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교무들이 토로하는 교화의 온도차

원불교100년 소통과 화합을 위한 일선 현장의 목소리는 소중하다. 교화현장은 곧 교단 혁신을 리드하는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본사에서는 '교화현장, 교단 혁신을 리드한다'는 주제로 1주 사회복지와 교화, 2주 교당과 교화, 3주 산업기관의 혁신, 4주 현장교화 혁신 어떻게 이뤄갈 것인가에 대한 좌담을 게재한다.

▲ 원평교당 김도천 교무는 "농촌지역의 교화 현실에 맞게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김제지구 교무들은 지역에 맞는 훈련이 될 수 있도록 지구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의지를 모았다.
김제지구(지구장 김도승) 출가교화단 교무들이 올 한 해를 결산하고 내년을 기획하는 지구모임을 11월25일 김제교당 법당에서 가졌다. 이날 모임에는 김제지구 2만 교화단장 훈련(이하 2만 단장훈련)에 대한 평가 및 선결과제 등을 함께 공유하는 회화의 장을 마련했다. 김제지구 출가교화단 교무들은 올해가 법위사정의 해로 법위 단계별 훈련과 2만 단장 훈련이 맞물림에 따라 여러가지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는 김제지역이 농촌지역으로서 갖는 교화의 어려움을 전제하고 있다.

2만 단장훈련은 교화현장의 짐

농촌지역은 문맹률이 절반이 넘는 현실적 상황 때문인지 훈련 진행의 어려움을 제기했다. 봉황교당 박지선 교무는 "교도들 대부분 70~80대이다. 눈이 어둡고 글을 잘 읽지 못하는 교도들과 함께 법위 단계별 훈련을 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김도승 지구장은 "2만 단장훈련은 도시에 어울리는 훈련 프로그램이다. 정책시행이 도시 위주로 되다보니 농촌지역에서는 현장의 짐으로 와 있다"며 "도시는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지만 농촌은 소화하기가 힘들다. 농촌형에 맞게 훈련을 소화해 내야하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원티스에 등록된 교화단 단장의 집계를 살펴보면 단장이 가장 많이 분포된 교구는 전북교구로 교화단장의 강세로 작용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농촌현실에서 무리수가 따르고 있음을 교화현장 교무들은 토로했다.

종법사의 경륜이기에 잘 받들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하는 원평교당 김도천 교무는 "2만 단장훈련을 위한 교육적 자료와 비디오로 만든 것은 대단한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농촌지역에서 5번의 교육은 너무 많다. 교화 실정에 맞게 조절이 되어야 한다. 교육횟수를 1~2회 정도로 김제지구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일손이 바쁜 농사철에 교도들이 훈련을 부담스러워하고 경제적인 효율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 교무가 교도들에게 훈련을 권장하면 "왜 또 훈련을 받아야 되나요?"라고 말할때는 설명하기가 곤혹스러웠던 사례를 제시했다.

현장 교무가 주체하는 훈련

2만 단장훈련은 원불교100년기념성업으로 교화대불공의 실현을 위해 단원마다 단장되어 현장교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 교화단큰학교와 연계해서 교화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김제지구 교무들은 법위 단계별 훈련이든 2만 교화단장 훈련이든 자체적 역량을 키워달라는 강도 높은 주문을 했다.

김도승 지구장은 "중앙총부에서 시키는대로 하니까 교무는 피동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현장에서는 2만 단장훈련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교단에서 제시한 정책을 따라가기가 바쁘다. 그러면 현장은 주체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든 훈련은 현장을 파악하고 있는 담임교무가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총부에서 하달하는 훈련방식이 아닌 현장의 교무들이 그 지역실정에 맞는 교도 훈련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달라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와함께 김제지구 교도 훈련의 대안도 제시했다. 김제지역 교도들은 지금도 절과 교당을 함께 다니는 추세다. 교도들은 법사님을 모시고 인과법문 듣는 것을 좋아한다. 지구 중심으로 법회를 열고 교리강습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교화의 주체자인 교무들이 창의력과 자생력이 살아날 수 있도록 교단 정책이 이뤄지기를 바랐다.

화포교당 정경선 교무는 "결론은 현장에 적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무들도 2만 단장 훈련이 의무사항으로 다가오다 보니 교도들에게 훈련을 권장하고 참석시키는데 저조했다. 교무들의 열정도 살리면서 나아가야 한다. 그러다보니 김제지구 부교무만 애를 쓰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2만 단장훈련의 사무장 역할을 맡았던 김제교당 최도식 교무는 "훈련이 가치를 발하게 하려면 준비하는 측과 받는 측의 호응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많이 부족했다. 일단 교무님들의 열의와 관심도가 낮았다. 지구교당에서는 기존의 업무에 인력보충이 없는 상태에서 훈련을 해내기가 버거웠다. 그러다보니 청소년교화에도 지장을 초래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교무는 청소년 교화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피력했다. 올해 2만 단장훈련이 시행되면서 청소년 법회를 월2회 밖에 실시할 수 없었다. 청소년 교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1회 보는 법회진행마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용신교당 김도경 교무는 "부직자가 일로 내몰려서는 안된다. 100년성업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교역자 자신부터 구심점이 없기에 에너지를 100%로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2만 단장훈련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단장으로서 책임의식과 자부심, 사기진작과 역할을 인식하게 한 계기를 마련한 점도 언급됐다.

일관성 없는 정책, 불안감 조성

교화현장의 교무들은 이렇게 2만 단장훈련을 시행하다가도 교정정책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표현했다. 김도천 교무는 "교정원이 바뀌면 정책이 또 바뀐다는 생각이 현장에서는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대체로 교화현장을 파악하는데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반해, 출가교역자의 의식전환은 미비한 상태다. 그런데 갑자기 2만 단장훈련을 하라고 하니까 현장의 교무들에게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좀더 밀도있고 신중있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항은 총단회를 통해서라도 설득력있는 이해가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 교무는 "총무부에서 법제를 만들고 공문으로 전달되더라도 현장은 자세히 볼 시간이 없다. 그냥 간과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교화의 틀을 갖추는데도 그렇다. 교정원은 3년마다 바뀌더라도 정책은 6년이상 시행이 되어야 함을 특히 지방에 와보니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출가자로서 신앙과 수행이 기본이라는 자성의 소리도 제기됐다. 김도경 교무는 "시골 교도들이지만 교무가 공부를 하고 있는지, 신앙과 수행을 다지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테크닉이나 처세가 아닌 교무가 교당에서 절대적 적공을 할 때 교도에게 그 기운이 미쳐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 일 속에서 공부하라고 하지만 마음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다. 모든게 성과 위주이다 보니 우리는 끊임없이 나아간다. 정작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내가 지금 내 마음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김 지구장도 "교역자는 교역자다운 주직에 힘써야 한다. 그 주직은 기본일과이고 신앙과 수행에 힘쓰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켠에서는 교역자에 대한 사기앙양도 언급됐다. 교역자의 사기저하가 교화현실의 아픔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마무리 할 즈음, 교화성장을 이뤄 총단회에서 활불상을 받은 김도천 교무에게 교화 비결을 물었다. 그는 "교당의 모든 일은 교화협의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일이 조금 늦고 더디게 가더라도 공사를 통해 교도님들이 결정해 준대로 한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속에 소통의 답이 있다. 결국 정책실현을 위한 정책이 아닌 교도와 출가자들이 원하는 맞춤식 교화 정책에 온도를 맞춰야 한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