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자는 것 같다는 평가를 해요"
천염염색,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에게 효과
자연 특징 살린 제품 호평, 체험학습장 계획

▲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는 전시 판매장.
▲ 배석연 대표.
정읍 내장산 나들목을 벗어나자 전형적인 시골 풍경이 펼쳐졌다. 얼마쯤 가다보니 대경직물 입간판이 보인다. 입암면 신면리에 위치한 이곳은 여느 다른 직물제조회사와 달리 친환경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제품은 웰빙 침구류, 침대매트, 생활한복 등이다. 품목 또한 다양하다.

사무실에서 만난 배석연(55)대표는 황토천으로 만든 창문 커텐을 가리키며 감회에 젖는 듯 했다.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빛이 난다는 특징을 설명하기도 했다. '천년의 빛'이란 자체 브랜드가 그냥 만들어 지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했다. 자연이 주는 재료의 특징을 살린 제품 생산에 만전을 다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가 한 몫하고 있다.

"원단생산을 계속하다 7년전 부터 천연염색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러다 5년전 부터 솔잎, 숯, 먹물, 쑥, 감, 황토, 양파껍질, 편백나무, 겨자, 선인장 등 천연재료와 피그먼트 및 피톤치드 향을 첨가시켜 염색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상품화 시킨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침구류의 경우 손님들로부터 숲에서 잠자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자연 그대로의 포근함이 어려 있다는 것이다. 그가 이렇게 친환경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주변 환경과 연관성을 맺고 있다. 조부 때 정착한 그의 고향 신면리는 예로부터 뽕나무가 많았다. 명주 짜는 집들이 있었던 것은 당연했다. 이로 인해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베틀에서 명주를 짜는 부친의 모습을 보고 자랐다. 명주 몇 필을 익산과 광주 송정리 시장에 판매를 했던 모친에 대한 기억을 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지역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입암지역에 있는 수 십개의 방직공장에 조그마한 기계로 만들어진 직기가 들어 온 이후 천 여명의 아가씨들이 북적 거렸습니다. 베틀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어요. 부친이 운영하는 방직공장에도 120명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주로 솜싸개, 지저귀감, 광목을 생산했습니다. 한동안 지역 방직공장들이 성황을 이루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중국산 섬유 수입으로 인해 대부분 문을 닫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군을 제대한 26세때부터 본격적으로 부친이 하는 사업에 뛰어들어 영업을 하다 보니 이러한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직기를 구입해 설비했죠. 현재 다양한 원단을 생산하며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 직원들이 베개 등을 만들고 있다.


그는 원단에 사용되는 원사를 전남, 일신, 국일, 방림 방직과 계약했다. 자동직기를 이용하여 130여 가지 원단을 개발했다. 제조한 원단은 외주를 준 경기도 포천 공장에서 천연염색을 한다. 천연 염색재료는 전부 제공할 정도로 관리도 철저하다.

천연염색한 천으로 만들어지는 생활한복은 부산에서 OEM 방식으로 제작된다. 그가 그동안 천연염색한 원단 샘플을 일일이 보여준 것도 개발 과정의 애로사항을 알리기 위한 측면도 있다.

"원단의 실 조직은 전부 다릅니다. 15수에서 60수까지 다양합니다. 한 제품에 4∼6가지 실 종류를 넣고 원단을 짭니다. 합사한 실에 TM(꼬임)을 준 것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보통 생산되는 원폭은 110인치입니다. 이불이나 커텐을 비롯 여러 색색의 원단으로 베개를 만듭니다. 황토 염색한 천에다 편백나무를 스라이스한 칩을 넣기도 하고 황토볼을 넣습니다. 머리가 아픈 분이나 목 디스크가 있는 분들이 베개를 베고 나서 개운해 졌다는 전화가 많이 와요. 이제는 생활한복의 수요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써 본 사람들이 이 제품들을 계속 찾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친환경 제품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사람들의 아토피와 피부병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친환경 제품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보았다. 침구류 뿐만 아니라 옷, 커텐, 벽지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그는 이야기 도중 아토피를 앓고 있던 어린이의 치유 사례를 소개했다. 서울에서 엄마와 같이 왔던 5살, 9살배기 어린이들이 황토 천으로 이불과 옷을 만들어 입은 후 개선 효과가 뚜렷해 졌다는 내용이다.

"무늬만 천연염색인 케미칼(화학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천연소재로 가공한 침구, 의류 등에 천연 염색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원단은 아무리 세탁해도 줄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고급스럽습니다.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은 완성된 제품을 사용하면 탁월한 효과를 봅니다. 큰 돈은 못 벌어도 여기서 보람을 느낍니다. 소비자와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

이제는 주변에서도 그를 인정하게 됐다. 처음에는 원단 가격과 천연염색에 대해 반신반의 하던 사람들도 그의 말에 수긍한다. 모든 원단에 합사를 사용하는 그의 고집은 결국 결실을 맺게 됐다. 한국을 이끄는 혁신리더 선정에 이어 금년 11월 사)신지식인협회로부터 한지를 이용한 직물제작 및 천연염색으로 신지식인 대상 및 프리미엄 석간 경제지 이투데이가 주최하고 지식경제부가 후원한 소비자 감동 2011 대한민국 베스트 히트상품 대상을 수상했다.
▲ 최신 시설을 갖춘 직물 제조공장 내부.
그의 안내로 최신시설을 갖춘 직물공장 견학에 이어 이불, 베개 등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전시 판매장에는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해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의 열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2012년에는 황토체험학습장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공장이나 판매장을 둘러 보러온 소비자들과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꾸미기 위해서입니다. 이외에도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오랫동안 직물 공장을 해 본 결과 각자 피부에 맞는 제품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천연염색에 자존심을 건 그의 말이다 보니 수긍이 간다. 50년 전통의 직물제조회사를 운영 중인 그의 바람은 오직 소비자들이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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