교 단체가 창시자 사후 분열이 되거나 소멸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최근에 일부 교회에서 목회자의 세습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와 달리 원불교는 법치교단으로 운영되는 것이 장점이다.

이러한 탄탄한 법적, 제도적인 기반 형성을 바탕으로 해외 총부, 해외 종법사제도 등을 위한 교헌 개정을 통해 세계교화 초석을 다져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난 10월 개원 봉불식을 가진 원다르마센터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총부의 시발이며, 세계화의 전초 기지인 원다르마센터가 안고 있는 과제가 만만치 않다.

안으로는 영성훈련 도량으로서의 교화, 훈련 프로그램 개발과 인재 양성, 천불만성을 발아시키고, 억조창생의 복문을 열어줄 성지로서의 준비를 해야 하며, 밖으로는 미주 총부로서의 법 제도 마련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미주총부법인 원달마센터 유도성 교무는 "교무가 되기 위해서는 원불학과와 대학원 대학교를 졸업해야 하는 한국의 제도는 해외에서는 맞지 않다"고 말한 후 "미국도 학사 학위자가 30%가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어려운 전 세계나라에 적합한 제도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전무출신규정에 출가자는 교단외의 사업체에서 직업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해외에서 근무하는 교무들의 경우 교당 유지와 사가의 유지를 위해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해외 총부와 관련된 제도적 법적인 장치 마련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제도나 법 체제는 한 번 만들어 지면 고치기가 쉽지않다. 해외 종법사, 해외 총부 제도는 문화, 제도, 사고가 전혀 다른 세계 각 나라에 매우 혁신적인 제도이긴 하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미주총부법인 원다르마센터도 한국과의 법통을 충실히 하면서도 현지 미국에 맞게 운영되는 법인을 최대한 활용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대종경> 부촉품 16장에서 "나의 교법 가운데 일원을 종지로 한 교리의 대강령인 삼학 팔조와 사은 등은 어느 시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다시 변경할 수 없으나, 그밖의 세목이나 제도는 그 시대와 그 국가에 적당하도록 혹 변경할 수도 있다"고 밝힌 점을 살펴야 한다.

미주총부법인 원달마센터 백상원 이사장은 "차를 샀으나, 운전자가 없으면 그 차를 운전할 수 없는 것과 같이 미주 총부가 건설되더라도 그것을 운영할 영적 프로그램이 가장 핵심이다"고 말한 후 "사고와 문화, 제도가 다른 미국에서 제도는 역대 스승님들의 비전하에서 해외에 맞게 실질적인 연구를 하는 많은 전문 인력과 제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주총부법인 운영에 따른 프로그램 개설과 법제마련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조선은 아시아에서 약소국가임에도 불구하고 500년 이상 그 왕조를 굳건히 지속해 왔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건국 당시 정도전이라는 탁월한 이념가가 정치, 제도, 법적인 면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기초를 닦아 놓았기 때문이다. 미주총부법인에 성급한 기대를 걸기 보다 시대 상황을 지켜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